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낚시의 꿈. ‘몽땅걸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열기낚시의 꿈. ‘몽땅걸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열기낚시의 새로운 트렌드 제주 열기낚시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수도권에서 열기 낚시를 출조할 경우 대개 여수나 완도, 통영이나 포항권을 찾는다.

어느 경우나 편도 5, 6시간 운전을 각오해야 한다.

왕복 운전을 하고 종일 낚시를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여러 명이 함께 출조하거나 낚시회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2000년대 이후 겨울철, 갈치시즌이 마무리되면 여러 상업 낚시회에서 여수, 완도, 통영권으로 열기를 대상으로 하는 출조버스를 운영한다.

경비는 버스비, 선비, 식사비 포함하여 대개 18만원에서 20만 원선이다.

보통 낚시 전날 22시경 수도권 외곽에서 출발하여 새벽 4시경에 출조 항구에 도착, 아침을 먹고 5시 경 30분경에 출항한다.

완도항의 경우 청산도를 지나 여서도, 멀리는 사수도가 보이는 곳까지 2시간 가량 남하하여 낚시를 즐기다가 오후 4시경에 입항한다. 그 이후 5시간 가량 버스로 상경하는 일정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제주도에서 열기를 대상어로 하여 출조하는 배가 서너 척 생겼다. 제주도에서 출조를 할 경우 두어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시간 절약이 가능하다. 제주 출조의 경우 서울이나 대구 등 각 지역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간다.

첫 비행기가 아침 6시 5분, 6시 10분 정도이니 제주공항에 내려 짐을 찾아 각 선사의 픽업 장소에 합류하여 제주 도두항에서 승선하면 대개 아침 8시 정도다.

도두항에서 사수도나 추자도 남쪽까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9시 30분경부터 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오후 4시까지 낚시를 하고 6시경 도두항에 입항한다. 8시 비행기를 타면 대개 10시경에 귀가를 한다. 낚시 시간은 비슷하면서도 장거리 버스 이동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씨알 좋은 열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완도나 여수에서 출조할 경우 전라남도 해역에서만 낚시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배가 출조해 열기 자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사수도와 추자도 남쪽 해역의 경우 제주 선적의 배만 출조가 가능하기에, 상대적으로 열기 자원이 많다.

아직 손이 안 탄 생자리가 많고, 그 만큼 마릿수고 많고 씨알도 좋다. 이게 바로 제주도 열기 낚시의 최대 장점이다. 열기 낚시의 꿈인 신발짝 왕열기를 줄을 태워 다수확 할 수 있다는 거다.

추자도가 보이는 곳에서 열기낚시가 이루어진다. 오른쪽이 사자섬.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추자도가 보이는 곳에서 열기낚시가 이루어진다. 오른쪽이 사자섬.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물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출조 경비가 더 많이 든다. 선비 13만원에 왕복 항공료를 추가해야 한다. 여기에 많이 잡았을 경우, 항공료 화물비에 추가 부담이 생긴다.

무게에 따라 오버 차지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김포공항의 경우 주말 주차료도 추가 비용이다.

1회 출조에 최소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요즘은 저가 항공권도 많고 제주 출조 선사에 일괄 부탁하면, 저가 항공권 예매도 대행해주어 경비를 상당히 줄일 수도 있다.

왕열기로 만쿨, 겨울낚시의 꿈을 이루다

2월 2일 무시, 일요일 아침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공항에 내려 선사의 픽업 차를 타고 도두항으로 간다.

은갈치 1호(대표 최성훈)가 대기 중이다. 최대표는 대구 출신으로 낚시가 좋아 낚시를 하다가 아예 제주도로 진출했다.

그는 낚싯배가 어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일찍이 터득한 수완좋은 사업가이다. 여러 척의 낚싯배를 소유한 선주이자 성질 급한 선장이기도 하다.

갈치 비시즌에는 직접 배를 몰고 새로운 열기 포인트를 개척해 왔다. 낚시꾼의 스킬이 시원찮으면 호통을 치기도 한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배는 8시경 도두항을 출발하여 북쪽으로 달려 나간다. 다행히 파도가 그리 높지 않다.

40분을 달려 수심 110미터 권에서 한 번 낚시를 시도해 본다. 어군은 형성되어 있지만 열기가 아닌 모양이다.

아무 반응이 없다.

바로 사수도가 남쪽에 보이는 포인트로 달려간다. 여기서도 한 두 번 내려 보았지만 반응이 없다. 바로 추자도 근해로 이동한다. 추자도 사자섬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줄을 내린다.

한 채비에 달린 15마리의 열기. ‘몽땅걸이’를 서너 번 했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한 채비에 달린 15마리의 열기. ‘몽땅걸이’를 서너 번 했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열기 낚시는 채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바늘 10개에 작게 쓴 오징어나 크릴 새우를 달고 대기하고 있다가 선장이 ‘삑’하는 신호를 내면 바로 채비를 투입해야 한다.

통영권과 달리 전남 남부권과 제주도권은 120호 봉돌을 사용한다.

채비를 바로 내리지 않으면 옆 사람과 엉킬 확률이 높아지고, 포인트를 지나치기 쉬워, 잘 준비하고 있다가 ‘삑’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반응해야 한다.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대여섯 바퀴 감아야 한다. 항상 바닥에서 1미터 정도는 띄워 놓아야 밑 걸림이 없다.

‘삑’ 소리와 함께 채비를 내린다. 내리자마자 감아서 1미터 이상을 봉돌을 바닥에서 띄운다. 이번에는 반응이 있다.

거치시켜 놓은 낚싯대 끝, 즉 초릿대가 요동을 친다.

살짝 한 바퀴를 더 감는다. 계속 초릿대가 휘청거린다.

1, 2분을 기다린 후 전동릴을 감는다. 이때 최초로 고기가 입질한 수심을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 그 포인트에서 계속 낚시를 할 경우 바닥을 찍지 말고 그 수심까지만 채비를 내리면 된다.

지쳐서 기진맥진한 필자.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지쳐서 기진맥진한 필자.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바늘 10개가 달린 채비에 대여섯 마리가 올라온다.

씨알이 상당히 준수하다.

아직 썰물이어서 본격적으로 붙는 건 아니라고 최대표가 멘트를 날린다. 11시 무렵 들물로 바뀌자 본격적으로 열기가 줄을 타기 시작한다.

10개 바늘 채비를 15개 바늘 채비로 바꾼다. 15개 바늘에 15마리의 열기가 줄을 탄다. 이걸 낚시꾼 용어로 ‘몽땅걸이’라고 한다.

이렇게 서너 번을 ‘몽땅걸이’를 한다. 80리터 쿨러에 아래 반은 얼음이지만, 서서히 쿨러가 가득 차기 시작한다.

열기가 올라오면서 바쁘기 그지없다.

낚시를 한다고 하면 사색을 해서 좋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색이 아니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완전히 몰두다.

미끼를 달고, 내리고 올리고, 올린 고기는 바로 피를 빼고 쿨러에 보관. 오후 3시가 지나자 쿨러가 가득 찼다.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맞이할 수 있는 ‘대박’이다.

도두항으로 귀항.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도두항으로 귀항.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도두항으로 귀항하면서 20리터들이 스티로폼 박스에 고기를 옮겨 담는다.

두 박스에 뚜껑이 잘 닫기질 않을 정도로 잡았다. 테이핑을 잘 해서 겨우 담는다. 도두항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다.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 한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칠 때 무게를 달아보니 아이스박스 두 개에 정확히 41킬로다. 얼음무게를 뺀다 해도 36킬로쯤 잡았다는 거다.

그렇게 추자도 열기(불볼락)는 서울로 올라와 그 다음날 여러 사람의 입에, 회와 전과 탕과 구이로 전해졌다. 이날 제주도 열기낚시는 낚시 전설이 되었다.

열기회와 전.
열기회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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