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등 TF '소비자신용법' 제정 추진...대출채권소멸시효 5년으로 제한

[일러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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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석 기자】 약 18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연체 채무자에게 금융사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협상을 요구할 수 있고, 금융사는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법률이 제정된다. 사실상 채무자가 금융사에 공식적으로 "능력에 맞게 빚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채무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채무조정 협상을 도와주는 '채무조정서비스업' 신설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2021년 시행 목표로 이런 내용의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소비자신용법은 지난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대부업법에는 대출계약 체결과 최고이자율 등만 규율해 왔는데 여기에 연체 후 추심·채무조정, 상환·소멸시효완성 등을 추가해 채무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채권 회수율도 높이자는 취지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금융채무자(1925만명)의 약 10%인 180만~190만명이 금융채무불이행자에 해당한다.

매년 연간 약 260만명이 단기 연체채무자(연체기간 5~89일)로 등록되고, 26만~28만명이 새롭게 금융채무불이행자(연체 90일 이상)로 전락해 금융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연 14만~17만명)은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이나 법원의 개인회생·파산으로 채무조정을 받는다.

나머지 연체자는 스스로 노력으로 빚에서 탈출하거나, 빚 독촉에 시달리는 장기 연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연체 채무자가 장기 연체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재기를 도우면서 동시에 금융회사도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방식의 시장 친화적 유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금융위 목표다.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 [사진제공=금융위]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 [사진제공=금융위]

금융위는 이를 위해 소비자신용법에 ▲채권자-채무자간 자율적인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 이후 채무부담의 과도한 증가 제한 ▲채권추심 시장의 시장규율 강화 등의 내용을 담기로 했다.

우선 채무자는 금융회사와 대등한 관계에서 연체채무에 대한 조정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는 연체 후 30일이 지나면 관행적으로 기한이익을 상실시켜 대출원금 전액상환을 요구하고 높은 연체이자를 부과해 왔지만, 법이 제정되면 기한이익상실 전 채무자가 요구하는 채무조정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하며 채무조정 협상 기간에는 추심도 할 수 없다.

원활한 협상을 위해 채무자를 지원하는 채무조정서비스업도 신설된다. 아직 등록제로 할지, 허가제로 할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채무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받고 채무조정을 컨설팅해 주는 사업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관행적으로 연장된 대출채권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5년으로 제한된다. 민법상 대출채권 소멸시효는 5년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무자는 더 이상 빚을 갚을 의무가 없지만 금융회사는 배임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아 10년씩 연장해 왔다.

금융위는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라면 원칙적으로 소멸시효 연장을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TF 모두발언을 통해 “과도한 추심은 채무자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상환가능성을 더 낮춘다”며 “채권자와 채무자 간 상생을 위한 공정한 규칙을 마련해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경제 발전 수준과 금융산업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포괄적인 소비자신용법제의 틀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TF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신용정보원, 자산관리공사,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금융위는 TF 논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소비자신용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개정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법규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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