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19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71.2cm×196.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자 미상, 19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71.2cm×196.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뉴스퀘스트=백남주 큐레이터】 <대동강선유도(大同江船遊圖)>는 신임 평안감사(平安監司)의 부임을 환영하기 위해 평양의 대동강에서 배를 띄우고 베풀어진 연회장면을 그린 것으로, <부벽루연회도((浮碧樓宴會圖)>,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와 함께 세 폭으로 구성된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중 하나이다.

그림을 보면, 달이 뜬 밤 대동강변에 횃불이 줄지어 밝혀져 있다.

강 건너 평양성 성벽에는 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있고, 강 위에도 군데군데 불덩이들이 둥실 떠있다. 강변에 줄을 지어 서있는 사람들도 횃불을 들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여러 척의 배들이 새로 부임한 평안감사가 타고 있는 배를 호위하고 있고, 그배를 중심으로 강 한가운데에서 야연(夜宴)이 열리고 있다.

신임 평안감사를 환영하기 위해 낮에는 풍광 좋은 누정에서 연회를 열고, 밤에는 불을 밝힌 강 한가운데서 야경을 즐기며 잔치를 열었던 것이다.

그런데 동원된 사람들이나 배들의 숫자를 보면, 낮에 열린 환영잔치 보다 대동강에서 밤에 열린 잔치의 규모가 더 크고 성대함을 알 수 있다. 부벽루나 연광정 같은 평양을 대표하는 명소에서 치른 환영연의 대미가 달 밝은 대동강에서 가장 성대하고 화려하게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평안감사향연도》는 평양이 조선 제일의 풍류 도시였음을 보여준다. 신임 감사 한 사람을 환영하기 위해 강에는 수 십 척의 배를 띄우고, 평양성 성곽을 따라 횃불을 꽂아 밤을 대낮처럼 밝힌 것이다. 모여든 인파로 왁자지껄했을 평양성벽 주변과 강변의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이 그림의 작가는 구경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최고의 볼거리를 보기 위해 모여든 평양 사람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였는데, 아이를 업은 여인, 지팡이를 짚은 노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칭얼대는 어린 아이, 포를 입고 갓을 쓴 남자들, 댕기 머리 아이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인 인파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날 열린 환영연의 주인공인 신임 평안감사가 타고 있는 배는 다른 배들 보다 규모도 상당히 크고, 배에 탄 사람들도 수십 명이 넘는다.

배에는 상판을 깐 다음, 기둥을 세우고, 초가로 지붕까지 만들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정자처럼 보인다. 배 안에는 네 명의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가리마를 쓴 약방 기생 네 명이 감사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다.

신임 감사는 흑립을 쓰고 푸른색 포에 붉은 세조대를 하였는데 호피를 깔고 앉아 성곽과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불야성의 장관을 감상하고 있다.

배 후미에 바로 붙어 있는 다른 배에서는 음식을 장만하고 주안상을 차려 감사의 배로 옮기는 중이고, 또 다른 두 척의 배에 나누어 탄 한 무리의 악사들은 풍악을 울리며 배 무리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 군인들을 태운 배들이 앞과 뒤, 옆 사방에 배치되어 감사의 호위를 담당하고 있다. 감사가 탄 배 뒤로 세 척의 배를 이어 붙여 천막을 친 모습의 배가 따라가고 있는데 배위에는 가리마를 쓴 약방 기생들과 일반 기생 십여 명이 타고 있다. 또한 특별히 초대받은 평양의 유지들은 신임 감사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배에 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여 흥미를 주고 있다.

<대동강선유도>는 가로로 길게 그려진 그림답게 대동강 주변의 풍광을 파노라마식으로 묘사하였다. 그림으로 그려진 지도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건물과 산세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당시의 대동강 주변을 직접 가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 시점을 사용해 전체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도를 잡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생생하고, 동작의 묘사도 뛰어나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대동강선유도>를 비롯한《평안감사향연도》의 작가가 김홍도 라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이 것과 주제가 같은 그림이 미국 피바디 에세스 박물관에 8폭으로 된《평안감사향연도》병풍으로 전해지고 있어 같은 주제를 다른 형식으로 그린 작품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여민동락 조선의 연희와 놀이(고려대 박물관, 민속원, 2018)

조선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윤진영, 다섯수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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