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5개그룹 1.3조원 거래...절반은 총수일가 지분율 높은 계열사로

[사진=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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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대기업 집단(그룹) 들은 대부분 계열사들로부터 이른바 간판값(상표권 사용료)을 받는다. 이런 간판값이 총수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35개 그룹이 지주회사 등을 통해 한 해 동안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는 약 1조3000억에 달했는데, 이런 간판값을 받는 계열사들의 절반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 업체였다.

◇ LG·SK, 상표권 사용료로 2000억원 넘게 받아

공정거래위원회는 59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2103개 소속회사를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53개 기업집단이 계열사와 상표권 사용거래를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35개 기업집단 소속 52개 회사가 446개 계열회사와 유상으로 거래했고 거래액은 1조2854억원에 달했다. 

유상 거래 52개사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1조2854억원으로, 2017년(1조1531억원·37개 기업집단)보다 11.5% 늘었다.

기업집단별로 상표권 사용료가 가장 많은 것은 LG(2684억원)였고, SK(2332억원)도 2000억원을 넘었다.

한화(1529억원), 롯데(1032억원), CJ(978억원), GS(919억원)가 뒤를 이었고, 삼성의 연간 브랜드 사용료 수입은 105억원이었다.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계열사 수는 SK(64), 롯데(49), 한화(23), KT(22), GS(21) 순으로 많았다.

공정위는 지급 회사 수와 사용료 산정 기준인 매출액 등 사용료 산정기준 비율이 기업집단별로 달라 사용료 수입에도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2014년 8654억원이었다가 매년 늘어 2017년 1조원을 돌파했다.

공정위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를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거래내역을 분석해 공개한 것은 2018년 4월 고시개정 이후 처음이다.

[자료=공정위]
[자료=공정위]

◇ 총수 일가 사익편취 악용 가능성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52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없는 3개사를 제외한 49개의 48.9%인 24개 회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였다.

그룹 내부 상표권 사용료 거래가 총수 일가 이익을 늘리는데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삼성물산, ㈜LG, SK㈜, CJ㈜, ㈜GS, HDC, 미래에셋자산운용㈜, ㈜아모레퍼시픽그룹, ㈜동원엔터프라이즈, 중흥토건, 세아홀딩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AK홀딩스, ㈜효성, ㈜코오롱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또 상표권 사용료가 수취회사의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65.7%), CJ㈜(57.6%), ㈜코오롱(45.2%), 롯데지주(39.3%), ㈜LG(35.5%)의 경우 상표권 사용료 수입의 매출 대비 비중이 30% 이상이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장은 "상표권 사용거래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악용됐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공개를 통해 기업들이 상표권 사용료를 정당하게 받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된 상표권 사용거래 중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거래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하면 조사 및 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상표권 사용거래를 좀 더 명확하게 공시하도록 매뉴얼을 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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