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평가 잣대...정부가 경영개입 논란 '투명한 운영' 필요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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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민연금이 이른바 '나쁜 기업'에 대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경영진이 횡령, 배임 등 사익을 취하는 기업에는 '책임 투자'의 원칙으로 경영권에 적극 개입한다는 의미다.

특히 주주 제안에 소극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진(CEO)을 주주총회에서 해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안)'과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지침(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국민연금의 '사회적책임투자' 원칙

이번 방안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시행한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의 후속 조치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대상과 절차,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게 취지다.

이에 '책임 투자' 원칙을 명확하게 했는데 ESG 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떨어져 C등급 이하에 해당하거나, 이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발생한 경우에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주주 배당에 소극적이거나, 임원 보수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의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한 기업들이 주 타깃이다.

또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지속해서 이사와 감사선임을 반대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투자기업도 주주권 행사의 주요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수익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과의 생산적 대화를 우선하되, 충분히 대화했는데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한다.

다만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때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특히 보유지분율이 10%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참여 주주 제안 때는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기업의 주식 매매를 정지할 계획이다.

[사진=국민연금]
[사진=국민연금]

◇ 정부가 기업 경영개입 논란...'투명한 운영' 필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 입맛에 맞게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투자가 정부 뜻에 따라 해석되는 사례에 대한 경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중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4개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이마트, 카카오 등 13개 기업은 국민연금과 외국인이 공조할 경우 사내이사를 해임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3월 국민연금이 고(故)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해 연임해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 지분 11.5%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일부 헤지펀드가 반대표를 던지자 정관상 의결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면 외국계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벤트가 되는 셈이어서 외국인이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권 행사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양성일 인구정책실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일각에서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다고 문제를 제기하지만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수탁자책임 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기업과의 대화에 중점을 두고, 그런데도 개선이 없을 때만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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