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국면 명분상 우위 확보...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경영쇄신안도 발표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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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반대파가 요구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연내 매각하기로 한 것.

특히 송현동 부지 매각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KCGI(강성부펀드)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추진했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분쟁 국면에서 명분상 우위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6일 오전 조 회장 주재로 이사회를 갖고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연내 매각 완료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컨퍼런스콜(화상회의) 방식으로 주재했다. 지난달 우한 특별전세기에 승무원으로 직접 탑승한 후 14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 송현동 부지·왕산레저 지분 등 연내 매각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는 수천억원대로 당초 회사가 한옥 호텔 건립 등의 개발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지난해 2월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만큼 이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한 셈이다.

또 이번 연내 매각 결정은 그룹 경영권을 놓고 자신을 반대해 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인 연합을 결성한 KCGI 등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내용이다.

이 때문에 이번 매각 결정은 조 회장이 내달 말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경쟁에서 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본격적인 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착수하면서 주주들에게 어필하겠다는 모습이다.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도 매각해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송현동 부지가 경영권 명분 확보 외에 비수익 유휴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면 비주력사업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에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인천 을왕리에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경영쇄신안도 발표

대한항공은 또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먼저 독립성 강화를 위해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 의결했다.

이사회는 또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전 검토하는 조직이다. 위원장으로는 김동재 이사가 선임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의 결정은 재무구조 개선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회사의 굳은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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