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배터리 문제 아니지만 고강도 안전대책...비용 2000억원도 자체 부담

[사진=삼성SDI]
[사진=삼성SDI]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잇단 화재로 우리나라의 차세대 혁신성장 기술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을 위해 삼성SDI가 나섰다.

삼성SDI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에 설치된 자사 ESS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등의 특단의 선제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정부의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삼성SDI·LG화학 배터리를 설치한 ESS 시설에서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자 강도 높은 추가 대응책을 통해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삼성SDI는 이같은 선제 투자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자칫 국내 ESS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계속된 ESS 화재로 인해 국내 ESS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삼성SDI는 ESS 화재 여파로 인해 올해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도 올해 ESS 화재관련 보상금과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만 3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2000억원 들여 특수 소화시스템 설치

우선 삼성SDI는 화재 원인으로 거론된 배터리 설치·운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SS 안전장치 설치를 이달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000억원에 달하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안전장치 설치에도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비해 특수 소화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까지 화재 복구비용인 230억원 보다 무려 10배 규모다.

ESS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외부 유입 고전압, 고전류를 차단하고 이상 발생 때 시스템 가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 등을 설치고 기타 예기치 않은 요인에 따른 화재 확산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특수 소화시스템을 추가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ESS는 쉽게 말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라고 보면 된다.

환경 보호를 위한 대안 에너지인 태양광·풍력발전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ESS가 저장하고 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이를 공급하는 것이다. ESS 시설은 전력을 충전했다가 공급할 수 있도록 배터리가 있고 전력변환장치와 통합 운영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다.

삼성SDI가 밝힌 ESS 화재에 대비하기 위한 1단계 안전성 강화 조치는 ▲외부 전기적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3단계 안전장치 설치 ▲배터리 운송·취급 과정에서 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 부착 ▲ESS 설치·시공 상태 감리 강화와 시공업체에 대한 정기교육 실시 ▲배터리 상태(전압·전류·온도 등)의 이상 신호를 감지해 운전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포함돼 있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은 "1단계 조치가 완료되는 10월 이후가 되면 같은 요인의 화재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이것만으로는 시장·사회 불안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은 만큼 특수 소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설치하는 데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삼성SDI]
[사진=삼성SDI]

◇ “글로벌 리딩업체로서의 책무 다하겠다”

삼성SDI의 이 같은 조치는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ESS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에 위기에 빠진 국내 ESS 산업 전반의 공멸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모든 사이트의 안전성 종합 대책 관련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되고 있는 화재 확산 방지 시스템을 국내 ESS 사이트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삼성SDI는 이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단 기간 내 관련 조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서 주목할 점은 삼성SDI가 자사에서 생산하는 ESS배터리의 안전성 뿐만 아니라 관련 설비 전반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SDI는 이번 대책을 통해 배터리 안전장치 뿐만 아니라 전력전환장치와 함께 ESS설치·시공 감리 강화, 시공업체에 대한 정기교육 실시 등 ESS 내 배터리 이외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최소한 배터리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ESS 화재 원인에 관계 없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글로벌 리딩 업체로서의 책무”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ESS 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