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공헌 본능

오리온이 건축, 제공하는 애심주방의 모습. 농촌 지역 어린이들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제공되는 주방이다.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오리온이 건축, 제공하는 애심주방의 모습. 농촌 지역 어린이들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제공되는 주방이다.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외국 기업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중국은 지금 부정적인 의미로 완전 상전벽해 했다고 단언해도 좋다.

천국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덤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이나 엑소더스라는 말이 외국 기업인들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돌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외국 기업들이 다 어려움을 겪거나 철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차이나 엑소더스가 무슨 말이냐고 하면서 중국에서 승승장구, 일취월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하오리유(好麗友)로 불리는 한국의 식품 회사 오리온이 바로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온 관계자가 애심주방 대상 지역에 지원을 약속하는 증서를 건네는 모습.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오리온 관계자가 애심주방 대상 지역에 지원을 약속하는 증서를 건네는 모습.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지난 세기 90년대 초반 중국에 진출한 이후 불황을 모른 채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벤츠 같은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더욱 기염을 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연히 자신들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키워준 중국 소비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무색할 정도의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자발적인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각종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이 진정성은 진짜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식품 기업다운 명칭의 애심주방(愛心廚房) 프로젝트를 꼽아야 할 것 같다.

각종 재해 때마다 지원을 위해 달려가는 오리온의 지원품을 실은 트럭의 모습.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각종 재해 때마다 지원을 위해 달려가는 오리온의 지원품을 실은 트럭의 모습.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2016년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 위생적인 주방을 만들어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을 개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전국 곳곳에 40여 개의 주방을 만들어 기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 안전 교육 사업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중국아동소년기금회와 함께 2017년 10월 실시한 캠페인이 가장 주목할 만한 사업이 아닌가 싶다.

당시 오리온은 식품안전과 관련한 만화도 1000 권이나 제작,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은 고아원이나 복지원에서 생활하는 심신 장애인들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오리온의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집체적으로 그린 포스터.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오리온의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집체적으로 그린 포스터.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이럴 때마다 종종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고자 하는 직원들이 대거 동원되기도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대량의 오리온 제품들이 위문품으로 전달되고는 한다.

오리온은 중국이 국가적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재해를 당했을 때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2003년 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을 때의 상황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했다.

공장과 매장을 폐쇄하거나 직원들의 출근도 자제토록 했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직원들과 가족들을 홍콩 등의 안전지대로 철수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180도 달랐다.

베이징 랑팡(廊坊)의 공장들을 정상으로 가동했을 뿐 아니라 대(對)사스 투쟁에 나서는 위생부 공무원이나 병원 종사자들에게 아낌없는 물적 지원까지 했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이 고마워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오리온의 베이징 지사장으로 일했던 부산 (주)동화 엔텍 김동건 사장은 “주지하다시피 당시 상황은 정말 암담했다. 우리도 내부적으로는 철수 주장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중국인들이 우리의 중국어 이름 ‘하오리유’를 입에 올릴 때마다 ‘하오펑유(好朋友. 좋은 친구)’를 외치는데 말이 되는가. 결국 적극적으로 대사스 투쟁에 동참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면서 당시 결정이 오리온으로서는 정말 최선의 선택이라고 회상했다.

이런 오리온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5월 말 쓰촨(四川)성 원촨(汶川)현에서 발생한 진도 8의 대지진으로 인한 참사를 외면할 까닭이 없었다.

전사적 지원팀을 꾸린 후 재해 복구를 위한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

상당액의 성금을 낸 것에서도 모자라 수백만 원(元. 수십억 원)에 해당하는 제과 세트도 제공한 바 있다.

2010년 칭하이(靑海)성 위수(玉樹)에서 7.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오리온은 지원을 망설이지 않았다.

가장 피해가 많은 지역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이른바 ‘희망 교실’ 5개 동을 발 빠르게 건축, 제공했다.

직원들 역시 이에 동참, 자체적으로 12만 위안을 모금해 3개 동의 교실을 새로 지어줬다. 지금도 이 교실들은 잘 활용된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오리온은 최근 대륙 남부 지역 180개 학교 4만 명에 대한 후원을 그룹 차원에서 약속했다.

더불어 향후 500만 위안 전후의 금액 및 초코파이 등의 제품을 지원하는 방침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표 브랜드 평가기관인 중기품연(中企品硏)시장자순유한공사(Chnbrand)가 발표한 ‘2019년 중국 종합 브랜드 가치 경영대상(TBV)’ 분야에서 오리온이 3년 연속 1위에 오른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2018년 중국 내 사회공헌 모범 기업으로 주중 한국대사관의 표창을 받은 오리온.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2018년 중국 내 사회공헌 모범 기업으로 주중 한국대사관의 표창을 받은 오리온. [사진=오리온 중국법인]

지난해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2018 재중 한국 사회공헌활동(CSR) 모범기업 시상 및 포럼’ 행사에서 모범 기업으로 선정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오리온의 중국 이름 하오리유는 ‘좋으면서도 예쁜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리온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모든 제품 포장에 반드시 ‘인(仁)’이라는 글자도 새겨 넣는다.

지난 30여 년 가까운 행보를 보면 말로만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리온이 지행합일을 실천하는 중국 내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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