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바탕 부동산개발·면세점·리조트 등과 '사업융합' 추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몽규 회장의 '뚝심'이 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2일 업계에서 나온 평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올해 초 "그룹 간 사업을 융합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해 반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공을 들인 이유가 현재 HDC그룹의 계열사와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라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HDC그룹은 현재 호텔 및 쇼핑몰 운영, 빅데이터를 비롯한 계열사 간 시너지 형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며 "HDC만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종합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 'HDC현산-미래에셋 컨소' 선정
아시아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현산 컨소시엄은 매입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번 입찰에 참여한 애경 컨소시엄 제시액(1조5000억~1조7000억원) 보다 최대 1조원을 더 배팅한 수준이다.
현산 컨소시엄은 국토부가 전날 발표한 항공운송사업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도 통과했다.
이에 금호산업과 현산 컨소시엄은 곧바로 아시아나 매각을 위한 본협상에 착수한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통매각' 대상이다.
다만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 채권단이 경우에 따라서는 자회사 개별 매각도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둬 협상 과정에서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본협상에서는 현산과 금호가 구주 가격, 신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등 조건을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 모든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주 자금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안정되고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는 9조6000억원, 자본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부채비율은 660%에 달한다. 신주 인수 자금으로 기대되는 약 2조원이 아시아나에 수혈되면 부채비율은 277%까지 떨어진다.
◇ 아시아나 항공 인수로 그룹 내 '사업융합'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로 주택사업을 바탕으로 면세점, 레저에 이어 부동산정보, 항공 분야까지 진출하게 됐다. '종합그룹'으로 도약할 전기를 맞게 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회사인 HDC그룹은 지난해 5월 현대산업개발을 분할해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마무리하고 다각도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영창악기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114, 올해 8월에도 오크밸리를 인수해 HDC리조트를 출범시켰다.
부동산개발과 사회간접자본, 금융·투자,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중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런 행보를 볼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미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관측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지주사 분할 이후 자체개발 사업, 인프라 개발은 물론 레저·상업시설 개발 및 임대 등 운영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 '승자의 저주'는 없을까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에 '오버페이'를 했다고 비난하고 자금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최대 1조원이나 많은 총 2조5000억원을 써낸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력이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은 자금력, 특히 현금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본격 투자가 진행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6월 말 기준으로 HDC그룹 총 자산은 7조4000억원이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19.7%, 25.4%에 불과하다. HDC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만 1조6400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1조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갖춘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딜을 진행하면서 재무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