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투옥 후 54세에 창업

한 강연회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인밍산 리판그룹 회장. [사진=리판그룹 보도자료]
한 강연회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인밍산 리판그룹 회장. [사진=리판그룹 보도자료]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인생 자체가 드라마인 사람은 많다.

경제인들 중에도 적지 않게 있다.

인생의 쓴맛을 몇 번이나 본 이후 성공할 경우 더욱 빛도 난다.

그래서 만인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오토바이 생산에 관한 한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칭(重慶) 리판(力帆)그룹의 인밍산(尹明善. 81) 회장이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살펴보면 정말 그렇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보인다.

중국의 기업인들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고령의 창업 성공 1세대인 그는 1938년 충칭 푸링(涪陵)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다.

출신 성분이 나빴다고 단언해도 좋다.

고향의 최고 명문인 충칭1중학에 입학해 공부했음에도 1950년대 말의 반우파투쟁의 와중에 휩쓸려 퇴학을 당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횡액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퇴학을 당한 이후에는 체제를 비판했다는 죄목으로 고초를 겪게 됐다.

이번에는 감옥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무한정의 노동개조 생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1979년 12월 개혁, 개방 정책이 고고의 성을 울리면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춘의 좋은 시절을 노동개조로 다 보내버린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우선 노동개조 때 틈틈이 배운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먹고 살았다.

이어 충칭출판사에 편집자로 입사한 후 부사장까지 올랐다.

48세 때는 직접 출판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사업은 재수 없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청년 시절과는 달리 탄탄대로였다.

사업 밑천인 종자돈 100만 위안(元. 1억7000만 원. 1 위안은 170 원)은 곧 마련됐다.

그는 이번에는 출판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토바이 제조업에 눈을 돌렸다.

오토바이 엔진을 제조하는 충칭차량부품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다.

리판그룹의 전신이었다. 나이 54세 때였다.

이후에도 그의 사업은 일사천리였다.

프로 축구 리판 팀의 구단주 시절의 인밍산 회장. [사진=리판그룹 보도자료]
프로 축구 충칭 리판 팀의 구단주 시절의 인밍산 회장. [사진=리판그룹 보도자료]

한국의 이장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바 있는 프로축구 팀 ‘충칭 리판’을 창단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드디어 2003년에는 리판그룹을 중국에서 가장 큰 오토바이 생산업체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잇따른 사업 성공에 자신을 얻은 그는 평생의 숙원이던 자동차 사업으로도 눈을 돌렸다.

리판자동차는 이렇게 탄생했다.

2011년 11월에는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최초의 민영 자동차 기업도 될 수 있었다.

리판은 명실상부한 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 역시 40억 위안의 자산을 보유한 전국구 기업인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지금은 은퇴한 주룽지(朱鎔基.91) 전 총리 등으로부터 “진정으로 성공한 민영 기업인이다.”라는 칭찬을 들은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었다.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성공하지 않았다.

좌절을 맛봤을 때마다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경영관을 가진 채 분투하면서 노력한 것이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젊은이 못지않은 대범함을 바탕으로 한 절묘한 타이밍의 통 큰 투자 역시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좋다.

그의 그룹은 현재 다소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밍산 회장이 리판그룹이 생산한 자동차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리판그룹 보도자료]
인밍산 회장이 리판그룹이 생산한 자동차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리판그룹 보도자료]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져 있는 자동차 산업으로 인해 그룹의 매출이 휘청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그가 2017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전반을 일임하고 반 은퇴 상태에 있다가 최근 전격 복귀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리판그룹은 다크호스다. 힘차게(力) 돛(帆)을 펼쳐 파도를 헤쳐 나가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없다.”라고 늘 되뇌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리판그룹이 이 정도 어려움에 힘없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가 돌아온 이유도 바로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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