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재무적 결과 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 다했는지에 더 관심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 포스코의 '기업 시민' 국내 사회적경제의 모델로

지난해 5월28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OVAC 2019'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지난해 5월28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OVAC 2019'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달려 있다'라고 생각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3일 포스코 그룹의 행사에 참석해 강연한 내용의 요지다. 이례적으로 다른 대기업의 행사에 참석해 강연한 것도 놀랍지만 궁극적으로 '착한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용이 더 파격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냐, 기업 시민이 되는 게 중요하냐고 했을 때 이제는 살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라며 "'난 여태껏 돈 벌던 대로 돈을 벌 거야' 이게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거죠"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재무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는 그의 소신을 밝힌 것이다.

이날 강연은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난 2019년은 그 어느 해 보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많이 포착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해 11월 1일 창립기념일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입니다"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당부했다.

◇ "착한기업이 뭐죠"...국내 기업들 아직 걸음마 단계

경제적 가치 창출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국내기업들의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갑질이나 환경오염 같은 악행을 통해서 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제 가치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다는 의미다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를 염려하는 글로벌 상황도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대응은 '미봉책' 수준이다. 일단 ESG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투자업계의 지적이다.

그나마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쏟는 부분은 '지배구조(G)' 이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한진그룹에 대해 엘리엇매니지먼트, KCGI 등 국내외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뜨거운 맛'을 봤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배구조에 대한 민감도나 대응력은 상당부분 개선이 된 상황이다.

반면 환경(E)과 사회(S) 부문 개선엔 소홀하다. 그나마 때 맞춰 성금을 기부하거나 겨울철 김장이나 연탄 배달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과 금융기관은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과 달리 선진국 투자자들은 환경과 인권 문제를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이나 사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일부 대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보강하는 수준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분석 및 고려 수준에 비해 미흡한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그나마 ESG에 신경을 쓴다는 기업조차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활동 상황을 나열하는 수준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앞으로 발생할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슈가 확산되기 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센터 냉각에 쓰이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애플은 재생에너지 사용뿐만 아니라 여성 고용자 비율 공개 및 양성 임금 평등 정책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난 국내 대기업들이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 공격을 받을 경우 더 큰 리스크를 질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경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자유로울 국내 기업은 없을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문제 삼을 경우 한국시장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더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12월 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12월 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 SK‧포스코에서 '희망'을 보다

지난해 5월 2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Social Value Connect) 2019'(이하 SOVAC)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를 한 단계 높여 놓은 의미 있는 행사였다.

국내의 사회적 가치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축제로 진행됐는데, 사회적기업과 정부, 학계, 기업, 비영리단체, 그리고 일반인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협력의 장이었다는 평가다.

‘SOVAC 2019’ 행사의 주제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였다. 행사 이름대로 그동안 주로 정부와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뤄졌던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을 일반 기업과 개인들의 관심사로 끌어 올렸다.

SOVAC은 지난 2018년 말 최태원 SK회장이 제안하고 80여개 기관, 단체가 파트너로 나서 호응하면서 마련됐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 이념은 SK그룹의 경영에도 녹아들어가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회사의 모든 활동을 사회적 가치로 평가해 창출 금액을 환산해 발표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포럼에 참석 "SK가 지난해 280억 달러의 세전이익을 얻는 동안 150억 달러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1달러를 버는 동안 53센트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SK의 노력이 많은 기업과 펀드 등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사회적 가치 경영이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는 게 최태원 회장의 설명이다.

SK에 이어 포스코도 지난 2018년 7월 최정우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에는 포스코센터에서 '기업, 시민이 되다'를 주제로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행사를 열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는 기업시민헌장 선포를 통해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헌장을 실천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한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히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최정우 회장은 행사장을 찾아준 최태원 회장에 감사를 표하고 "포스코와 SK 두 기업의 노력이 합해지고 협력한다면 기업시민이 기업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혁신운동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을 최우선으로 삼는 두 기업의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한다. 지난 70~80년대의 경제 성장률에 비추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개발도상국 시절처럼 더 이상 인권을 무시하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 노동자를 착취할 수도,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 수도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이 생존하려면, 즉 지속가능 하려면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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