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석달째 떨어지며 '논쟁'일 듯...장기적 믈가상승 둔화 경계해야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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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9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7% 떨어지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논쟁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지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뜻하는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도 9월에 이어 10월에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커졌다.

◇ 9월 생산자물가 3년 만에 최대폭 하락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84(2015년 100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했다. 저유가 시기였던 2016년 9월(-1.1%)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10월 소비자물가 역시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하락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9월에는 농산물(-12.8%)과 축산물(-4.2%)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하락한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12.3%) 물가도 내렸다.

한은 관계자는 "농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이 물가 하락의 주요 요인이지만 수요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월 대비로는 9월 생산자물가는 0.1% 상승했다.

핵심 수출 품목인 'DRAM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4% 하락했다. 한은은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부진과 재고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DRAM 물가는 1년 전의 반 토막 수준이지만 전월 대비로는 0.1% 올랐다. DRAM 생산자물가는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계속해서 내리다 8월 2.5% 상승 반전한 뒤 2개월째 오름세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 디플레이션 논쟁 다시 부상할 듯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는 현상을 지칭하기 때문에 3달 연속 물가가 하락했다는 것만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문에 최근의 물가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이 나름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자체가 장기적으로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11년 8월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당장의 물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중장기 행보가 디플레이션 지향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만큼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경제가 디플레이션 지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심리가 형성돼 소비와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육박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연금에 의존해서 살아간다"며 "연금생활자들은 고정된 금액으로 생활을 꾸려야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하면 꼭 필요한 소비만 이루어진다"며 "고령화가 디플레이션 지향의 의사결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와 경제에 내재돼 있는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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