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빈롱성에 메콩강 부유 쓰레기 수거용 솔라보트 기증
‘클린업 베트남’ 캠페인으로 주민 참여 이끌어내는 성과도

메콩강 부유 쓰레기 수거에 나선 한화 솔라보트. [사진=한화그룹]
메콩강 부유 쓰레기 수거에 나선 한화 솔라보트. [사진=한화그룹]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주황색 의상에 동글동글 돌아가는 까만 눈동자 그리고 함박웃음 짓는 듯 커다랗게 벌린 입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를 닮은 요트 같은 보트.

해를 가리려는 듯 보트 전체를 감싼 지붕이 실은 햇빛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태양광 패널이라니. 따뜻한 햇살만을 에너지원으로 쓰며 석유를 먹지 않으니 내뿜는 매연이 없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검댕 하나 없이 말끔하기만 하다.

위기의 메콩강과 ‘클린업 베트남’ 캠페인

하늘에서 본 솔라보트의 부유 쓰레기 수거 광경. [사진=한화그룹]
하늘에서 본 솔라보트의 부유 쓰레기 수거 광경. [사진=한화그룹]

인형처럼 앙증맞게 생긴 수상 보트가 슬슬 움직이면 또 다른 진풍경이 연출된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온갖 허접쓰레기들을 큰 입으로 덥석덥석 먹어치우니 마치 진공청소기로 강을 쓸고 다니는 것만 같다.

이렇게 솔라보트는 메콩강 위로 떠다니는 부유물들을 쓱쓱 먹어치우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태양 에너지를 충전하여 동력을 확보해 다음 날을 준비한다.

강변 마을 아이들은 톡톡 튀는 외모에 하는 일까지 신기한 솔라보트에 환호하고, 더러는 강물에 뛰어들어 보트를 본떠 쓰레기를 집어내기도 한다.

그 하는 일이 대견해 근처 배에 탄 사람들이 엄지 척을 해주고, 멀리 강변에서 습관처럼 쓰레기를 버리던 사람들은 머쓱해 하며 머리를 긁는다.

환경단체의 도움으로 참여한 베트남 대학생들은 솔라보트가 먹어치우지 못하는 강변 쓰레기를 주우며 마을 대청소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중국 다이족이 모든 강의 어머니 즉 젖줄과 같은 강이라 하여 콩이라 부른 강. 칭하이성 고원 지대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두루 돌아 베트남 남부를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가는 세계 12번 째 길이, 총 연장 4350킬로미터인 메콩강을 말한다.

베트남 영내에서 강 하류가 아홉 줄기로 나뉘어 바다로 나가는데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아홉 마리 용을 의미하는 끄우롱(九龍, 구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빈롱성 메콩강변 주민들의 일상적인 쓰레기 투척 광경. [사진=한화그룹]
빈롱성 메콩강변 주민들의 일상적인 쓰레기 투척 광경. [사진=한화그룹]

강 하류가 삼각주를 이루며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량을 제공하므로 메콩강에 대한 이 지역 주민들의 의존도는 매우 높다.

그중에서도 호찌민 시에서 차량으로 세 시간 거리 남쪽, 삼각주의 주요 지류인 띠엔강·허우강을 끼고 있는 1백만 빈롱성 주민들에게 메콩강은 삶의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날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나라이다 보니 메콩강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훼손되는 중인데 특히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오랜 세월 같은 생활 방식을 영위해 온 지방 주민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고도성장이 충돌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빈롱성 주민들은 늘 그래 왔듯이 강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식수를 조달하지만 동시에 늘어나는 쓰레기를 강에다 버린다.

그동안은 이곳 강물에서 목욕하는 주민과 강물을 길어 식수로 쓰는 주민과 그 강물에 생활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주민을 따로 분리하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강 주변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이나 식당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대부분 강물에 던져지는 것으로 해결된다.

한층 심각한 것은 강 유역 전반에 걸쳐 버려지는 공사 폐기물, 산업 폐기물이 급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2018년 기준 400만 톤가량인데 그중에서도 메콩강 일대의 부유 쓰레기 문제는 양도 많거니와 육상 쓰레기와 달리 처리도 쉽지 않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근래 베트남이 플라스틱 폐기물 해양 방류 국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중 다수가 메콩강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메콩강은 이제 세계에서 수질 오염이 가장 심각한 최상위권 강에 속한다.

게다가 빈롱성은 메콩강이 여러 나라를 거쳐 바다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이라 오염 정도가 매우 심하다.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여 쪼아 먹는 메콩강의 새들. [사진=한화그룹]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여 쪼아 먹는 메콩강의 새들. [사진=한화그룹]

그동안 별 문제를 느끼지 않던 이 지역 주민들도 점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는데 그 또한 주로 수질 오염 때문이다. 이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종종 강에서 악취가 풍겨오기도 하며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 질병이 심각한 수준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베트남 당국은 한동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지만 워낙 방대한 강의 규모에 비추어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웠다.

비록 수상 부유 쓰레기 매립지와 처리 공장을 세웠다고도 하나 아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쓰레기 수거용 선박을 투입하기도 했으나 그 경우 석유를 떼서 움직이는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인해 다시 수질이 오염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한다.

“솔라보트 사례 베트남 전역으로 확대할 것”

이런 가운데 등장한 것이 두 척의 한화 솔라보트다. 한국 한화그룹이 베트남 측에 제안하여 시작한 빈롱시 메콩강 프로젝트, 이름 하여 ‘클린업 베트남’ 캠페인의 핵심 일꾼이다.

이를 위해 그룹은 지난 5월 5일 세계환경의 날 현지 지역기관에 한화 솔라보트 기증식을 가졌다.

이 행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전년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에서 “베트남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환경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한 약속에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한화 솔라보트는 귀여운 외양이 무색할 정도로 내용은 매우 알찬 첨단 장비다. 천장의 태양광 패널은 이 분야 세계 선두 회사인 한화큐셀의 고성능 태양광 모듈 큐피크(Q.PEAK)를 장착한 것으로 비교불가의 성능을 자랑한다.

쓰레기를 흡수하는 선수 안쪽 운전석 아래는 강력한 컨베이어벨트가 장착되어 쓸려 들어오는 부유물들을 차곡차곡 쌓아준다.

길이 6.45미터, 넓이 2.3미터, 높이 2.6미터로 두 명의 기사가 운전하는 이 보트는 메콩강 빈롱성 구역에서 매일 예닐곱 시간을 오가며 많게는 280kg까지 부유 쓰레기들을 수거한다. 보트 두 대로 연간 200~220톤을 처리할 전망이다.

메콩강을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미미한 양에 불과하다.

하지만 솔라보트의 역할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깜찍한 외양으로 꾸준히 강을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는 솔라보트의 모습에 먼저 아이들이 반응했고, 주민들이 박수를 보냈으며, 뒤이어 사람들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한화의 클린업 메콩강 캠페인 소식을 듣고 인근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와 솔라보트와 함께 얕은 수심 위 등 강변에 떠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게 된 것이다.

솔라보트와 함께 쓰레기 수거 작업에 동참한 아이들. [사진=한화그룹]
솔라보트와 함께 쓰레기 수거 작업에 동참한 아이들. [사진=한화그룹]

작은 솔라보트 두 척의 능력은 비록 미미할지 모르지만 메콩강 쓰레기 처리에 모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애초 한화 측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몇 가지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첫째 기후변화에 대응해 클린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등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에 부응한다는 것, 둘째 태양광 에너지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파급력을 창출한다는 것, 셋째 베트남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 즉 정부·지역사회·NGO 들과 동반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 등이 그렇다.

특별히 네 번째로 한화는 “지역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는데, 솔라보트가 지역민들의 환대 속에 실제로 그와 같은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증식에 참석한 베트남 환경부 관계자는 “수상쓰레기 문제는 우리 정부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문제로 한국처럼 선진기술을 가진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 중이다”라며 해당 캠페인을 베트남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 말했다.

작은 솔라보트 두 척이 범정부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임을 베트남 정부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 아침 부유 쓰레기 청소를 위해 메콩강으로 나선 솔라보트. [사진=한화그룹]
이른 아침 부유 쓰레기 청소를 위해 메콩강으로 나선 솔라보트. [사진=한화그룹]

인천시 서구에 소재한 수도권 제2매립지에는 ‘태양의 숲 7호’가 들어서 있다. 2018년 말 한화그룹이 시민들과 함께 축구장 세 개가 들어갈 땅에 태양광 에너지로 키운 묘목 6천 그루를 심어 마련했다.

그에 앞서 한화는 2011년부터 태양광 에너지로 나무를 키우는 등 꾸준히 친환경 숲 조성에 나섰고 대상 지역도 몽골, 중국 등지로 확대해 왔다.

한화가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처음부터 솔라보트 기증과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가 그룹의 미래를 밝힐 주력 분야인 태양광 사업을 사회공헌활동과 연결하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이지 않았다면 ‘한화 솔라보트 클린업 메콩’ 프로젝트와 솔라보트의 활약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를 두고 기업의 미래의 주력사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이를 사회공헌활동과 연결시킨 매우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클린업 메콩 캠페인에 한화 솔라보트와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 [사진=한화그룹]
클린업 메콩 캠페인에 한화 솔라보트와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 [사진=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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