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IBK기업은행 노조가 3일 윤종원 신임 행장의 첫 출근길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하 기업은행)이 첫 출근길부터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험로를 예고했다.

노조 측은 3일 아침 일찍부터 정문을 봉쇄하고 윤 행장의 출근길을 막아섰다. 윤 행장은 노조 측을 설득해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끝내 발길을 돌렸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10년간 권선주, 김도진 등 내부 인사가 행장직을 맡으며 능력 위주 인사로 내부 조직원들의 신임을 받아왔으나, 이번 인사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조 측은 윤 행장이 은행 등 금융업종에 근무한 경력이 없어 은행장으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공기업으로서의 기업은행의 미래와 자율경영의 꿈을 후배 조합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도 “오늘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피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책임이 크다”며 “그는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기업은행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만큼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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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그러나 윤 행장은 이날 노조 측의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해서 (은행을)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노조 측의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되어 있어, 이번 인사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노조 측이 윤 행장의 임명이 철회될 때까지 출근 저지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당분간 정상 출근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해서 주장해 왔던 ‘공정’이 이런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공개한 ‘정부 낙하산 인사 현황에 대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8월 31일 ‘낙하산 인사’는 총 5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인사’는 비단 이번 정부 뿐 아니다.

지난 박근혜, 이명박 정부는 물론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도 선거캠프 참여자나 전직 국회의원 등을 공공기관 사장으로 앉히는 나쁜 사례는 계속되어 왔다.

이와 관련 한 기업 인사관계자는 “한 조직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라 생각한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낙하산 인사’는 힘 없는 일반인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조직 문화를 제대로 알고, 구성원들과 소통을 계속해 온 사람이 조직을 맡는 것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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