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수익률로 최근 10년내 최고실적...'5% 룰' 완화되며 주총 영향력 막강해 질듯
적극적 주주권 행사 위해 대기업 계열사 등 56개기업 투자목적 '일반투자'로 변경

[그래픽=뉴스퀘스트, 자료사진=국민연금]
[그래픽=뉴스퀘스트, 자료사진=국민연금]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해 약 70조원의 운용수익금을 벌어들이며 최근 10년간 최고의 성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국민연금의 '파워'가 올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다음달 상장사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언하면서 격영권 분쟁과 짠물 배당 등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이행에 소홀해 주주가치를 훼손한 기업들에 대해 메스를 드리댈지 관심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보유지분 5% 이상인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56개 회사에 대한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이달부터 시행된 데 따른 후속 조치인데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시행령은 기관투자가들이 5% 이상 지분보유 기업에 배당확대, 이사해임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려면 일반 투자로 목적을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다. 

◇ 국민연금 작년 기금운용으로 11% 수익률

1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으로 약 70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약 11%의 수익률이라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미·중 간 무역 분쟁 등 국내외 경제금융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글로벌 주요 국가의 통화 완화와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성과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국민연금 수익률은 전년도(2018년)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하면 급상승한 것이다.

2018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0.92%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 이어 두 번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2018년에는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7.7%,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3.5%,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2.3% 등 다른 해외 주요 글로벌 연기금의 운용실적도 저조했다.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수익률(수익금)은 2010년 10.37%(30조1000억원), 2011년 2.31%(7조7000억원), 2012년 6.99%(25조원), 2013년 4.19%(16조7000억원), 2014년 5.25%(23조원), 2015년 4.57%(21조7000억원), 2016년 4.75%(24조5000억원), 2017년 7.26%(41조2000억원) 등이었다.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2019년 11월 말 현재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70%로 누적 수익금만 총 357조원 상당이다. 

한편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자금 평가액은 723조9450억원으로 800조원 대에 육박함에 따라 1~2년새 기금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국민연금]
[자료=국민연금]

◇ 다음달 주총시즌 적극적 주주권 행사 나설듯

다음달 상장사들의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대량보유 보고 의무가 일부 완화됐다"며 "이번 변화의 가장 큰 수혜는 국민연금이 누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른바 '5% 룰'로 불리는 '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 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대량 보유하는 경우, 보유 현황 및 목적을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경영권 참여 목적을 지닌 투자자는 1%의 지분 변동이 생길 때마다 5일 내로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배당 관련 요구,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아닌 '일반투자'로 분류돼 공시 부담이 줄었다.

박 연구원은 "흥미로운 부분은 이달 7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 56개 기업의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는 점"이라며 "변경된 종목은 모두 코스피 200에 포함되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변경 일반투자로 변경된 기업에는 5대 그룹 주요 계열사는 물론 네이버, 대림산업, 셀트리온, 신한지주 등 각 업종의 간판기업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목적 변경에 대해 박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직접적인 경영권 참여는 제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 맞게 주주권 행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주주권 행사가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다른 연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라면서도 "5%룰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산으로 중장기적인 배당 성향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런 움직임에 재계는 바짝 긴장하면서도 지나친 경영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연금개혁 문제다. 국민들의 노후 보장과 이를 위한 수익률 극대화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경기 둔화에 신종 코로나 쇼크까지 겹쳐 엄혹한 상황에 몰린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경영 간섭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