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 소호차이나 회장의 최근 모습.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의 최근 모습.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요즘 세상에 여성이 창업을 하는 것은 그다지 희귀한 일이 아니다.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

중국만 봐도 케이스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남성의 영역으로 일컬어지는 건설 부문에서 창업을 하거나 성공한다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눈을 부릅뜰 경우 없는 것도 보인다는 나라인 만큼 케이스를 찾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건설회사로 유명한 소호(Soho)차이나의 공동 창업자 장신(張欣. 55) 회장이 바로 눈에 확 띄는 케이스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유력 건설회사에서는 드문 창업자 출신 경영자로 손꼽힌다.

그것도 완전 적수공권으로 성공 스토리를 일군 여장부이다.

장 회장은 1965년 베이징에서 가난한 노동자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

가정환경이 좋다고 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시대적 상황도 무척이나 나빴다.

문화대혁명의 10년 광풍이 그녀의 유년 시절을 휩쓴 탓이었다.

다행히 그녀가 11세 때 문화대혁명은 끝났다.

하지만 가정환경은 여전히 나빴다. 할 수 없이 그녀의 부모는 79년 홍콩으로 이주하는 결단을 내린다.

안타깝게도 홍콩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녀로서는 학교를 다니는 틈틈이 공장에서 시급 알바를 하면서 가정을 돕는 외의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그녀는 불현듯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무작정 3000 파운드를 들고 학업을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다행히 영국에서 그녀의 인생은 활짝 폈다.

서섹스대학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친 다음 캠브리지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니 그랬다고 해도 좋았다.

공장의 아르바이트생에서 캠브리지대학 석사가 된 이후부터 그녀의 인생은 완전 탄탄대로였다.

우선 92년부터 2년 동안은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골드만삭스에 입사, 세계적 명문대학의 석사답게 맹활약할 수 있었다.

이어 월가의 종합금융회사인 트래블러스 그룹으로 옮겨서는 95년까지 중국 직접투자 매니저로 일했다.

월가의 유명 은행과 회사들의 러브콜이 쇄도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당시 그녀의 마음은 중국 진출에 있었다.

부지런히 중국을 오가면서 사업의 신세계로 떠오른 고국에 정착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94년에는 당시 부동산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청년 실업가였던 판스이(潘石屹. 57)를 알게 돼 결혼까지 했다.

둘의 결합은 결론적으로 완전 신의 한수가 됐다.

자연스럽게 고국 정착을 원했던 그녀의 중국 사업 관련 이론과 실무 경험, 판의 현장 노하우가 결합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결혼 이듬해인 95년 진짜 마치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듯 소호차이나의 전신은 베이징훙스(紅石)실업유한공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불처럼 일어났다.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전 대륙의 유명도시에 소호라는 브랜드의 랜드마크 빌딩이 수없이 우뚝 서게도 됐다.

장 회장과 남편 판스이 소호차이나 창업자.
장 회장과 남편 판스이 소호차이나 창업자.

현재 장 회장은 남편과 함께 재산 300억 위안(元. 5조1000억 원)을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소호차이나의 덩치가 커지면서 재산 규모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최근 다시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를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미국의 블랙스톤에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매각 대금은 약 40억 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 재계 소식통의 최근 전언에 따르면 매각 프로젝트는 성사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당연히 그녀는 40억 달러의 현금을 묵혀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것이 거의 100%에 가깝다.

고학을 통해 경제학 석사 학위를 딴 경험 등을 바탕으로 맨손으로 다시 대형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어려울 때 좌절하지 않았다.

홍콩에서는 가정 경제를 책임지면서도 학업에 대한 정열을 불태웠다.

미국에 가서는 더했다.

꼭 고국에 돌아가 창업을 하겠다는 일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로 볼 때 그녀가 향후 추진할 사업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을 비롯해 홍콩, 영국, 미국에서 갈고 닦은 맨손 철학과 경험 등을 상기하면 정말 그렇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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