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등 메모리 가격하락세 '멈춤'...내년에는 수출액도 회복 전망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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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올해 반도체의 부진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수출물량은 지난해 역대 최대 호황기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 반도체가 부진을 겪은 것은 수출물량 보다는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데 원인이 있었던 셈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반도체 수출 물량은 2557.2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2204.4톤) 보다 16.0%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인데, 반도체 수출 물량은 올해 1월과 2월, 6월만 작년 동월 대비 감소했을 뿐 전반적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재고 조정에 나선 가운데서도 우리 업체들은 '초격차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수출을 늘렸다는 반증이다.

◇ 10월까지 누적 수출 물량 작년 비해 5.2% 늘어

올해 들어 지난달(25일 기준)까지 반도체의 누적 수출 물량은 2만9834.1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8363.8톤) 보다 5.2%나 증가한 수치로, 7월부터는 매달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꾸준히 늘면서 생산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생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다.

지난 1분기 7.9%와 2분기 7.3% 늘어난 데 이어 증가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전체 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0.7% 줄었지만 반도체는 호조세를 유지한 셈이다.

◇ D램·낸드 등 메모리가격 급락이 문제

반도체의 생산과 수출 호조세에도 '반도체 코리아'가 부진이라는 멍에를 쓴 이유는 결국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해 들어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간 대량 거래에 사용되는 D램(DDR4 8기가비트 기준)의 10월 고정 거래 가격은 2.81달러로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1년 전보다 62%나 하락했다. DDR4 8기가비트 기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6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작년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이 최악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에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789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1억7000만달러)보다 26.3%나 줄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시작됐던 2017년의 같은 기간(786억9900만달러)보다 많은 것이며, 2016년 연간 반도체 수출액(622억2800만달러)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는 지난해의 메모리 반도체가 워낙 호황을 누리다 보니 올해 기저효과가 나타났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2014~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실적 비교. [자료=한국무역협회]
2014~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실적 비교. [자료=한국무역협회]

◇ 내년 본격 회복 기대감 높여

최근 메모리 가격 급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내년에는 수출액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5G 이동통신 도입과 PC 수요 증가 등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 반도체 수출은 지난 2017년(979억달러)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들어 반도체 수출 물량이 늘어난 것은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강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 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선 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며 "한국 기업의 메모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대체가 어렵다는 점은 불황기에도 결정적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 수출 증가와 투자 확대 등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률에도 긍정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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