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원]최근 최고급 브랜드로 론칭된 킹커피(King Coffee) 매장. [사진=석태문 선임연
최근 최고급 브랜드로 론칭된 킹커피(King Coffee) 매장.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뉴스퀘스트=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베트남 커피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베트남 근로자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고향(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 가져온 인스턴트 커피 G7(그바이)을 한국인들이 맛본 것이다.

커피에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한국인들은 베트남 관광 후에 G7 커피를 구입목록 1순위로 꼽았다.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는 ‘베트남의 스타벅스’로 일컬어지는 국민카페이다. 쭝응웬 커피(Trung Nguyen Coffee)는 베트남의 최대 규모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이다.

매장 수에서도 스타벅스를 능가한다. 하이랜드보다 약간 고급스럽다. 한국에 베트남 커피를 알린 G7 커피, 최근 최고급 브랜드로 론칭된 킹커피(King Coffee)도 같은 모기업이다.

남부지역 호치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푹롱 커피&티(Phuc Long Coffee & Tea)는 위의 두 브랜드보다 후발 주자이다. 모기업이 베트남에서 유명한 전통차 회사라서 다양한 차와 밀크티, 디저트까지 제공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낭을 찾는 한국인들의 관광코스 버킷리스트가 된 꽁카페(Cong Caphe)도 인기 브랜드다. 한강변의 2층 규모 작은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군대 복장을 한 직원들이 서빙하는 이미지, 여러 종류의 커피와 베트남 전통 음료인 째(Che)로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에 상륙한 꽁차(Cong Cha)는 커피가 아닌, 음료 째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한국에서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커피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높은 관심으로 해외 브랜드도 베트남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3년 베트남 시장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든든한 자본과 브랜드파워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고전하고 있다.

본카페(BonCafe)는 2017년 빈정(Binh Dung)시에 커피 생산과 첨단가공공장을 설치하고, 생산한 커피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최근 호치민시에 쇼룸을 개설하고 현지 유통시장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KALDI Coffee는 한국인이 만든 고급 브랜드 커피전문점이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커피 이미지를 가진 베트남의 커피시장에서 틈새 영역인 고급 소비자층을 공략 중이다.

2016년 3월, 수도 하노이에 1호점을 열었고, 2018년 3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점 사업을 시작하였다. 약 1년 만에 전국 매장 10개소를 달성하여 성공적 론칭이란 평가를 받는다.

든든한 현지 브랜드 전문점들이 성업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전국 매장 10개소 설립은 스타벅스 이후 KALDI 커피가 첫 사례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와 카페 문화를 사랑한다. 베트남에는 다양한 커피 브랜드가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카페, 커피시장에는 어떤 품종이 있는지,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사랑받는 커피는 무엇이고, 베트남 커피 1번지로 알려진 달랏, 커피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알아보았다.

카페(ca phe)에서 커피를 보다

베트남에서 커피는 일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공간, 카페(ca phe)가 일상이다. 다낭의 다운타운에는 과장을 약간 보태면 ‘한집 건너 한 카페’라 할 정도로 길거리는 온통 카페 천지이다.

출근 시간의 카페 모습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한국에선 문도 열지 않았을 시각에 베트남의 카페는 성업 중이다.

아침 출근길,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있다. 길쭉한 모양의 좁은 카페 안은 겨우 대여섯 명 남짓 앉을 수 있다. 부족한 살내 공간은 카페 바깥에 작은 탁자와 의자를 내놓아 2~3배 많이 확보한 자리로 만회한다.

카페에서 혼자 또는 두 세 사람씩 커피 한 잔을 놓고 둘러 앉아 담소하고 있다. 이 시각에 사람들은 왜, 카페를 찾는 것일까? 카페에는 간혹 나이든 사람도 보인다. 그러나 카페에 자리를 튼 사람들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이방인에게 비쳐진 베트남 카페의 첫 모습은 이렇게 출근길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낮 시간에 되면 카페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아무래도 점심시간 2시간에 즐길 수 있는 내 집에서의 편안한 식사와 달콤한 낮잠(siesta)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영향일 것이다. 한적한 낮 시간에도 연유를 아래에 깐 진한 베트남 전통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terra cafe.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한국인이 운영하는 terra cafe.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저녁 시간이 되면 카페 분위기는 돌변한다. 실내보다는 바깥 생활을 좋아하는 베트남인들은 도로 옆 인도를 점령한 카페에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한쪽 옆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뒤, 청춘남녀는 커피나 흔한 음료 하나를 앞에 두고 시끄러운 대화를 잇는다.

더운 날씨에는 유독 더 많은 청년들이 길가 인도를 점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삼오오씩 카페 바깥에 마련한 작은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으로 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카페는 열려 있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도 누구나 멈춰 설 수 있는 공간이다. 문을 아예 떼어놓고 영업하는 카페도 있고 에어컨을 구비한 닫힌 카페도 있다.

실내보다는 바깥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로 인해 카페의 저녁은 항상 밖이 더 화려하고 요란하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를 선호하는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베트남의 카페 문화이다.

아라비카, 로부스타가 지배하는 지구촌의 커피 시장

베트남 커피의 기원은 1857년이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화하면서 커피도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왔다. 20세기 초 이래 커피는 베트남 농민의 주요 소득원이었다.

지상에 알려진 커피 품종은 80여종이지만 상업적으로 가치를 지닌 품종은 3개 정도에 불과하다.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가 그것으로 커피는 소수 품종 지배력이 뛰어난 농작물인 셈이다.

리베리카(Liberica)는 병해충에는 강하지만, 가뭄에 약하다. 이 품종은 전체 커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정도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배면적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 리베리카는 향미는 약하나 특유의 씁쓸하고 강한 맛이 있다는 마니아들의 평가에 힘입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세계의 커피시장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품종이 이끌고 있다. 실질적으로 아라비카의 지배와 로부스타의 대항마 역할이라 할 것 같다. 아라비카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 로부스타는 30~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커피시장의 맹주이다.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세계 1위이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다.

그러나 로부스타 품종에 관한 한 베트남이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지난해 지역별 계절의 영향과 로부스타 품종의 높은 수량성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더 적은 베트남이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을 앞서게 될 가능성이 예측되기도 하였다.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이다.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 로부스타는 콩고가 원산지이다. 품종별로 주산지 차이가 크다. 아라비카는 중남미 국가에서 많이 생산된다.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그리고 아프라카의 케냐, 탄자니아 등이다. 로부스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의 우간다, 가나 등에서 많이 재배된다.

품종별로 재배 특성은 많이 다르다. 아라비카는 재배지역이 해발 900~2000m의 고원지대, 로부스타는 700m 이하의 저지대가 적지이다. 당연히 기온대도 아라비카는 15~24도로 낮은 반면, 로부스타는 24~30로 높은 기온대에서 자란다.

한국인이 론칭한 고급브랜드 KALDI Coffee의 드립필터.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한국인이 론칭한 고급브랜드 KALDI Coffee의 드립필터.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재배 특성을 보면 아라비카는 기후와 토양, 질병에 대해 매우 민감하여, 질병 저항성이 약하다. 로부스타는 기생충과 각종 질병 저항력이 매우 강하다.

잔병이 없고 웬만한 병에도 저항력이 높아 저농약, 저비료 등 친환경유기재배가 가능한 품종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단위당 생산량도 많은 장점이 있다.

카페인 함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아라비카는 0.8~1.4% 수준이나, 로부스타는 1.7~4.0%로 2~3배 이상이나 많다. 로부스타를 카페인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원두별 세부 품종을 보면 아라비카는 커피의 원종에 가장 가깝다고 말하는 티피카(Typica), 그리고 버본(Bourbon) 품종이 있다.

로부스타 커피의 세부 품종은 여러 자료를 보아도 특별히 드러나거나 분화된 품종이 없다. 로부스타가 상대적으로 인공은 적고, 자연적 특성을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아라비카는 향미가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신맛이 일품이다. 고급스러운 신맛을 강조하여 ‘샴페인 같다’고 말한다. 아라비카 커피에 대한 극찬인 셈이다.

로부스타는 흔히 강한 쓴맛이 강조된다. 쓴맛이 강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카페인 함량이 많다는 것, 품질이 낮다는 것, 질병 저항성이 크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여기에 구수한 맛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핵심은 이런 요인들로 인해 로부스터는 아라바카에 비해 열등한 품종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다른 품종에 비해 재배하기가 쉽고, 병해충도 잘 견뎌서 농약과 비료도 적게 사용하니 생산비가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다 수량성도 좋으니, 로부스타 품종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원두 종류별로 먹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아라비카 품종은 원두커피로 소비가 많지만, 로부스타 품종은 인스턴트커피로 많이 소비된다.

인스턴트 커피 소비가 많은 한국이 전 세게로부터 수입하는 커피 중에서 베트남 수입량이 가장 많다. 로부스티 커피 생산 1등국에서 가장 많은 로부스타 커피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품종은 여러 면에서 서로 격이 다르다.

그러나 두 품종이 엮어내는 콜라보가 의외로 많다. 커피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아라비카 80%, 로부스타 20%롤 섞는 블랜딩을 한다. 두 품종의 차별적인 맛과 향을 서로 보완하면서 최상의 품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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