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에너지소비 41% 줄고 건강비용 등 감소...2100조원 건설비 에너지 판매 충당가능
가장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방법은 '기업PPA' 제도 도입하는 것...정치권 관심 필요

그린피스 관계자가 국회에서 '기업PPA'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린피스 관계자가 국회에서 '기업PPA'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이 2050년까지 에너지 생산 구조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가 144만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수요와 보건비용 감소, 지구의 기후변화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사회적인 합의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위해 에너지 사용이 많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으로 전력을 직접 사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업전력구매계약(기업 PPA)'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144만개 일자리 순증

그린피스가 19일 발표한 스탠퍼드·UC버클리대학 공동연구팀의 '한국에서 그린뉴딜 에너지 정책이 전력공급 안정화와 비용, 일자리, 건강, 기후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30년 이후인 2050년까지 에너지 생산구조를 모두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 144만개 이상이 순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에너지정보국의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예측치를 기초해 2050년 에너지 수요를 예측한 뒤 이를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100% 충당할 경우 생기는 에너지 수요와 건강비용 감소, 기후 영향을 계산해 경제·에너지·보건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추산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는 2050년 완공을 기준으로 육상이나 수상에 설치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479GW, 해상 풍력 319GW, 관공서와 상업용 건물의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가 119GW 등이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와 운영 등으로 약 144만개의 일자리가 순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 부문에서 74만3000개, 운영 부문에서 88만9000개가 만들어져 일자리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감소는 약 18만9000개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국내 에너지 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약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태양광 발전소 건설 등 필요한 면적도 한국 전체 국토의 6.5%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했다.

◇ 재생에너지 전환비용 판매로 회수 가능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용은 생산된 에너지를 판매하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전환으로 대기 오염이 줄어들면서 조기 사망자가 연 9000명 감소하고, 이로 인한 보건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 사용량도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다. 전기차 전환으로 석유 사용이 줄고 석탄·석유 정제 부문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50년에는 민간부문 에너지 비용 지출이 지금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크 제이컵슨 스탠퍼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사회 전 분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2030년까지 80%, 2050년까지 100% 청정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시설은 새로 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래픽=그린피스 서울사무소]

◇ 재생에너지 전환 '기업PPA' 도입이 가장 효과적

그린피스는 한국이 이처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PPA 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이 경우 지난 2018년 그린피스와 시민들이 끈질긴 요구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업장을 화석연료 대신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할 것을 선언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약속을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콕 집어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전력 보급량도 전체 전력생산량의 2.2%(2018년 한국전력 통계)로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기업PPA 제도 도입 검토'가 포함됐지만 아직 입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해외 기업들은 기업PPA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지구온난화를 예방한다는 기업의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현재 175개나 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거래 업체에도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을 납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기업PPA 제도를 통한 태양광, 풍력 발전량도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기후위기 정책 제안서를 만들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에 전달했다.

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총선 공약으로 아직 기후위기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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