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을 뜻하지는 않지만, 경쟁사를 압도하는 인수가격(약 2조5000억 원)을 고려할 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새로운 항공사업주로 등극할 가능성은 크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M&A를 놓고 오래 전부터 많은 분석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HDC의 재무적 부담,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등등.

우선 HDC의 재무부담을 짚고 넘어가보자. 본입찰 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대형 M&A가 늘 그렇듯 정밀실사를 통해 최종 인수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설사 2조5000억 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또한,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와의 계약(투자수익률 보장 약정)이 불리하다고 해도, HDC의 연간 현금창출력과 보유 현금성자산을 고려할 때 이번 M&A에서는 인수자의 재무부담이 큰 이슈로 볼 수 없다.

물론, 항공산업이 유가, 환율, 경기, 국가 간 갈등 등 많은 변수에 큰 실적 변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HDC의 재무 부담을 인수가격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업종상 지위와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 등을 고려하면 외부 변수만으로 HDC의 리스크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최종 인수계약까지의 과정이다. 정밀 실사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우발채무가 예상보다 크다면 최종 인수금액을 놓고 매각 측과 밀고 당기기가 불가피하다.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에 따른 가격 조정 실랑이도 벌어질 수 있다. 대형 M&A에서는 늘 우발채무가 문제였다. 심각하면 거래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관건은 HDC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다. 그동안 이번 인수전에서의 경쟁사는 HDC의 면세점과의 시너지가 말도 안된다고 지적해왔다.

사실 M&A에서 시너지 경쟁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다. 명분을 붙이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늘 그렇듯 가격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다.

전혀 다른 업종 간 결합도 한 쪽의 재무적 우량함이 다른 쪽을 메워준다면 그 또한 시너지다.

그런데 HDC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모르는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이 범현대가(家)를 규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을 제외하더라도 범현대가 임직원(해외 투자사업이 많은 미래에셋대우 임직원도 마찬가지)이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점유하고, 범현대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물류를 이용한다면, 그 수요는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러한 호재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대한항공을 넘어설 수도 있다. 반면,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아직 끄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M&A의 관건은 우발채무 규모와 HDC를 비롯한 범현대가의 규합 여부라고 볼 수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강세인 반면, HDC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HDC의 재무 부담과 악재가 많았던 아시아나항공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두 변수가 확인되면 양사의 단기, 중장기 주가 흐름은 다르게 움직일 전망이다. 또, 두 변수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M&A의 성패도 갈릴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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