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보료율 3.2% 인상...재정투입 계획보다 8300억원 추가 7조원 육박
"2%내외 저성장 시대 국민·기업 감당 어렵다"...건강보험 개혁 주장 나와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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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내년 1월1일부터 건강보험료율이 3.2% 오르는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건강보험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이하 문 케어)'로 인해 재정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에도 짐이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건보재정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과잉진료, 의료쇼핑 등이 맞물리면서 소진 흐름이 정부의 추계를 일부 뛰어넘고 있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 내년 건보료율 3.2% 인상...직장인 평균 '11만6018원'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3.2%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직장인의 경우 월평균 건강보험료가 11만2365원에서 11만6018원으로 3653원 오르게 된다.

정부가 2020년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문 케어'에 7조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2017년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당시 예고된 금액보다 8000억원 이상 추가된 규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내년 문 케어 재정 비용으로 6조9232억원을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 2017년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할 때 추정한 2020년 비용 6조922억원 보다 8310억원이 많아졌다.

다만 재정 관리 방안은 예고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보험료율을 3.2% 인상하고 정부지원액을 전년대비 1조1000억원 늘리는 정도다. 건강보험 정부지원액 추가 상향, 보험료율 상한(8%) 조정 등에 대한 연구용역도 추진하기로 했다.

추가된 비용은 올 4월 발표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예고된 내용이다.

당시 복지부는 2023년까지 문 케어 비용을 41조6000억여원으로 추산했다. 2년 전 보장성 강화 대책 때 계획된 재정에서 6조5000억여원이 더해졌다. 추가 재정 중 내년 비용이 8310억원인 셈이다.

자기공명영상(MRI) 등 굵직한 항목에서 비용 지출이 정부 예상범위와 괴리가 커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복지부는 문 케어를 설계할 때만 해도 2023년 이후부터 건보 재정 잔고를 10조~11조원대로 유지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MRI처럼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만 해도 보험료를 지금과 같은 수준(3%대 초반)을 유지하다간 2024년 재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2026년 무렵에는 10조원 가까이 적자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재정 우려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간 재정 추계액이 연간 약 4조5000억원 수준인데 실제 집행은 3조8000억~4조원으로 계획대비 85~88% 수준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 과장은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지출 및 의료이용에 대해 정부가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적정한 수준에서 재정 지출(의료이용)이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 의료지출 지출증가에 재정위기 우려...'문 케어' 속도조절 하자

의료비 지출 증가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위기 우려가 커져 '문 케어'의 속도 조절 등 건강보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급진적 보장성 확대가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수반해 결국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떨어뜨리고 경제 활력마저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요지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9일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평가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국민건강보험, 지속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의료비 증가 속도로 보면 머지않아 과도한 국가 자원이 의료부문으로 투입되면서 성장잠재력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8년)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의 3배에 달하고,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정부가 보장성 확대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3.2%씩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자체도 경제성장률이 2% 내외인 저성장시대 속에서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 여력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특히 건강보험료 수입총액의 43%를 부담하는 기업들은 경영환경 악화와 실적부진으로 더 이상 보험료을 추가 부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강보험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등 의료현장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민영 보험시장 활성화를 통해 의료보장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의료비 절감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 경쟁요소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도 비슷한 우려와 대안이 제기됐다.

장성인 연세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변화에 대응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와 개인별 평생 건강계정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란 '기본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필수 의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의 규제를 받는 민간보험이 담당하며 그 이상의 부가서비스는 민간 영역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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