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4시간 걸려서 정오 무렵 목포에 도착했다. 7월 장마철이지만 시내 바람이 좋다.

스포츠용품 대리점에서 유달산 탐방 기념으로 일행마다 여름 신발 한 개씩 샀다.

골목길 도로 따라 12시 30분 유달산 노적봉이다.

햇볕이 뜨겁다. 낮에 포를 쏘아 시간을 알리던 오포대(午砲臺)에서 잠시 다도해를 바라본다. 화약만 넣고 포를 쏘던 곳으로 조선시대 때 만들었다.

“이 쪽으로 모두 오세요.”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중과부적(衆寡不敵)1)의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군량미를 쌓은 것처럼 낟가리로 위장해 왜적을 무찔렀다는 곳입니다.”

인생은 늙기 쉽고 강산도 수유(須臾)2)라, 수 년 만에 다시 알현하러 왔더니 어느덧 장군도 늙으셨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이난영 노래비.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

유달산에서 바라본 목포시가지, 삼학도가 보인다. [사진=김재준 시인]
유달산에서 바라본 목포시가지, 삼학도가 보인다. [사진=김재준 시인]

노적봉·삼학도와 목포의 눈물

1935년 공모에서 당선된 노래로 18세 소녀 이난영(李蘭影)이 불러 유명해졌다. 그러나 일제는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를 문제 삼았는데 “원한은 원앙의 잘못 표기”라 둘러대서 위기를 피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20분 더 올라 목포시가지, 삼학도 보이는 유선각에서 한숨 돌린다. 멀리 대불공단, 영산강, 월출산이 흐릿하고 다도해를 잇는 연륙교들이 과거와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유달산에 무술 배우는 청년이 있었는데 짝사랑한 세 처녀를 외면했다.

그리움에 병들어 죽은 처녀들은 유달산 학이 되었는데 무사의 활에 맞아 모두 바다에 떨어져 죽었고 그 곳에 세 개의 섬이 생겨 삼학도(三鶴島)라 불렀다. 지금은 다리로 연결된 삼학도의 애틋한 전설이다.

길 따라 동백·박태기·가시나무류, 누리장·단풍·서어·작살·폭나무, 사람주·쉬나무, 닭의장풀……. 수많은 식물처럼 섬들도 많다.

달리도, 고하도, 안좌도, 장좌도, 외달도, 화원반도……. 목포대교가 이국의 풍경으로 길게 뻗어있다.

마당바위 아래 보이는 갯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우진각·팔작지붕 오밀조밀 살갑게 붙어산다.

정겨운 마을이지만 언제까지 목숨을 이어갈 수 있을는지?

유달산은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영달(靈達), 놋쇠 빛 아침 해가 비쳐 유달(鍮達), 바위절벽이 많아 호남의 개골(皆骨)이라 하는데, 노령산맥3)이 끝자락에 멈춰 점점이 다도해를 만들었다.

선비들이 시를 지었대서 유달산(儒達山)으로 바뀌었다. 쇠 빛의 햇살이 오히려 낭만적이지 않나, 오늘은 놋 사발에 품격 있는 목포막걸리 한 잔 그립다.

사람주나무 너머 보이는 다도해. [사진=김재준 시인]
사람주나무 너머 보이는 다도해. [사진=김재준 시인]
사람주나무 너머 보이는 부동명왕. [사진=김재준 시인]
사람주나무 너머 보이는 부동명왕. [사진=김재준 시인]

바위 뒤편 흉측한 불상을 새겼는데 일본 진언종(眞言宗)의 창시자 홍법대사(弘法大師), 부동명왕(不動明王)이 숨어있다.

90년대 이들을 철거하려 했지만 악몽에 시달린 공사업자가 포기해서 그대로 남았다고 한다. 부동명왕은 진언종의 우상,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터전을 내준 곰솔나무지만 장마철 물을 머금어선지 나무껍질은 더욱 검다.

대한제국이 망하기 13년 전 1897년 목포는 일본에 개항, 그 무렵 노적봉 아래 수만 명의 일본인들이 살았다.

이들은 1929년 소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솔잎혹파리까지 들여왔다. 해마다 엄청난 방제비용이 들어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솔껍질깍지벌레, 참나무시들음병을 합쳐 우리나라 4대 산림병해충으로 친다.

<주석>

1) 적은 수로 많은 수를 대적하지 못함.

2) 모름지기 잠깐 동안의 뜻.

3) 추풍령 근처에서 갈라져 무주, 진안, 임실을 지나 전남북 경계를 만들고 무안반도에 이르는 약 200킬로미터 거리의 산맥.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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