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나라꽃, 연꽃

연꽃과 아오자이 입은 여인.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베트남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 입은 여인이 연꽃향을 맡고 있다.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뉴스퀘스트=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못에서 새벽의 꽃인 연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베트남의 유명한 민요에서 연꽃을 묘사한 대목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연꽃을 우아하고 순수한 꽃이며, 평온과 헌신, 낙관적 미래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다.

연꽃은 밤에는 꽃을 닫고 물속으로 가라앉고, 새벽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운다. 사람의 생활과 닮은 사이클을 가진 꽃이다. 연꽃은 베트남 전역에서 자생하는 꽃이다. 연꽃은 온혈동물처럼 온도를 조절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연꽃은 지닌 품성도 대단하고, 다재다능한 재능도 가진 꽃이다. 왜, 베트남 사람들이 연꽃을 나라꽃으로 선택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은 베트남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식물이다.

연꽃은 불교와 힌두교, 두 종교에서 모두 신성시 여긴다. 연꽃은 이름처럼 연못과 호수에서 자라는 꽃이다.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자연에서 사는 식물이고, 실용적인 쓰임새도 참 많다. 상업적으로 연을 재배하면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고수익 농작물이다. 씨앗은 향기가 좋아서 설탕에 절여 디저트로 먹는다.

줄기로는 수프를 만든다. 뿌리(연근)는 간식용 슬라이스 식품이다. 잎은 연밥이나, 음식 포장용으로도 사용한다. 꽃은 차로도 마시고, 바라볼 때는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식물이다.

이렇듯 베트남의 나라꽃인 연꽃은 버릴 것 하나 없는, 쓰임새 많은 꽃이다. 연꽃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게 심성의 평안을 주는 품격을 지닌 꽃이다. 연꽃으로 인해 베트남 사람들의 꽃 사랑이 더 깊어졌는지도 모른다.

주택 베란다의 꽃화분
주택 베란다의 꽃화분.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꽃이 있는 거리, 생활이 된 꽃

다낭은 꽃이 흔한 도시다.

게다가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거리나 재래시장에는 꽃 파는 가게가 흔하다. 월 2회, 제사 지내는 날 아침에는 꽃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정집이나 가게의 제단에는 꽃과 함께 약간의 재물을 제의가 문화가 되었다.

2층 이상 주택이 있는 인도를 걸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주택 2층 베란다에는 대부분 화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집주인들은 오전과 오후에 두 차례, 화분에 물을 준다. 1층으로 떨어지는 물막음 장치가 없어서 화분에 준 물은 1층으로 떨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물세례를 받은 낭패가 있었다. 베란다에 늘어놓은 화분들은 관상용과 더운 날씨를 이기는 지혜라 짐작된다.

꽃은 허기를 달래는 식물이 아니다. 꽃은 아름답고 향기는 좋으나 먹을 수는 없다. 베트남 사람들이 식품이 아닌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꽃농장 떰안.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꽃농장 떰안.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다낭 시내에서 오토바이로 30분 거리에 꽃농장, 떰안(Tam An)이 있다. 4ha로 규모도 큰 농장이다. 해바라기를 가장 많이 재배한다. 메리골드(Merigold), ‘10시에 피는 꽃’이란 의미의 화머이저(hoa muoi gio), ‘깜빡이는 불꽃’이란 화사오냐이(hoa sao nhay)라는 꽃 등 여러 종류의 꽃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화프엉(hoa phung)은 영어로 불꽃나무(flamvoyant tree)라 부른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15명이 넘는다. 떰안농장은 꽃만 팔지 않는다. 찾아노는 소비자들에게 꽃과 농작물 체험을 제공한다. 준비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초등생과 시민들을 유치한다.

다낭을 찾은 외국인들도 가끔 이 농장을 들를 정도이다. 떰안농장이 거두는 소득은 월 2억 동(1000만원)으로 베트남의 물가에 비하면 엄청난 고소득을 올리는 농장이다. 꽃이 소비자 체험과 연결되어 1차, 3차 산업을 함께 실현하고 있다.

10월 20일은 베트남이 제정한 여성의 날이었다. 3월초의 국제 여성의 날 행사도 거나하게 치른 베트남이다. 여성의 날을 1년에 두 번이나 기념하는 베트남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것이다.

베트남은 확실히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란 생각이 든다. 오랜 전쟁을 치르면서 겪은 여성의 희생을 인정하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날, 아내와 나는 베트남 친구와 함께 친구의 여친 생일을 기념하는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베트남 친구는 30만동(우리 돈 1만5000원)하는 비싼 꽃다발을 사들고 왔다. 내가 웃으며 물어 보았다.

“만약, 오늘 남친이 꽃 선물을 안했으면 어떻게 되나요?”

여친은 웃으면서 “킬(kill)”이라고 말했다. 농담이었지만, 여성의 날에 여자 친구에게 꽃 선물을 하지 않는 남친이 있을까 싶었다.

마찬가지로 남편은 아내에게, 회사에서도 여성 동료에게 꽃을 선물한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서도 여성 동료에게 꽃을 선물하고, 오찬도 함께하며 여성의 날을 기념했다.

초등학생들의 꽃농장 체험.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초등학생들의 꽃농장 체험. [사진=석태문 연구위원]

꽃이 주는 여유로 창의의 사회를

꽃은 정서 상품이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생필품이 아니다.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500달러이었다. 소득 1만 달러는 되어야 대중적인 꽃 소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볼 때 베트남의 꽃 소비는 이례적이다.

이방인은 베트남의 문화 속에 꽃을 사랑하는 DNA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베트남에 며칠 동안 관광왔다면 주택과 거리의 틈새 공간을 살펴보길 권한다. 그 공간에서 꽃을 찾을 확률은 매우 높다.

베트남은 꽃 수출도 하지만, 꽃 소비가 가장 많은 뗏(tet; 음력설) 연휴에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부족하여 수입까지 한다.

베트남이 꽃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는 문화코드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베트남 지배가 낳은 유제는 아닐까? 유·불교문화가 결합해서 낳은 제의가 발달한 때문은 아닐까? 이런 일들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꽃 사랑 문화로 농축된 것일까?

베트남 사람들이 치르는 각종 행사, 기념일, 축제에서 꽃은 늘 함께 해왔다. 지구촌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올리고 있는 베트남이다.

아름답고 평안을 주는 꽃으로 인해 성장에 소외되지 않고, 일상의 여유와 창의를 유지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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