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당시 "내년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자제해 달라"…청와대·여야 일제히 비판
나 원내대표 "이번 방문 아닌 지난 7월 볼튼 방문시 요청 한 것" 반박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지난 26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황교안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청와대 분수 앞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한국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YTN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들의 방미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이 같이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들의 방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우리 측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번 방미 때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은 자유한국당도 환영한다"면서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러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파문은 또 다른 정국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문제를 총선 등 당리당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일부 내부를 비롯 야당 측에서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일부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면서 황교안 대표의 단식과정에서 방미한 것과 관련해 비판을 의식한 성과 과시용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나 원내대표는)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며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경악할 일이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보다 당리당략이 우선할 수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은 안중에도 없는가"라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국가와 민족 앞에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도저히 제 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가.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가. 대한민국 제1야당의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 당장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정치의 영역에서 발을 떼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자유한국당과 같은 보수성향인 바른미래당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자리에서 방문 목적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나 원내대표의 소속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만희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을 통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은 비핵화와는 무관한 시간 끌기용 이벤트, 총선용 가짜 평화쇼를 경계하였을 뿐"이라며 "가짜 평화쇼는 오히려 안보를 저해하고 비핵화를 지연시키며, 나아가 민심과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당연한 우려를 표명한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국적'마저 운운하는 청와대는 대한민국 청와대가 맞느냐"며 정부를 비판하면 이적, 매국, 친일로 몰아가는 그 못된 버릇을 끊지 못한 청와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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