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아디스아바바 여정.
인천공항~아디스아바바 여정.

[글=이춘희 대건28봉사단장, 사진=이수형]

3. 드디어 출발(2020. 1. 17. 금) 

느긋하게 출발하면 좋으련만 처리할 일은 왜 자꾸 생기나 모르겠다.

급한 일 정리하고 귀가하니 12:00다.

14:42 KTX이니 14:00까지 동대구역에 도착하라는 이수형의 명을 뇌이며 3분 늦게 도착하니 일행들이 속속 모여든다. 짐이 많기도 하다.

대건 28회 동기회 회장 이관석, 차기회장 이대기, 총무 이선열이 전송을 나왔다.

고맙다, 더군다나 격려금까지 주니 황송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김희수 가방까지 합하니 각자의 백 팩을 제외하도고 짐이 14개나 된다.

분실 방지를 위해 각자에게 짐을 배정했다.

현판과 모기장은 내 몫이다.

전송을 받으며 기차에 오르니 이제야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부산에서 오는 박득채를 기차 안에서 만나니 이제 방문단이 모두 모였다.

16:44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에 도착해 짐을 부치려고 하니 에티오피아 항공은 외국항공사이개 때문에 안된단다.

인천공항까지 50여분이 소요된다.

석양은 도로변 아파트 위에 걸려 무척 아름답다.

희미하지만 무지개도 걸려있다. 여행의 전도를 밝혀 주려나 보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을 즐겁게 하려면 손을 가볍게 하라고.

공항 1층에 가방14개를 모두 맡기고 나니 이렇게 가볍다.

굳이 114,000원의 보관료를 지불한 것은 공항 인근에서 신규 오픈한 동기 오정현의 식당(하늘 샤브)에서 저녁을 먹기 위함이다.

보딩타임(Boarding Time)이 23:35이니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오정현 동기가 운영하는 영종도의 식당(하늘 샤브)에서, 비행기 탑승에 앞서 샤브샤브로 든든히 배를 채운뒤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오정현 동기가 운영하는 영종도의 식당(하늘 샤브)에서, 비행기 탑승에 앞서 샤브샤브로 든든히 배를 채운뒤 결의를 다지고 있다.

1터미널에서 택시로 13분 거리에 있는 ‘하늘 샤브’에 도착하니 18:25.

아직은 신규 개업한 내음이 난다.

깔끔한 식당 분위기, 반기는 여사장의 미소가 따뜻하다.

오정현은 자리에 없다.

편백나무 상자 안에서 증기로 찜을 하는 샤브가 특이하다. 노루궁댕이버섯도 맛있다.

사업이 아주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우간다 엔테베공항에 도착해 기면사진을 찍고 있는 일행들.
우간다 엔테베공항에 도착해 기면사진을 찍고 있는 일행들.

4. 장거리 비행은 힘들어(2020. 1. 18.토)

에티오피아 항공 ET673편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00:25 이륙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에티오피아 역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다.

이수형이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예약했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선 것은 그 때문이다.

다른 항공사로 교체하자고 했지만 김희수와 연합한 이수형의 설득에 넘어가 승낙하기는 했으나 아무 탈 없이 날아갈지 사실 불안하다.

그런데 막상 탑승해 보니 기내는 예상보다 깔끔하다.

기대(?)가 무너진 묘한 기분이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남아공 항공과 함께 아프리카 2대 항공사 중 하나이고, 아시아나 항공과 연결된 항공사라고 하니 믿을 수도 있겠다.

승무원들은 단정하지만 미소가 없다. 국적 항공사 승무원들과는 너무 다르다.

중간 기착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로 향하는 비행기는 황해도 옹진반도 하단-발해만-고비사막 하단부-이슬라마바드-오만-아덴만을 거친다.

멀고먼 여정이다. 

2차례 기내식은 훌륭하다.

닭고기와 연어구이를 선택했는데, 연어구이가 특히 맛있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비행기 좌석은 무조건 복도 쪽이어야 한다.

수시로 몸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수형에게 사정(?)한 끝에 복도 쪽 좌석을 얻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 담이는  ‘코스모스’를 열독하고 있다.

이제 시작한 것 같은데 돌아올 때는 얼마나 읽었을까 궁금해진다.

이수형은 인문학 책을 꺼내놓고 읽다가 자기를 반복한다.

주역을 읽다가 눈을 감으니 ‘몸이 아픈 후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김희수의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창에 얼음이 끼였다.

김희수는 창밖온도가 영하 40-50도 정도 될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일까.

멀리 들불이 타오르는 듯 붉게 먼동이 터 온다.

로컬 타임 07:25,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했다.

시차가 6시간이니 대구는 지금 13:25.이다.

꼬박 13시간의 비행 끝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아디스(Addis)는 ‘새롭다’는 뜻이고, 아바바(Ababa)는 ‘꽃’이라는데 꽃은 보이지 않는다.

산은 없고 평지만 계속된다. 이디오피아 항공기만 보인다.

우간다 엔테베공항으로 가는 항공기 보딩 타임은 07:45이고, 출발 시각은 08:30이다.

같은 터미널이어서 항공기 바꿔 타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항 현실을 몰랐던 엄청난 실수다.

트랜스퍼(Transfer)하는 곳이 너무 혼잡하다.

좁은 통로에 늘어선 엄청난 행렬, 이대로 가다가는 비행기 놓칠 것이 분명하다.

영웅은 난세에 출현하는 법. 김희수는 앞장서 탑승권과 여권을 흔들고, “엔테베”를 외치며 열외 행진을 해 나간다.

기차여행 영남팀의 리더답다.

허겁지겁 그 뒤를 따르는 여섯 명.

소지품 검사는 왜 또 하나. 복잡하고 혼잡한 소지품 검사대는 실로 상상의 아프리카답다.

허겁지겁 탑승하여 자리 잡으니 한숨이 나온다.

정말이지 공항시설에 문제 있다. 김희수에게 공로점수 1점!

우간다 엔테베공항 모습.
우간다 엔테베공항 모습.

10:30, 우간다 엔테베공항 도착이다.

아디스아바바에서 2시간의 비행거리다.

엔테베공항! 여객기 납치, 이디아민 대통령, 이스라엘특공대, 인질구출.

그 단어들이 이어지는 엔테베공항, 그 공항에 첫발을 내딛었다.

공항 직원은 일일이 노란색 황열병 카드를 체크한다.

입국비자 받는데 1인당 미화 50불이다.

겨울옷을 입고 출국했으니 우간다 날씨에 복장이 맞을 리 없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처음 마주한 우간다 소변기는 너무 높다.

지금까지 살면서 뒤꿈치 들고 소변보기는 처음이다.

진중득이 걱정된다.

수화물 나오기를 기다리지만 도무지 나올 기미가 없다.

일일이 수작업 하니 늦어질 수밖에 없겠다. 1시간 30여분을 기다려 겨우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정 목사, 손미애 부부가 기다리고 있다.

정 목사는 언제나 듬직하다.

손 여사는 다소 마른듯하나 건강해 보인다. 밝고 유쾌하다.

주위에 온통 흑인들만 보이는 것이 다소 생경스럽다.

미국에서도 흑인들은 자주 접했었지만 이렇듯 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총을 든 군인들이 눈에 띈다.

우간다에서 일행들이 이용한 버스 모습.
우간다에서 일행들이 이용한 버스 모습.

14개 가방을 모두 싣고 9명이 탑승하니 렌트한 소형버스가 좁게 느껴졌다.

기사는 덩치 크고 순박해 보이는 흑인 남성 단(Dan)이다.

30대 중반쯤 되려나? 소형버스는 최소 20년은 달렸음직한 노후 차량이다.

여행 중에 이상이 없을지 자못 걱정이다.

우간다는 영국 식민지여서 운전석이 우측에 있다.

공항을 빠져 나오니 옆으로 빅토리아 호수가 보이고, 넓은 평원 옆으로 야자수 숲도 보인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조성했다는 넓은 차밭도 있다.

수도 캄팔라로 가는 고속 도로는 아직 준공전이어서 통행 차량도 별로 없고, 요금도 받지 않는다.

집들은 대체로 붉은 색 벽돌집이다.

벽돌 공장도 자주 보인다.

산이 없는 평지이고, 나무도 돌도 없는 황토 대지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을 지날 때도 벽돌 공장이 많았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우간다에는 산이 별로 없어서인지 높은 지대일수록 고급 주택이 들어선단다.

차량 옆으로 지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손가락질을 한다.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웃으며 손을 흔든다.

일행 중 누군가가 사진을 찍자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수도 캄팔라로 가는 길은 자못 혼잡스럽다.

곳곳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우리의 60년대도 이 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거리 청소라도 좀 하면 얼마나 좋을까. 경찰 제복은 희다.

이 먼지 나는 거리에서 근무하면서 흰 제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 뭔가 어색하다.

폼이나 잡으려는 것 같다.

경찰이나 군인을 사진 찍으면 안 된다며 정 목사 부부는 연신 주의를 준다.

군인이나 경찰이 들고 있는 총에는 실탄이 장전되어 있다며 겁까지 준다.

캄팔라 교외의 도로변에서 정 목사는 우간다 화폐(실링)를 환전해 오기로 했다는 사람을 기다린다며 미리 주문해 온 김밥을 점심으로 내 놓는다. 제법 맛있다.

아침에 교민 가게에서 주문한 것이라는데, 김밥이 원래 이렇게 맛있었던가?

리빙스턴 농장.
리빙스턴 농장.

(리빙스턴 농장)

외국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정 목사 제안으로 숙소로 가는 길에 교민이 운영한다는 리빙스턴 농장에 들렀다.

건강미 넘치는, 부지런해 보이는 남성이 나타난다.

성백주 박사다.

상주 출신이라는데 우리보다 1-2살이 많다고 하니 이제 육십두어 살 되었겠다.

도로변 300만평 이상의 땅에서 리빙스턴 농장을 경영하며 커피, 망고, 잭 프룻 등을 생산하고 있단다.

인심 좋아 보이는 부인은 예천군 하리면 출신이다.

내 고향집 뒷산을 넘으면 하리면인데.

성백주 박사는 농학박사다.

여러 해 전에 이곳에 와서 이제 제법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많은 농기계들이 늘어서 있다.

지붕이 높다란 몽고의 게르가 생각나는 건물 안에서 사모님은 잭 프룻과 망고주스를 내 놓는다.

먹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 잭 프룻은 졸깃졸깃한 질감이 색다르다.

배불리 먹고, 마시며 성백주사장님의 소탈한 말씨와 넉넉한 인심에 빠져든다.

망고를 구매하고 나서니 사장님은 계란, 상추, 깻잎을 선물한다.

사장님은 2박 예정인 우리 숙소를 묻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오늘은 예약한 대로 하고, 내일은 나일강이 보이는 다른 곳으로 옮기라면서 직접 전화예약까지 해 준다.

가도 가도 산은 보이지 않고 평원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지평선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말로만 듣던 지평선인가 보다.

가끔 산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언덕이 나타난다.

아프리카라면 수목이 울창한 밀림을 상상했었는데, 우간다라면 영화 타잔의 배경이 된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예상외로 숲은 보이지 않고 관목들만 보일 뿐이다.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이 넓은 평원을 배경으로 이국적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

우간다 거리 모습.
우간다 거리 모습.

개울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어떻게 이리 나무가 없을까.

정 목사 설명에 의하면 이렇다.

첫째, 주택이 나무 또는 숯을 사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부는 법으로 숯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잘 지켜지지 않아 숯을 만드느라 나무를 베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목축을 하는데, 건기의 성장한 풀들은 너무 억세서 가축들이 먹기 곤란하단다.

그래서 풀을 태우고 그 자리에 새싹이 돋아나면 그 부드러운 풀을 먹이기 위해 일부러 불을 놓는 바람에 자라나던 나무마저도 죽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어린애들이 단백질 공급원으로 쥐를 잡기 때문이란다.

우간다 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큰 것은 성인 팔뚝 만하단다.

들어 보이는 정 목사의 팔뚝이 강건해 보인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나무가 자라나면 대지도 물을 머금을 것이고, 그러면 선순환이 될 것인데.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황토빛 나는 이 비옥한 땅이 방치되어 있다.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중국인이 운영한다는 쌀 농장이 멀리 보인다.

지방으로 들어가면 기름 값이 더 비싸진다며 정 목사는 도로변 주유소에 들러 경유를 가득 주입한다. 

경비원 여러 명이 곤봉을 휴대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이미 차창 밖은 어둡다.

우리는 지금 첫 숙소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를 찾아가고 있다.

편도 1차선 도로는 아스팔트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간혹 아스팔트 도로도 워낙 패인 곳이 많다.

온 몸에 전해지는 충격에서 어릴 적 가끔 타본 시골버스가 다니던 마을 앞 도로를 연상한다.

기사는 패인 곳을 피해 이리 저리 핸들을 돌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상체 운동이 절로 된다.

녹슨 안전벨트를 다시 한 번 다잡아 매고 밖을 보니 하늘이 참 넓다.

산이 없으니 180도 전부가 하늘이다.

쏟아지는 별 아래로 멀리서, 가까이서 군데군데 화염이 솟구친다.

누군가 또 불을 놓은 모양이다.

많은 나무들이 또 사라지겠지.

덜컹이는 소리를 반주삼아 김희수의 트로트 노래가 흘러나온다.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면 목표지점에 다 온 것 같은데, 글로벌 빌리지는 보이지 않는다.

묻고 물어 찾아간 글로벌 빌리지는 시내를 벗어난 한적한 곳에 지어진 낮은 1층 건물이다.

이미 22:00다.

공항에서 12:00에 출발하였으니 승합차에 탑승한지 10시간, 집 나선 지(17일 13:30경) 40여 시간 만에 숙소에 도착한 것이다.

2인 1실로 방을 배정했다.

정 목사 부부, 진중덕과 김 선생, 김희수와 박득채, 이담과 나, 이수형은 독방이다.

진중덕과 김 선생은 참 잘 어울린다.

두 사람만 끽연하니 꼭 붙어 다닌다.

거침없는 진중덕의 말을 김 선생이 잘 받아 주니 더 없는 조합이다.

1층 6호실에는 보조침대가 추가 되어 있다.

실내 어디를 보아도 거울이 없고, 자물쇠도 엉망이다. 

우간다 숙소 글로벌 빌리지에 도착한 일행들.
우간다 숙소 글로벌 빌리지에 도착한 일행들.

세면장 타일은 깨어진 채 방치되어 있다.

이담은 컵에 이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분개한다.

그나마 에어컨이 가동한다는 것은 다행이다.

침대 위에는 모기장이 쳐져 있다. 그

러나 워낙 말라리아에 겁을 먹다 보니 모기장 안에 개인용 모기장을 다시 친다.

이담은 안전하게 해야 한다며 분사형 에프킬라를 친다.

얼마나 많이 치는지 아예 사람이 넘어지겠다.

배가 고프다.

늦은 밤이지만 모두 식당에 모여 라면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는다.

전담 세프는 김희수다.

된장을 푼 라면은 특별한 맛이다.

샤워를 하려고 보니 물이 졸졸 흐른다.

그래도 나오는 것이 어딘가.

감사한 마음으로 고양이 샤워를 하고, 교육받은 대로 생수로 양치질한다.

반드시 밀봉된 생수를 마시고, 양치질도 생수로 하라는 지시대로. 이담은 모기향까지 피운다.

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를 되새겨 보려고 하였으나 의식이 끊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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