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 위법 사항땐 재판 결과 관계없이 이사 해임 등 요구키로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의결...박능후 장관 "시장예측 가능성 높이겠다"

[사진=국민연금]
[사진=국민연금]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민연금이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이사해임과 정관변경 요구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선다.

다만 산업과 기업의 상황을 반영해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두고 '중점관리사안'으로 주주활동을 펼치는 등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으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의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 위법 때 재판 결과 관계없이 적극적 주주활동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중 '중점관리사안'으로 ▲지나치게 낮은 기업의 배당정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 사익편취 등 법령 위반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속해서 반대의결권 행사 사안 등을 규정했다.

이 가운데 법령 위반과 관련된 경우 국민연금은 1, 2심을 거쳐 3심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업가치나 주주권익이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박 장관은 "기업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을 때 대개는 3심까지 가서 확정돼야 법률적 조치를 취하게 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는 재판에서 확정되냐 안되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재판이 2심이냐, 3심이냐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고려할 사항도 아니다. 어떤 단계든 불법 우려가 있을 때 주주로서 행사해야 한다고 (기금위에서) 논의됐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는 통로는 마련해 놓기로 했다.

박 장관은 "그 기업만의 사정이 있거나 산업계에서 특별한 상황에 있을 경우에는 주주제안 단계에서도 (제안을) 안 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며 "재계 요구를 받아들여 주주제안 단계에서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기업 선정 및 주주제안 내용은 기금위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각각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로서 위원 간 논의를 통해 추진한다.

주주제안 철회 절차는 수탁자전문위원회 등 단계별로 가능하며 최종적으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가 정하게 될 전망이다.

이날 기금위는 일부 사용자 단체 대표들이 가이드라인이 기업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등 기업 길들이기 목적이 있다고 반발하며 불참함에 따라 위원들 간의 합의가 아닌 표결방식으로 의결이 이뤄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10월 1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제7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10월 1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제7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 ESG평가 등급 하락도 '중점관리사안'으로

이날 기금위 논의에서는 주주활동 대상으로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으로 분류했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 등급 하락 사안을 '중점관리사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경영계의 사전에 기금운용본부의 ESG 평가 등급을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한 셈이다.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은 ▲기금운용본부의 ESG 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해 C등급 이하에 해당하거나 ▲ESG와 관련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경영계의 요청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목적은 기금의 장기 수익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주주활동 대상을 선정할 때 해당 기업의 산업적 특성 및 기업 여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으로 주주활동을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경영계의 의견을 고려해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사전 검토내용에 구속받지 않고 각각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이 수탁자책임활동 기간을 1년 단위로 설정했던 부분은 필요 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의결하는 경우에만 기간을 단축하거나 바로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박 장관은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중심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