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대한통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서비스. [사진=CJ대한통운]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ags 협회는 매년 국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공동목표에 부합하는 세계 기업군을 선정해왔다.

그런데 이번 2019년도 리스트의 최우수그룹에 SK, 삼성, 인텔, 아마존, 애플 등에 앞서 CJ를 올리면서, 이 회사의 공유가치 창출 경영을 대표하는 ‘실버택배’에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 세계가 인정한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서비스

실버택배는 지난해 미국 포춘(Fortune)이 발표한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Change the World) 50’에 국내 최초로 선정된 바 있고, 영국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한국의 대표적 노인 일자리 창출 사례로 소개되었으며, 2019년 5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오피니언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2018 공유가치 리더십 서밋(Shared Value Leadership Summit)’에 소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연사로 나선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는 해당 사업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실버택배 서비스를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 규정했다. 그는 또한 회사의 '2017-2018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CJ대한통운은 CJ가 추구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정신에 기반을 두어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가 고민한 대목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그에 따른 고령 계층의 빈곤 문제가 선진국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은 2010년 10.8%로 올라선 이래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9년 12월 현재 14.9%로 곧 15%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향후에도 이 추세가 지속되어 현재 768만5000명인 고령인구는 2025년 1051만1천 명(20.3%), 2028년에는 1211만8천 명(23.3%)으로, 그리고 2040년에는 1700만 명(33.9%)을, 다시 2044년에는 1800만 명(36.3%)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2051년에는 그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2067년경이면 고령인구가 생산연령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표 참조).

그런 반면 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고령자의 은퇴 후 생활이 이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 가령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7.2%나 되는데 이를 OECD 34개국 평균치인 12.8%와 대비하면 이를 알 수 있다.

표. 생산연령인구 대비 고령인구 추이, 출처 : 통계청,「장래인구추계」에서 편집.
표. 생산연령인구 대비 고령인구 추이, 출처 : 통계청,「장래인구추계」에서 편집.

이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그 일부의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하므로, 이윤 창출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CJ대한통운은 이 문제에 “공유가치를 창출하여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오늘날 기업의 새로운 전망”이라는 경영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그 결과 회사가 보유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 노력이 실버택배로 결실을 본 것이다.

◆ 실버택배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방식과 전망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실버택배는 60세 이상의 시니어 배달원이 택배 배송에 참여하는 ‘거점형 택배’ 사업이다. 이 사업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째 시니어들의 원거리 이동에 따르는 어려움을 고려하여 아파트와 같은 주거 밀집지역 내에 배송거점을 마련한다.

둘째 거점에 택배 물품이 도착하면 시니어 배달원은 친환경 전동카트를 이용하여 비교적 짧은 거리의 인근 고객에게 물품을 배송한다. 기존 택배기사 한 명이 화물차량으로 평균 200여 명을 감당한다면, 실버택배는 거점 반경 1~2km 내의 구역을 4~5명의 시니어가 나누어 배송하며 그 수량도 택배기사의 20% 수준이므로 업무 하중이 작다.

셋째 이렇게 참여한 시니어들은 본인이 배송한 수량만큼 수수료를 급여로 받는다.

이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CJ대한통운은 2013년 보건복지부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 MOU’를 체결했고 이어 각급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하여 차례로 실버택배 거점을 설립했다.

거점과 인원은 꾸준히 늘어났는데 2018년 말 현재 거점 수는 167개소, 참여 인원은 저소득층‧장애인‧시니어 계층을 포함 1342명에 달한다.

CJ대한통운은 이 모델을 확장하여 2017년부터 서울시50+재단과 함께 ‘일상생활지원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50+재단이 작성한 '기업의 CSV Creating Shared Value와 50+세대 일자리 창출에 관한 연구'(2018. 5.)에 따르면 이는 실버택배거점 단위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마을경제 플랫폼으로 재규정된다.

즉 택배 배달 이외에 가사도우미, 세탁·세차, 집수리, 유통·판매, 문화복지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마을 경제를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실버택배는 지역으로 꾸준히 확산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2014년 CJ대한통운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남도청 등이 협력하여 경남 지역에 이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반응이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택배 시스템은 배송기사의 부담이 커 기사의 이직률이 높고 갑작스런 퇴직에 따른 배송 중단 위험과 그에 따른 비용 문제를 늘 안고 있었다.

이를 실버택배로 대체할 경우 인력 부족은 해소될 수 있지만 대신 시니어의 신체적인 무리를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CJ대한통운이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지역 택배 거점을 마련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 지자체나 행정기관은 부지 시설물 등을 제공할 수 있고, 그밖에 노인인력개발원 등 사회단체에서 노인 교육 같은 재정외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실버택배는 시니어 군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더불어 친환경 전동카트 운용을 통한 환경·사회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다. 현재 가동되는 카트는 370여 대 수준이지만 양이 늘어나면 택배차량 매연으로 생기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일정 수준 저감시킬 것이다.

◆ 공유가치 창출 경영의 대표 성공 사례

실버택배는 풍부한 잠재력으로 인해 유엔과 포춘지, 이코노미스트지를 포함, 다양한 곳으로부터 찬사를 받아왔다.

유엔은 2018년 가장 뛰어난 지속가능경영을 이행한 기업에게 수여되는 상인 ‘UN SDGs 기업 이행상’을 수여하고, 해당 사례를 지속가능개발목표 우수사례로 삼아 유엔 공식 홈페이지에 등재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장년층 고용 촉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 실버택배를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유창조, 이형일 교수는 'CJ그룹의 CSV 경영 : 현황과 미래과제'(2016)라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논문은 먼저 포터(Porter)와 크리머(Kraemer) 교수의 정의를 통해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소개한다.

즉 CSV는 사회적 가치 공유를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의미하는데, 기업이 그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CSV 개념의 핵심은 기업에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업의 이윤창출을 포기한 사회공헌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통한 이윤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CJ그룹은 이전까지 주로 기부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져 왔으나, 2013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CSV 경영을 선포하고, 전담 경영진을 설치하고 외부 전문가 13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는 등 참여 방안을 본격 모색했다.

이어 계열사별로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 지금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CSV를 포괄하고 있다. 그 대표격이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사업이다.

산업연구원의 이두의·고동우·김동수 등은 '공유가치창출을 통한 지역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강화방안(2013. 12.)'이라는 논문에서 이 회사의 실버택배 서비스를 “저소득층 특히 노인의 소득증대라는 사회적 가치(일자리 창출) 실현과 함께 경제적 가치도 높인” 대표적 사례라고 보았다.

논문은 CJ대한통운이 “차별화된 CSV 모델을 발굴하고 실천하여,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고령자 친화 기업인 “실버택배 전문회사를 설립하여 시니어 인력을 배송원으로 고용”하는 한편, 이 사업을 위한 컨설팅과 택배물량 공급 및 사업에 필요한 배송장비, 배송거점 마련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동시에 친환경 전동 배송장비를 통해 온실가스 절감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병준 교수는 '실버택배를 통한 공유가치창출 : CJ대한통운의 사례'(2015) 제하 논문에서 이 사례가 “기업-사회-정부 각 주체의 역할과 공동의 협력이 필요”한 CSV의 요건에 잘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각 사업 주체들이 “외부의 환경을 내부로 끌어들여 내부역량을 활용하여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50+재단의 논문은 실버택배 사업의 세계적 확장성에 주목한다.

재단이 조사한 데 따르면 CJ는 2013년 CSV 경영팀을 신설해 사업을 뒷받침할 시스템을 갖췄고 이어 2016년에 CSV 기획실과 사회공헌추진단으로 개편해 기능을 강화했는데 이 무렵 실버택배 서비스가 본격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업장에 CSV 전담부서를 마련하는 등 동 서비스를 해외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경영계와 학계는 이 사업이 정부, 지자체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통해 고령화 시대의 대안을 추구하는 산학연 크러스트 모델이라는 데 공통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단순한 노인 일자리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과 사회의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매우 세련된 경영 모델로서, 실버택배의 지속적인 확장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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