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 이상 지분 상장사 313곳 주요기업 대부분 포함...'5%룰' 싸고 논란도

[사진=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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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본격화된 이후 대량보유 공시의무제도인 '5%룰' 완화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30일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총 313개사다.

이들은 '5%룰' 완화 그 자체보다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확대에 따른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근원적 거부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향으로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 수준이 개선됐다는 분석 결과도 있어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 국민연금 5% 이상 지분보유 상장사 313곳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313개사이며 지분가치는 113조8271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말부터 25일까지 1년여간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력이 있는 상장사 354곳을 조사한 결과인데 국민연금 지분율 5% 이상 기업 수는 1년 전보다 9개사가 늘었지만, 지분가치는 8595억원 줄었다.

특히 313개사 가운데 지분율이 10%를 넘긴 기업은 98개사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7개사 증가했다.

또 국민연금이 1년 새 지분을 5% 이상으로 확대한 기업은 모두 43개사였다.

대표적 기업들은 세아제강(8.19%)과 한올바이오파마(8.16%), 위메이드(7.31%), 셀트리온(7.10%), 두산밥캣(7.06%), 한샘(6.37%), 진에어(6.31%), NHN(6.15%), SK머티리얼즈(6.09%), 롯데관광개발(5.29%), 오뚜기(5.01%) 등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추가 매입한 기업은 150개사였는데, 대한해운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5.83%에서 현재 12.58%로 6.74%포인트(p) 늘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휠라코리아(6.18%P), 신세계인터내셔날(6.09%P), 효성화학(6.04%포인트) 등도 지분율이 6%p 이상 높아졌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10.49%로 2분기 말 9.97%에서 0.52%p 올랐고, 현대차 역시 2분기 말(9.05%)보다 1.30%p 늘려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밖에 네이버(11.1%)와 현대모비스(11.26%), LG화학(10.28%), SK텔레콤(10.98%) 등 총 30곳의 지분율을 1년 새 10% 이상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신세계로 14.37%였다.

◇ '5%룰' 둘러싸고 논란도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5%룰 완화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활동 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경영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5%룰'이란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가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상세보고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다만 주식 등의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아닌 경우는 공적 연기금은 분기마다 약식보고하면 된다.

금융위는 공적 연기금이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인 경우에도 5일 이내에 약식보고하고,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은 없으나 임원 보수나 배당 관련 주주 제안 등 적극적 유형의 주주 활동은 월별 약식보고 하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공시 형식을 간소화하고, 기간도 늘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코스피에 상장된 주요 기업의 5% 이상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5%룰 완화로 국민연금의 공시 부담이 줄게 된 셈이다.

경영계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기업 통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현재 '5%룰'에서도 5일 이내에 상세공시를 해야 한다고 해서 주주권 행사를 못 했던 것도 아니다. 시간과 인력이 더 투입됐을 뿐이다.

실제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첫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때도 '5%룰'에 따라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운용을 잘하면 '5%룰'을 완화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 자본시장 변화시켰다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자 국내 자본시장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재벌'이라는 국내 기업의 특수한 구조 속에서 소수의 지분을 가진 '오너'가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했다면, 점차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가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꽁꽁 싸매던 현금도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되고,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를 위한 전자 투표도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 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2019년 상장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및 등급’ 공표 결과에 따르면 지배구조 부문에서 A+와 A등급을 받은 기업은 지난해 25곳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47곳이었다.

반면 C~D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지난해 247곳에서 184곳으로 줄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자본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주총회 관련 기업 관행 개선으로 지배구조 부문 등급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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