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도 2.0%로 내려..."현재 우리경제 바닥 다지는 모습"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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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은행이 29일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 2.3%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전망치 보다 각각 0.2%포인트씩 내린 셈이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바닥을 다지며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전망인데, 다만 한은은 여전히 잠재성장률(2.5~2.6%)을 밑도는 만큼 성장 모멘텀은 강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측한 바 있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 예측대로 2.0%에 그칠 경우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11월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올해 두 차례 이뤄진 금리인하 효과를 더 지켜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는 0.4%, 내년은 1.0%로 전망했다.

◇ 바닥 다지며 완만한 성장 흐름 보일 것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내 경기 흐름에 대해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소간의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부터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되고 IT 업황 개선 등이 이뤄지면 수출과 설비투자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예상대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하면 불확실성이 줄면서 투자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겠고 글로벌 교역도 확대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출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흐름의 불확실성 요인 중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정부의 확장적 경기대응책 ▲미·중 무역협상 타결 등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기조 완화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 확산을 꼽았다.

경기 흐름을 어둡게 할 리스크 요인으로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글로벌 교역 부진 지속 ▲홍콩 시위사태 격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중국의 내수 부진 심화를 지목했다.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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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분쟁 완화...반도체 경기 회복이 관건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을 전망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더는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와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내년 중반에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외부의 예측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요인도 있지만 반도체 경기의 회복과 미·중 무역분쟁 해소 여부가 우리 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전문기관에서 내년 중반 이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회복한다고 해도 활황이었던 작년(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올해 연말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셈이다.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해서는 "관련 불확실성이 최근에는 양국 간 1단계 협상 타결 여지가 생기면서 상당 폭 완화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더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물가도 낮은 상황이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기도 했지만, 지난달에는 전년 대비 보합으로 올라왔다.

정부와 한은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0%대 낮은 물가가 지속한 데다 내년에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를 밑도는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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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시기 주목

금융시장에선 경기 회복세가 계속 지연될 경우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 의결문에는 10월 의결문에는 포함됐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표현이 삭제됐는데, 이에 대해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기준금리를 한 차례(0.25%포인트) 더 낮출 경우 금리가 연 1.0%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부동산시장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게 부담이다.

이 총재는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통화정책 효과를 살펴보는 것은 중앙은행의 일상 업무"라며 "표현이 들어가거나 빠진 게 통화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을 시사하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우리 기준금리 수준이 (경제 상황에)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한은이 당분간은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 여건 변화를 살펴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1월 17일, 2월 27일, 4월 9일, 5월 28일에 금통위가 예정돼 있다. 4월에는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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