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둥(張近東)회장, "기업이 크면 그것은 사회의 것이다"

쑤닝은 중국 내에서도 보기 드문 '사람이 우선'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기업에 속한다. 당연히 직원들이 행복하다. 그룹 본사가 있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워라밸을 즐기고 있는 쑤닝 직원들.
쑤닝은 중국 내에서도 보기 드문 '사람이 우선'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기업에 속한다. 당연히 직원들이 행복하다. 그룹 본사가 있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워라밸을 즐기고 있는 쑤닝 직원들. [사진=쑤닝이거우]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기업의 사회공헌은 단순하게 보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갹출, 의미 있고도 좋은 일에 쓰는 활동을 의미한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구두쇠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좋은 일에 내는 얼마 안 되는 돈을 아까워하는 기업이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흔쾌히 거금을 쾌척만 한다고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을 다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는 단순히 돈으로만 따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A 모 씨가 최대 주주인 헤지펀드 B가 있다고 하자.

당연히 B의 목적은 이익 극대화일 수밖에 없다.

B는 이를 위해 매년 최소한 다수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이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한마디로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일수록 이미지 세탁을 위해 거액을 사회에 환원한다.

과연 이 기업을 모범적인 사회공헌을 하는 케이스로 볼 수 있을까.

절대로 아니다.

이른바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악마 기업이라는 지탄만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의 최대 전자제품 유통 기업인 쑤닝이거우(蘇寧易購. 이하 쑤닝)는 바로 이런 진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중국 내 몇 안 되는 기업이 아닐까 싶다.

그저 돈만 기부하면 모든 할 일을 끝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1987년 장진둥(張近東. 56) 회장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의 모토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장회장은 “기업이 작으면 그건 개인의 것이다. 크게 되면 직원들의 것이 된다. 더욱 크게 될 경우 그것은 사회의 것이다.”라는 말을 늘 강조한다.

기업이 커질 경우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직원들과 사회에 대한 배려가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진짜 그런지는 이 회사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고용 극대화의 행보가 무엇보다 잘 말해준다.

유통 산업은 기본적으로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쑤닝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매출액 4000억 위안(元. 68조 원)의 기업치고는 상당히 많은 25만여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과 극명하게 구별되는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노동 유연성이 높은 업종의 대표주자임에도 아무리 한두 해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손쉽게 감원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그 때마다 고용을 더 늘린다고 한다.

친환경 종이박스로 포장된 쑤닝의 배달 물품.
친환경 종이박스로 포장된 쑤닝의 배달 물품. [사진=쑤닝이거우]

어두운 터널을 지난 후 경기 사이클이 살아나면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유통 시장이 최악의 경기 부진으로 헤매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업체인 디디(滴滴)와 메이퇀(美團) 등이 유탄을 맞아 속속 감원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정 반대의 길을 향해 일로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7만여 명 가까운 신규 인력을 받아들이면서 몸집을 불렸으나 올해 말까지 8만여 명을 증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업체에서도 쑤닝을 가리켜 ‘사람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공헌 기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쑤닝이 단순히 고용 극대화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일단 고용을 했다 하면 가족처럼 대해주는 노력 역시 아끼지 않는다.

난징의 쑤닝 직원 숙소. 웬만한 호텔을 방불케 한다.
난징의 쑤닝 직원 숙소. 웬만한 호텔을 방불케 한다. [사진=쑤닝이거우]

이는 최근까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을 비롯한 전국 41개 도시에 9000여 채의 기숙사와 아파트를 마련, 가난한 직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자금은 연 최소 5억 위안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쑤닝의 사회공헌은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는 특징도 있다.

이는 환경보호를 위해 물류 자동화와 재활용 프로젝트를 수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행보가 확실하게 증명한다.

수년 전부터 매년 매출액의 0.5% 전후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쑤닝이 생색내기 좋은 보여주기 스타일의 사회공헌에도 무관심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적극적으로 나서고도 있다.

장쑤성의 한 빈곤 지역의 쑤닝 미니 마트. 빈곤 지역에 대한 창업 지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장쑤성의 한 빈곤 지역의 쑤닝 미니 마트. 빈곤 지역에 대한 창업 지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사진=쑤닝이거우]

우선 2017년부터 시작된 빈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맞춤형 창업 및 취업 훈련 지원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법을 가르치는 사업으로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에서 40만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외에 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장학 사업, 재난 지역에 대한 구호 등 역시 쑤닝이 매해 실시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이에 투입된 자금만 2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9년의 경우 빈곤 퇴치 사업에만 5억 위안을 투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중국 유통업계 정보에 밝은 고윤철 전 진잉(金鷹)백화점 사장은 “쑤닝은 업계에서 100년을 내다보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에 속한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면서 쑤닝의 사회공헌에 대한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고 사장의 말대로라면 쑤닝의 고용 극대화를 통한 사회공헌은 향후 70여 년은 더 이어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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