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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세상은 '낙원(樂園)상가'
[데스크 칼럼] 세상은 '낙원(樂園)상가'
  • 하응백 문화에디터
  • 승인 2019.11.07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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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응백 문화에디터.
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50대 이상 서울에서 살아온 사람들 중에는 종각 전철역 바로 위에 위치했던 종로서적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다.

80년대까지 대학생들은 약속 장소로 종로서적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책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사기도 했다.

책 쇼핑이 끝나면 인근 관철동 골목 주점으로 옮겨, 술 한 잔 하면서 책 내용에 대해 토론도 하면서 얼치기 주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어설픈 지식에서 비롯한 술집에서의 종횡무진 얼치기 주장들은 이후 반성을 거듭하여 중장년층의 사상 형성에 큰 기여를 하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리하여 종로서적은 그들에게 지적 편력의 장소로 추억되는 것이다.

1907년 개업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던 종로서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폴란드전에서 한국이 승리하던 날 폐업했다.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처리된 것이다.

이 종로서점 자리에 2010년 ‘다이소’ 600호점이 들어섰다. 이후 다이소는 승승장구하여 2018년 말 매출액 약 2조원을 기록했고, 매장도 전국 1300여개로 확장되었다.

기업은 업종에 따라 늘 부침하게 마련이지만,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책방이 망하고 그 자리에 대표적인 소매잡화 판매 기업 다이소가 들어섰고, 그 기업이 확장일로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적인 사건이다.

다이소는 500원에서 5천원 정도의 상품을 파는 박리다매의 대표적인 잡화점이다. 다이소에 가보면 별별 상품이 눈부신 형광등 불빛 아래 잘 진열되어 있다.

1만 5천 원 정도의 책값으로 다이소에서는 여러 상품을 부담없이 풍족하게 쇼핑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1만 5000원의 책이 더 사용가치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다이소의 상품들이 더 사용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이소에 가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생활에 필요한, 혹은 비싸서 엄두를 못 냈던 상품들의 유사 상품들이 단 돈 1000원 남짓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눈을 반짝이며 여러 상품을 쇼핑해도 기껏 1만 5000원이면, 그 물욕을 상당히 충족시킬 수가 있으니, 그 아니 유용하지 아니하랴.

책이 주는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정보나 지식 전달과, 미학적 즐거움을 향유하는 것이다.

요즘은 정보와 지식은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다. 가령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고 싶다면, 과거에는 <파리를 가다>라는 책을 통해 사전 정보와 지식을 습득했다.

이제 그 기능은 스마트폰이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재미를 위해 소설책을 읽었다면 요즘은 그 재미를 대신할 다른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설사 소설책을 고집한다 해도 널려있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훨씬 경제적이다. 그렇게 책을 사지 않고 절약한 돈으로 다이소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경제적 인간이 취할 생활 방식이다.

이렇게 변한 세상에서 책의 내용을 생산하는 작가나 필자들이나 책을 만들고 파는 출판사나 인쇄업이나 서점 종사자들은, 망해가는 왕국의 왕궁에서 노을빛에 물든 왕궁의 기둥을 부여잡고 헐떡이며 울고 있는 시대 부적응자들이다. 앞으로 책과 관련한 업종은 더 빠른 속도로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인류의 지식과 사상 보존과 전파에 앞장섰던 책 산업은 영양 주사로 버티는 천연기념물 보호수 고목(古木)과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이다.

책 산업이 몰락한다고 해도 인류의 미래는 걱정 없다. 별별 다른 상품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을 소비하면서 삶의 희열을 느끼는 상품 소비 좀비의 낙원은 이미 도래했다. 벌써 세상은 ‘낙원(樂園)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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