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자청한 노조에 힘 보태...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됐던 이미지 회복할까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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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교민을 데려오기 위한 전세기에 직접 탑승해 힘을 보탤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사회 전반에 '차이나(우한) 포비아'까지 퍼지는 가운데 사회지도층의 일원인 재계 총수가 모범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보로 비쳐진다.

다만 당초 30일 오전 출발할 예정이던 전세기 운항은 다소 늦어져 이날 밤 늦게 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초 2대가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과의 협의로 한 편만 운항키로 최종 결정했다. 

◇ 조원태 회장 전세기 탑승 외교부와 협의중

이날 항공업계와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이날 중국 우한으로 가는 교민 수송 전세기에 탑승할 계획으로 외교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우한에 고립된 우리 교민과 유학생 등 국민 700여 명을 송환하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국적기 중 유일하게 우한 노선 운항경험이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가 투입될 예정으로 B747-400(404석) 기종이 운항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전세기가 1대로 줄었다.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인 조 회장이 직접 전세기 탑승을 결정한 것은 노조가 건강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을 자원한 것에 대해 경영진도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간부와 대의원 등 10여명 이상이 전세기 근무 승무원으로 자원했다.

대한항공측은 "당초 전세기에 탑승할 승무원들을 자원자 중심으로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탑승객들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객실 승무원의 경우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며 "하지만 고맙게도 노조가 먼저 나서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잠복기가 2주 이상이어서 전세기에서 근무한 승무원들은 운항 이후 별도의 공간에 최소 2주 이상 격리돼야 하는 불편함도 무릅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이번 결정이 회사와 본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는 국가적 사안에 대해 대한항공과 노조, 총수까지 적극 나섬으로써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것"이라며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분쟁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주주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사진=보건복지부]

◇ 교민 송환 전세기 스케줄 늦어져 

이날 중국 당국의 허가가 지연되면서 전세기 투입 스케줄이 늦춰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당초 운항하려던 임시항공편 일정에 변경이 생겨 주우한 총영사관에서 탑승 예정이던 우리 국민들에게 긴급 공지를 했다"며 "외교부는 변경된 스케줄에 따라 우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이 최대한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와 정오에 인천공항에서 각각 한 대씩 모두 두 대의 전세기가 우한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는 늦어지겠지만 오늘 전세기가 출발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오늘 밤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기 운항이 두 대에서 한 대로 줄면서 당초 자리를 띄워 간격을 두고 앉히려 했던 계획을 바꿔 송환 교민 모두를 한 대에 모두 탑승시킬 계획이다. 

한편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이날 오전 1시(현지시간)께 교민들에게 보낸 긴급 공지에서 "오늘(30일) 15시와 17시 임시 비행편에 탑승하기로 했던 분들이 오늘 오전 10시 45분까지 (우한 공항)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한다"며 "오전 중에 (일정을) 재공지할 예정으로 일단 대기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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