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사익편취 등 우려 커져...총수 있는 재벌그룹 21개, 일가 지분률 높아져

[사진=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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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이른바 재벌 그룹(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도 총수 일가가 여전히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총수 일가가 이들 회사를 이용해 지배력 확대하고 내부거래 등 사익을 편취할 수 있는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2019년 9월 말 기준)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 지주회사 체제밖 총수일가 지배 계열사 170개 달해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는 지난해와 동일한 173개로 집계됐다.

15개의 지주회사가 각각 신설되고 제외됐는데,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는 2개 늘어난 39개다.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이하 전환집단)은 전년 보다 1개 늘어난 23개였다. 전환집단은 지주회사와 지주회사 계열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 회사 자산총액 합계액의 절반 이상인 대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올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롯데와 효성, 에이디치씨(HDC) 등 3개다. 메리츠금융, 한진중공업, 한진은 대기업집단에서 빠져 조사대상에 제외됐다. 애경은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됐다.

23개 전환집단, 즉 '지주회사 체제 그룹'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1개였다.

이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와 총수 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각각 27.4%, 49.7%로 집계됐는데, 1년전 같은 시점의 28.2%, 44.8%와 비교하면 총수 지분율은 떨어졌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은 오히려 다소 높아졌다.

이는 새로 전환집단에 포함된 효성과 애경의 총수 지분율(각 9.4%·7.4%)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53.3%·45.9%)이 높기 때문이다.

전환집단은 전체 962개 계열사 중 760개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하고 있다. 전체 계열사에서 지주회사와 지주회사 계열사의 비율을 의미하는 지주회사 편입률은 79%다.

반대로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는 모두 170개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81개,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28개였다. 결국 170개 중 64%인 109개(81+28개)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의미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라며 "예를 들어 지주회사 밖 계열사와 지주회사 내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 81개 가운데 9개의 경우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런 계열사(9개) 중 6개에서 총수 2세의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일반지주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률 높아

전체 지주회사 173개 가운데 절반 이상(94개)은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중소 지주회사다.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자산총액 최소 규모 유예기간이 만료(2027년 6월말)되면 지주회사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지주회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4.2%(일반지주 34.6%·금융지주 28.5%)로 법령상 부채비율(200% 이하)을 대부분 충족했다. 10개 중 9개(91.3%)는 부채비율은 100%를 밑돌았다.

지주회사의 평균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수는 각 5.3개, 5.6개, 0.5개로 전년(5개·5.2개·0.5개)과 비교해 자·손자 회사 수가 늘었다.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만 보면 평균적으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각 10.9개, 19.3개, 2.8개씩 거느리고 있었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 72.7%, 82.5%로 집계됐다.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기준(상장 20%·비상장 20% 이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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