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치슨 폭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일행들.
머치슨 폭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일행들.

[글=이춘희 대건28봉사단장, 사진=이수형]

5. 머치슨 폭포 공원(2020. 1. 19. 일)

새벽 4시면 아직 어둡지만, 한국은 이미 오전 10시다. 

해가 중천에 있을 시각이다.

기상 알람이 필요 없다.

이담은 이미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고, 바닥에는 나방과 벌레가 나뒹굴고 있다.

지난 밤 이담의 전과다.

그러나 모기는 보이지 않는다.

05:30, 간단한 아침 식사 시간에는 온갖 얘기가 나온다.

김희수는 침대에 모기장이 없었다고 하고, 박득채는 화장실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불만사항에 대한 명쾌한 답변, "여기는 아프리카야!" 개인용 모기장을 제대로 펼친 사람은 이수형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사용법을 몰라 대충 들어가 잤다고 한다.

이수형의 명석함에 감탄하는데 그는 몇 번 시험해 보고 왔단다.

그럼 좀 가르쳐 주지. 언제 물어봤어!

이 지구상에 온갖 동식물이 살고 있듯이 우리 몸에도 여러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수염은 턱과 얼굴에 자라고 있는 식물이다.

그 불쌍한 식물들은 제대로 세상구경을 해 보지 못한다.

고개 들어 보려고 하면 곧 바로 밀어 버리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함께 하기로 했다.

여행 내내 면도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수염 자란 모습이 어떨지 보기도 할 겸. 이담도 수염을 길러 보겠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길 해돋이가 아름답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길 해돋이가 아름답다.

머치슨 폭포 내셔널 공원(Murchison Falls National Park)을 향해 06:10 숙소를 출발한다.

원래는 1박을 더 할 예정이었지만, 어제 성 박사의 추천과 1박의 경험으로 체크아웃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작은 키의 현지 가이드 죠지는 뛰어노는 Akob(콥)을 가리키면서 우간다의 국가지정동물인데 소리 지르면 도망간다고 하면서 절대 조용할 것을 강조한다.

공원 안은 비포장 길이 나 있고, 초입 좌우에는 가끔 짐승들이 보인다.

한 마리 한 마리씩 보일 때마다 감탄하면서 우르르 몰려 사진 찍기 바쁘다.

가이드는 안에 들어가면 많다며 서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넓은 공원에 관리자를 제외하고 일반 거주자는 없단다.

넓은 평원에 드문드문 아카시아 나무가 서 있다.

이른 새벽안개와 어우러져 환상적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몽환적이다.

이 모습 하나만으로도 아프리카 여행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안개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좋은 카메라가 있고, 사진 기술이 있다면 이 환상적 모습을 남길 수 있을 텐데, 몹시 아쉽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길에서 본 사자 무리.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길에서 본 사자 무리.

탄자니아에 위치한 세렝게티보다는 훨씬 규모가 작다고 하는데 세렝게티는 어떤 모습일까.

넓은 평원에는 콥, 들소, 기린, 사슴, 코끼리들이 무리지어 있다.

관람차량들이 모여 있는 곳에 사자 3마리가 모여 있다.

수컷 1마리와 암컷 2마리다.

그 주위에는 사슴들이 도망도 가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다.

20-30여m 앞에서 야생 사자를 지켜보자니, 이 많은 짐승들이 이렇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이 보면서도 실감나지 않는다.

끝없는 평원에 흩어져 살고 있는 짐승들. 은폐물이 없으니 약한 동물들이 강자를 발견하고 도망가기 편할 것 같다.

시야 넓은 곳에 콥과 사슴이 모여 있는 것은 그 때문인가 보다. 표범도 있다는데 찾을 수 없다.

아! 광활하고 멋진 이 풍경! 넘치는 이 감흥! 문장으로 표현할 문재가 없고, 사진으로 표현할 기재가 없으며, 시로 표현할 시재가 없으니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백(White) 나일강의 한 줄기에 형성된 넓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하마, 원숭이, 악어 등을 구경하고, 멀리서나마 머치슨 폭포를 관람하기 위해 보트에 탑승한다.

선착장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사진을 찍자니 주민들은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며 주의를 준다.

유럽에서 왔다는 한 무리 백인들과 동승하였는데 모두 청각장애인들이다.

능숙한 수화로 대화하는데, 하나같이 밝다.

떠들썩하니 대화하기 공연히 미안하여 자연 말 수가 줄어든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여정 발견한 코끼리와 하마 무리.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여정 발견한 코끼리와 하마 무리.

호수 변에는 하마들이 무리지어 있고, 악어와 원숭이들도 나일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웅장한 코끼리 자태는 당당하다.

나일강 선상에서 불러보는 하모니카 노래 따라 호수 면으로 흰 거품이 뭉쳐 내려온다.

폭포가 가까운가 보다.

산모퉁이 돌아서니 멀리 폭포가 보인다.

쏟아져 내리는 흰 물결이 웅장하다.

최근까지도 우기가 계속되고 비가 많이 와서 특히 올해는 수량이 풍부하단다.

호수 변에 수초들이 모여 섬을 이루고 있다.

세월 지나 단단해 지면 사람들이 거주해도 되겠다.

물결 따라 흐르는 귀로는 훨씬 빠르다.

선상유람이라도 3시간은 피곤하다.

모두들 졸아가며 조용하다.

지나친 고요에 놀라 문득 고개 들어 보니 백인들은 수화로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떠들썩하니 대화하고 있지만 우리 귀에는 그저 침묵만 흐른다.

아하! 시끄러움과 고요함은 한 공간에 이렇게 공존할 수 있구나!

들리지 않는다고 소리 없는 것은 아니구나! 보이지 않는다고 형체 없는 것 아니고, 느끼지 못한다고 마음 없는 것은 아니로구나.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여정 차에서 잠시내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여정 차에서 잠시내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멧돼지 2마리가 활보하는 인근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는 햄버거와 치킨버거는 꿀맛이다.

나일맥주에 망고를 곁들이니 금상첨화다.

평소 잘 마시지 않는 맥주지만 나일강변에서 마시는 나일 맥주는 맛있다.

사람도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접해 보아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법.

멀리 선상에서 바라본 것만으로 머치슨 폭포의 위용을 알 수 없으니, 가까이 폭포 위에서 관람하기로 한다.

중국인들이 하는 도로 공사장은 평지에 황토 뿐, 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공사하기 참 쉽겠다.

손 여사는 폭포 부근 돌은 금가루가 박힌 듯 반짝인다며 특이하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기념으로 반짝이는 돌 한 조각을 줍는다.

중국 호도협을 보고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머치슨 폭포는 웅장하고 멋지다.

거침없이 솟구치는 물보라는 폭포를 가로질러 영롱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문득 사진이 이 감흥을 담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휴대폰을 닫고 무지개에 스며든 감흥을 눈 속에, 그리고 마음에 담는다.

성백주 박사가 추천한 헤리티지 빌리지(Heritage Village)에 일찍 투숙하기로 한 것은 오늘은 더 이상 다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숙소로 오는 도중에 가이드 죠지를 내려주는 정 목사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다.

아마 죠지가 엉터리 글로벌 빌리지를 추천한 때문인 것 같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여정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일행들.
머치슨 폭포로 향하는 여정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일행들.

6. 새 숙소 해리티지 빌리지(Heritage Village)

나일강은 우간다 빅토리아 호에서 발원한 백(white) 나일강과 이디오피아에서 발원한 청(blue) 나일강이 합쳐져 이집트로 흘러간다.

그 백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얕은 언덕위에 자리 잡은 헤리티지 빌리지는 우간다의 전통 주택모습, 즉 원통형 흙 벽체에 초가지붕 형태의 지붕을 갖춘 게르 형 숙소다.

여러 채가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정원은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예쁜 꽃도 피어있고, 나일강에 비치는 석양도 아름답다.

석양에 빠져 있는 동안 2인 1실로 방을 배정하면서 추첨을 한 모양이다.

대표 이담의 추첨결과는 8호실이다.

곁에 나일강으로 이어지는 수풀이 있어 모기가 많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실내에는 모기장이 쳐진 침대 2개와 간단한 세면장 겸 화장실이 있다.

가방 2개를 펼쳐 놓으니 움직이기도 불편하다.

모기와 싸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저녁 식사 장소로 간다.

모기 퇴치제를 발과 손등, 목, 얼굴에 바르고, 양말을 바지 위로 올려 침입을 원천 봉쇄한 다음, 비장의 무기 모자달린 패딩을 입는다.

패딩을 가져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그마하게 접히니 휴대에 어려움도 없으면서 아침저녁 서늘할 때 보온도 되고, 모자를 쓰면 모기접근을 원천 봉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세상사 어느 정도 기다림이 있어야 효용성도 큰 법이다.

그러나 식사 나오기를 기다리며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한계를 벗어난다.

호기심을 자극할 적당한 화제가 없다면 말이다.

박득채의 열띤 맨발걷기 강의와 김희수의 소금 먹고 물마시기, 된장 강의가 없었다면 그 기다림의 시간은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

강의 요지는 이렇다. 건강을 위해서 맨발로 걸어라. 물을 많이 마셔라. 물을 많이 마시기 위해 소금을 먹어라. 뭐 이런 내용이다.

식당에서 음식주문한 후 1시간 30여분을 기다리고 나니 종업원이 와서 “재료가 떨어져 음식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는 손 여사의 경험담을 위로삼아, 그나마 음식 나온 것에 감사하며 소고기와 물고기로 저녁식사를 한다.

동료들은 모기 공격을 피해 연신 발등에 에프킬라를 뿌린다.

석양이 아름다운 새 숙소 해리티지 빌리지.
석양이 아름다운 새 숙소 해리티지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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