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부동산투자 막히고 DLF사태 등으로 고위험 상품 경계심 높아져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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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하나은행이 사명 변경을 기념해 내놓은 이벤트성 '특판 정기적금'이 지난 3일 내내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1~2위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다.

월 30만원 한도이긴 하지만 '연 5.01% 금리'를 제공했기 때문인데, 적금 가입자가 몰리면서 하나은행 공식 앱 '하나원큐'는 이날 내내 접속이 원활치 않았다.

이는 그 만큼 풍부하게 풀린 시중의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작년 11월 시중 통화량 증가율은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고, 단기성 자금은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 하나은행 5.01% 특판적금에 난리

4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연 5.01%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더적금'은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판매하는데 판매 첫날인 이날 하룻새 20만명이 넘게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은행의 공식 앱 '하나원큐'는 종일 접속이 잘되지 않았고, 수만명의 대기자들로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하나은행 고객들까지 앱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월 30만원 한도에 1년짜리인 이 적금은 기본금리 연 3.56%에 온라인 채널 가입(연 0.2%), 하나은행 입출금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연 1.25%)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5.01%의 금리를 준다.

최고 한도로 연 360만원의 돈을 넣었을 경우 만기에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8만2650원이다. 세간의 떠들썩한 반응이 다소 머쓱해지는 금액이지만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적금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 예·적금으로는 연 2%의 금리도 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예금으로 목돈을 모으려는 이들은 연 0.01% 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곳을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연 5%는 현재 어디서도 받지 못하는 획기적인 숫자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만기 1년짜리 정기적금의 금리(은행연합회 공시 기준)는 연 1.0∼2.4% 수준이다.

60개 적금상품 중 연 2.0%가 넘는 금리를 주는 상품은 하나은행 'T핀크적금'(2.1%), 우리은행 'WON적금'(2.4%), 제주은행 '행복을 가꾸는 통장'(2.25%), 수협은행 'Sh내가만든적금'(2.1%)에 정도다. 3년을 맡겨도 금리는 연 1.15∼2.20%로 크게 차이가 없다.

정기예금 금리 또한 연 1.1~1.7%로 2.0%를 넘는 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하나은행 홈페이지 캡처]
[사진=하나은행 홈페이지 캡처]

◇ 시중 '돈' 갈 곳이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시중의 풀린 유동성에 비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얘기다.

안전한 투자를 쫓는 투자자가 많은 반면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주택 등 부동산 투자가 막히고 지난해 은행에서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을 거치며 고위험 상품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2901조5000억원(평잔·원계열기준)으로 전년동월 대비 208조5000억원(7.7%) 증가했다.

지난해 9월 7.6% 이후 3개월 연속 7%대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증가율은 2016년 3월(7.8%) 이후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다.

M2는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통화를 비롯해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전월대비(평잔·계절조정계열) 통화량도 18조8000억원(0.7%) 증가했는데 가계·비영리단체에서 12조원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은은 "시중자금이 투자 등 실물 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시중에 떠돌고 있는 돈이 그만큼 넘쳐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하나은행 적금의 인기에 대해 "은행에서 나온 상품으로 기본 금리 자체도 높은 수준에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우대 조건, 대면·비대면 가입 모두 가능하다는 점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돈 맡길 곳에 목마른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이자를 준다는 은행과 상품을 찾아 언제든 갈아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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