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타다 페이스북]
[사진=타다 페이스북]

【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기업은 늘 위기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그것이 기업의 실수에서 비롯됐든 아니면 운이 따르지 않아서든 위기는 언제나 대기 중이다.

위기의 형태는 회사 기밀이 노출돼 회사의 신뢰에 치명적 상처를 입기도 하고 진행 중인 계약 내용이 새어 나가 계약파기라는 경영상의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법대로 하라’며 정부가 눈을 치켜뜨고 나설 경우 기업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실컷 준비하고 투자해 놓은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 경영에는 내부 요인 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외부 환경의 변화가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위기관리 대응방식도 다양하고 복잡해기 마련이다.

물론 기업이 앞으로 겪게 될 위기의 유형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위기 상황이 항상 미리 설정된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기업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정부가 수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기업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명 ‘타다 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재웅 대표의 페이스 북 발언 내용을 소개하며 ‘시대착오적이며 정치가 혁신을 막아섰다’고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도 현행 택시에 대한 불만과 소비자 편익 등을 이유로 타다 영업에 우호적이다.

반면 국회와 정부.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택시회사와 운전사들은 생존권 피해를 호소하며 결사 반대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빌리는 사람에게 운전사를 알선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조항에 근거, 승합차를 이용한 호출 렌터카 형식의 서비스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는 법 취지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것으로 승객을 운송하는 형태의 영업은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11인승 이상의 밴 승용차를 이용한 택시 영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내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타다에 대해 기를 쓰고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다 서비스 도입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스타트업들의 주장처럼 혁신적인 신산업인가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토부의 제4차 택시총량제 수립기준 개선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택시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8조5462억원(대당 매출 3400만원)에서 2017년 8조5300억원(대당 3500만원)으로 큰 변동 없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 등 편리한 대중교통망이 확충되면서 도심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택시운송 업계는 그 시장 규모가 폭발적이거나 지속적 성장이 힘든 업종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모빌리티 분야에서 좀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필요할 때이지 단순히 현행 법 규정의 빈틈을 노려 승합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게 혁신적 신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해 보인다.

이재웅 대표가 ‘공유경제, 혁신적인 신산업’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유사택시영업에 불과하다며 반대하는 입장과 같은 생각이다.

실제 타다를 이용해본 소비자들의 서비스 후기는 대부분이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차량의 쾌적성과 기사들이 친절함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 창출이 아니라 기존 택시시장을 잠식하는 것이라면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범해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는 약탈적 자본주의와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서비스 불만과 이용 편의성을 보완하기 위한 서비스라면 택시 운송업계는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너도 나도 뛰어드는 또 하나의 정글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실제 타다에 이어 이름도 유사한 ‘차차’와 ‘파파’ 등의 유사 서비스 업체가 이미 생겨났다.

이들 제 2, 제 3의 타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행 택시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또다시 그대로 재연될 수도 있다.

기업을 둘러싼 갖가지 변수들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타다의 경우 이미 시작 때부터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혁신만을 앞세워 안이하게 대응했다면 지금의 위기(1년 6개월 뒤 사업을 접을지 아니면 불법으로 운행할지)는 자초한 측면이 있다.

타다 논쟁이 벌어졌을 때 사안의 진행 경과를 시나리오처럼 설정하고 단계마다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했어야 했다.

왜 타다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의 택시운송사업에 필요한지 또 이 사업으로 인해 어떤 부가가치와 혁신적인 성장 모델이 필요한지 등등에 대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지면서 반대 목소리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또한 기존 택시업계의 수익을 갉아 먹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소비자나 투자자들에게 어떤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

혁신의 이름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거나 정답일 수는 없다.

혁신도 그 사회에 녹아들어 바람직한 결과가 나와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타다 서비스가 정말 혁신적 사업모델인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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