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부터 35년간 매출 50위 지킨 지속성장기업은 삼성·LG 등 8곳 불과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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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 1984년부터 35년간 꾸준하게 매출 상위 50위권 안에 오른 국내 대기업은 삼성전자 등 8곳 뿐이며, ㈜대우 등 35곳은 순위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그룹이 해체돼 주인이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한다는 것이 그 만큼 힘들다는 반증으로, 업종에 따라 부침이 있었던 기업도 있었지만 리더의 잘못된 결정으로 매출이 급감한 사례도 많았다.

이는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대표 신경수)가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1984년~2018년 35년 간 상장사 매출 상위50위 대기업의 성장성을 조사 분석한 결과다.

조사는 상장사 중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서비스 업종의 연도별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을 토대로 이뤄졌다. 중간에 주인이 바뀐 기업은 제외됐다.

◇ 삼성전자 등 8곳만 매출 50위권 자리 지켜

1984년부터 35년 연속 매출 50위에 꾸준히 오른 기업은 ▲삼성전자(8위→1위) ▲현대자동차(15위→3위) ▲LG전자(9위→7위) ▲LG화학[051910](18위→10위) ▲삼성물산(1984년 3위→2018년 13위) ▲대한항공[003490](11위→19위) ▲현대건설(4위→27위) ▲대림산업(13위→29위) 등 8곳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1984년 매출은 1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70조3000원으로 120배 넘게 회사 외형이 커졌다. 지난 2002년부터는 확고부동의 재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230조원대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1984년(6600억원) 대비 2018년(43조1000억원)으로 매출 체격이 60배 넘게 증가하며 매출 순위를 15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조사 해당기간 동안 금성사에서 사명이 바꾼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35년 연속 매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두 곳 중 한 곳으로 주목을 받았다.

럭키에서 이름이 바뀐 LG화학은 2018년에 '매출 톱 10'까지 진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3년 간 국내 재계 1위 자리에 올랐다. 그 동안 삼성그룹 내의 사업구조 개편으로 2018년 매출 순위는 13위를 지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육해공을 통틀어 운송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35년 연속 매출 50클럽 자리를 지켜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건설업종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매출 톱 5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건설사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자료=지속성장연구소, 한국CXO연구소]
[자료=지속성장연구소, 한국CXO연구소]

◇ 흑역사 쓴 기업들은 지금

이번 조사 결과 지난 1984년 당시 매출 50위에 이름을 올리며 잘 나갔던 대기업 가운데 35곳(70%)은 30여년이 흐른 후 해당 순위에서 탈락하거나 그룹이 해체되고 아예 주인이 바뀌었다.

'㈜대우'가 대표적으로 1984년 당시 매출 1위이 영광도 누렸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 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대우는 대우인터내셔녈과 대우건설로 분리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 그룹에 편입됐고,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관리 아래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국제상사(84년 매출 10위)'도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1980년대를 주름잡던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이었다. 이후 그룹의 해체되며 해당 기업도 다른 곳에 인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은 LS네트웍스로 주인이 바뀌어 그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따내며 일약 스타 기업이 된 '동아건설산업(19위)'도 동아그룹이 무너지면서 현재는 SM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다. '삼환기업(22위)'도 한때 잘 나가던 건설사였지만 역시 지금은 SM그룹에 편입돼 있다.

두산그룹 소유 '동양맥주(24위)'는 이후 오비맥주 등으로 사명을 바뀌어졌지만 현재는 네덜란드 소유 외국계 기업으로 전환되는 운명을 맞았다.

동부그룹(현 DB그룹)의 모태가 된 '미륭건설(31위)' 역시 이후 동부건설로 사명을 바꿔 활약해오고 있지만 지금은 키스톤에코프라임(한국토지신탁)으로 소유가 변경됐다.

한때 프로야구 구단 등을 운영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삼미(42위)'도 잊혀져가는 대기업 중 한 곳이다. '극동건설(38위)'과 '남광토건(34위)' 역시 몇 차례 주인이 바뀌다 지금은 세운건설 품에 안겨진 상황이다.

◇ 50대기업 총매출 34조원→872조원...25배 성장

조사 결과에 의하면 1984년 당시 국내 50대 기업의 총 매출액은 34조원 수준이었지만 35년 이 흐른 2018년에는 872조원으로 25.4배 덩치를 키웠다.

'톱 50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준도 1984년에는 매출 2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4조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 50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매출 외형을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100조원대로 첫 진입한 시기는 지난 1991년(101조원)이이었고, 불과 4년만인 1995년(207조원)에 200조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1995년 매출은 전년 대비 28.3%나 퀀텀점프 했다. 1984년부터 2018년 사이 중 가장 크게 매출이 오른 해다.

매출 300조원 돌파는 1998년(332조원)에 이뤄냈다. 살펴보니 1984년부터 1999년까지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평균 16.9%나 됐다.

이후 2004년(413조원)→2008년(626조원)→2010년(752조원)→2011년(801조원)으로 국내 50대 기업의 매출 외형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졌다.

그러나 2011년부터 매출 성장세는 꺾였다. 2013년 863조원을 고점으로 이후 4년간 매출 체격 시계는 거꾸로 돌아섰다.

2014년 845조원(이전해 대비 –2.1%)→2015년 795조원(-5.9%)→2016년 772조원(-2.9%)으로 점점 줄었다. 2017년에는 835조원으로 전년도 보다 증가했으나 2013년 매출 규모 보다는 적았다. 2018년(872조원)에 와서야 2013년 매출보다 높아졌지만 겨우 1% 성장에 그쳤다. 국내 대기업의 매출 성장판이 닫혀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경수 대표는 이와 관련 "조사 결과 2010년대부터 대기업들의 외형 성장판이 닫혀 매출이 오히려 둔화되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과 같은 산업 패러다임으로는 80년대와 90년대와 같은 매출 호황 시절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크게 성장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실리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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