【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

“안녕하세요. 혹시 먹방으로 가는 길이 …….”

“먹방은 모르겠는데, 바위가 시커먼 탄광 많은 쪽인가?”

“바로 가면 물탕골인데요.”

그렇구나. 심연동이 물탕골이니 그대로 가기로 했다.

“예, 조심해 가세요.”

어느덧 오후 2시. 청라동 갈림길이 나오고 토종 잣나무 조림지를 지나 나이 많은 소나무 군락지에서 송진 뺀 흔적을 또 본다.

이 산에는 소나무를 비롯해서 느티·굴참·졸참·때죽·고로쇠나무들이 잘 자란다. 15분쯤 지나 먹방길(성주산 142 구조위치)을 찾으니 안심이 된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쉬면서 솔잎술 한 잔으로 긴장을 푼다.

왼쪽 산 아래 위치를 가늠하면서 곧장 내려 감태나무와 신갈나무 밀림지대를 10여 분 헤매자 임도길이 나왔다.

산 아래 마을이 빤히 보여 이젠 안심이 되지만 광산복구지대인 듯 돌마다 까맣다. 탄전지대(炭田地帶), 혹시 발을 잘못 디뎌 구덩이나 동굴에 빠질까 조심조심 내려간다.

마을 내려가는 임도.
마을 내려가는 임도.
광산터.
광산터.

바위마다 온통 검은 마을, 먹방골

오후 3시 반경 먹방마을 간이 버스정류장이 있는 성주3리에 닿는다 계곡물은 마르지 않았지만 바위마다 온통 검은색이니 과연 먹방이구나.

옳거니, 산에서 만난 아주머니 얘기가 맞다. 먹방골은 조선시대 철을 제조했다는 것과 나무 땐 그을음으로 먹을 만든 곳, 성주사 스님들이 먹을 많이 만들어 써서 먹방이 됐다는 등 여러 얘기가 있다.

“먹 묵(墨), 동네 방(坊)이다.”

성주산은 오서산과 함께 보령을 상징하는 명산으로 석탄산지로 알려졌다. 석탄박물관이 가깝다.

“말씀 좀……. 절터까지 얼마나 걸리죠?”

“몰러. 성주까지?”

“젊었을 땐 20분이면 갔는디, 지금은 1시간 걸려.”

길에서 만난 할머니 얘기를 뒤로하고 내려간다. 지금부터 산마을 지나는 길. 소나무사이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오른다.

날씨도 흐리고 추우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겨울 풍경은 운치가 있다. 불 때는 냄새 코를 즐겁게 하고 어느덧 먹방 삼거리까지 내려왔다. 걸어온 뒷산을 바라보니 산기슭엔 벌써 어스름이 따라오고 있었다.

산을 다 내려오니 골짜기가 깊어서 심연동(深淵洞), 성주산 맑은 물 골골이 흘러내려 빼어난 산수는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일대의 계곡은 화장골이라 하여 수려함이 알려진 곳으로 4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마다 울창한 숲을 즐길 수 있다. 우거진 숲과 맑은 물 감도는 절경은 가히 놀 만하다. 성주산 일대 목단명당 한 개가 이곳, 꽃이 숨어 있대서 화장(花藏) 골이라 부른다.

오후 4시경 성주사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관광안내판에는 오천항, 외연열도, 죽도, 보령호, 대천해수욕장,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등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대천해수욕장으로 30분가량 차를 몰았다. 대천포구는 남포(藍浦) 이름 그대로 쪽빛이다.

서해낙조를 보려는지 철지난 바닷가엔 청춘남녀들이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개구이에 딱 한 잔이다.

<탐방로>

● 정상까지 4.5킬로미터, 2시간 45분 정도

성주사 터 → (30분 *관람시간 포함)먹방 삼거리 → (15분)백운교 정류장 → (15분)백운사 → (50분)묘지 → (55분)성주산 장군봉 정상

* 눈길 더디게 두 사람 걸은 시간(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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