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일제히 상승 호르무즈 봉쇄땐 타격 불가피...청와대 NSC 대책 논의

[사진=S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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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드론(무인기)에서 발사된 폭탄 한 발이 세계 경제를 다시 혼돈 속으로 이끌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최고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사망하자 전쟁 위기가 고조됐고, 원유시장은 물론 금과 채권,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흡사 지난 1990년 걸프전 발발 때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올해 내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정유산업 뿐 아니라 석유화학, 조선, 항공 등 관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유가 일제히 상승...국내엔 어떤 영향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날(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일 대비 3.65% 상승한 배럴당 67.83 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유, 브렌트유도 모두 가격이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확대하고 중동 정국이 불안정해지면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 원유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8.2%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4.1%, 미국 12.7%, 이라크 10.9%, 아랍에미리트(UAE) 7.8% 순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이후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처 다변화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당장 수급이나 손익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습 당시에도 국제유가가 금세 안정을 찾았던 것처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가 향후 어떻게 확대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업계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 긴장이 커질 때마다 위협 카드로 꺼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 우호국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경우 국내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들은 전 세계 수요량의 30%에 달하는 원유 중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보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원유를 정제해서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도 피해를 보게 된다.

한 유화업체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제재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중동 리스크가 계속되는 양상이다"라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짙어지는 중동 전운...안전자산으로 투자 몰려

중동의 짙어지는 전운에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일제히 안전자산으로 투자가 몰리고, 주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4~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일부터 5일까지 8% 넘게 떨어졌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투자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금값은 4거래일 연속 오르며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6일 현물시장에서 금 가격은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3% 상승한 온스당 1588.13달러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도 강세를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엔에서 107엔대로 떨어졌다. 엔고 우려에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한때 2% 넘게 하락했다.

◇ 청와대 NSC 개최...산업부 장관도 참석

청와대는 6일 오후 미국과 이란의 위기가 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정례회의인 NSC 상임위는 통상 목요일 오후 개최되지만 이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월요일 오후로 시간을 옮겼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NSC 상임위에 이례적으로 산업부 장관의 참석을 지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보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으로 확대되면 부차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보상황과 관련해서는 북미 협상 과정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그동안 극도로 경계해온 표적 살해가 실제로 자행된 것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확인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이에 대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1차 대책 회의를 열어 재외국민 보호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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