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본인 선택보다 가족합의로 결정 많아...사전연명의료의향서 43만명 작성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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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강영민 기자】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임종과정에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하지 않고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식하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22일 '2019 연명의료결정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제도 운영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2월 4일 이후 지난달까지 1년 8개월간 7만996명이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했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으로 치료효과 없이 연명시키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연명의료 유보와 중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필요하다. 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 진술이나 전원 합의에 따라서도 결정이 가능하다.

연명의료 유보·중단 이행자 가운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경우는 997명(1.4%),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은 2만3049명(32.5%)이었다.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나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결정한 경우는 각각 2만2940명(32.3%), 2만4010명(33.8%)으로 집계됐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은 "아직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한 결정보다는 가족의 개입에 의한 결정이 많은 상황"이라며 "자기 결정권에 의해 연명의료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제도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국가생명윤리정책원]
[자료=국가생명윤리정책원]

성별로 보면 남성이 4만2753명으로 여성 2만8243명 보다 많았다.

월별 누적 등록자는 올해 5월 5만291명에서, 6월 5만3900명, 7월 5만8398명, 8월 6만2546명, 9월 6만6574명, 10월 7만996명으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성별 차이를 보였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여성, 연명의료계획서는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담당의사에게 요청해 설명을 들은 후 작성하는 서류다. 작성은 담당의사가 한다.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달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43만457명이 작성했다. 여성은 30만4865명(70.8%)으로 남성 등록자 12만5592명(29.2%)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명의료계획서는 3만1616명이 작성했고, 남성이 1만9793명(62.6%)으로 여성 1만1823명(37.4%)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두 서류 모두 대다수가 고령층이 작성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70대가 46.1%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60대 22.2%, 80세 이상 19.8% 등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 역시 70대 27.7%, 60대 26.3%, 50대 19.3%, 80세 이상 17.2% 등의 순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제도 마련과 정착 과정에서 생명경시 우려 측면도 있었지만 조기에 잘 정착해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잘 이해하고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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