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리닝' 브랜드 앞에 선 리닝. [사진=리닝 보도자료]
자신의 '리닝' 브랜드 앞에 선 리닝. [사진=리닝 보도자료]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세상 어디에서나 비주류의 삶은 고달프다.

어떨 때는 개, 돼지의 그것보다 못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중국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니 더할 수도 있다.

외견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내면을 살펴보면 한국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인 나라라고 봐도 괜찮으니 이렇게 단언해도 좋다.

이런 나라에서 키 작은 소수민족의 신분으로 비인기 종목인 체조 선수로 살았다면 삶이 그다지 평탄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이 지독한 비운의 주인공이 과연 있었을까 싶겠으나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천상에 없는 것도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 아닌가. 진짜 있었다.

지금은 중국의 대표적 스포츠 용품 브랜드가 된 ‘리닝’을 론칭한 리닝(李寧. 56)이 바로 이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들씌워졌던 비주류라는 멍에 세 개를 짊어진 채 20대 후반까지 홀로 고뇌한 인물이었다.

지금은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냈다.

그는 중국 내 소수민족 중 하나인 장족(壯族) 출신이다.

게다가 키도 엄청 작았다. 지금도 164cm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선수권 전관왕,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고는 하나 체조가 비인기종목이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금방 일반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갈 스타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그와 비슷한 처지의 체조 스타들 역시 대부분 그랬다.

심지어는 생활고를 겪다 올림픽에서 딴 메달을 판 기가 막힌 케이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속된 말로 그런 ‘쩌리’가 되기 싫었다.

어떻게 하든 자신에게 주어진 악조건을 극복하고 주류 사회에 당당하게 들어가고 싶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중궈리닝' 브랜드를 홍보하는 패션 쇼 광경. [사진=리닝 보도자료]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중궈리닝' 브랜드를 홍보하는 패션 쇼 광경. [사진=리닝 보도자료]

그는 고심 끝에 1989년 은퇴와 동시에 당시 스포츠음료 회사로 이름을 날리던 광둥(廣東)성의 젠리바오(健力寶)와 손을 잡았다.

이어 다음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체육용품 브랜드 ‘리닝’을 론칭했다.

회사 이름도 ‘리닝체육용품회사’로 지었다.

주변에서는 그의 행보를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조금 있는 재산마저 날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가볍게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잠재웠다.

창업 첫해부터 회사의 매출이 승승장구하더니 매년 2, 3배씩 폭발적으로 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한 번 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모든 종목의 용품과 유니폼을 ‘리닝’ 브랜드로 제작하는 배짱도 부렸다.

당연히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나 2012년을 전후해 매출액이 주춤했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강화 노력과 연구 개발 확대 등의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지금은 다시 쾌속 항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는 경쟁 브랜드가 없을 정도라고 해도 좋다.

최근에는 아예 국뽕 패션 브랜드 ‘중궈리닝’까지 론칭, 패션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관련 잡지들이 ‘리닝’의 브랜드 가치가 2019년 말을 기준으로 200억 위안(元. 1조4000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로 보면 다소 박하다고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에게는 평생의 좌우명이 두 개 있다고 한다.

리닝의 좌우명인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카피가 돋보이는 리닝 광고. [사진=리닝 보도자료]
리닝의 좌우명인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카피가 돋보이는 리닝 광고. [사진=리닝 보도자료]

하나는 “변화를 만들어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를 20대 후반부터는 이 좌우명대로 살았다. 그리고 성공했다.

현재 그의 좌우명은 ‘리닝’ 브랜드의 광고 카피로도 원용되고 있다.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고 봐도 괜찮을 듯하다.

이 좌우명대로라면 앞으로도 그의 사업은 실패를 모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