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접촉 피하라 호소...사태 확산시 아베 '긴급사태'로 대처 가능성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코로나19를) 억제하는 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5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감염자가 폭발하는 중대한 국면이다"라고 선언했다. 

주말에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피켓까지 들고 나왔다.

하나의 피켓에는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 적었고, 또 다른 피켓에는 '밀폐 공간, 밀집 장소, 밀접 대화'를 피해달라는 호소가 적혀 있었다. 

25일 오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 적은 피켓을 들어보이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오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 적은 피켓을 들어보이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도쿄 도지사 "지금은 감염폭발 중대 국면"

고이케 도지사는 먼저 "감염의 폭증을 피하려면 모든 사람들의 협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우리는 여러분 각자가 긴박감을 가지고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식당과 공연장을 피해 집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취소되지 않은 모든 도시 내 스포츠 공연은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것"이라며 "시민들은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26일 현재 도쿄 전체 확진자 수는 260여 명이며 일본 전체로는 2100명을 넘었다. 게다가 전체 감염자의 절반가량은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설치된 전문가 회의가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 만연 우려'를 인정하는 보고서에 동의했다. 

이와 관련 다수 외신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25일자(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에서 벗어난 듯 보였던 도쿄에서 감염병이 폭증하는 추세이며 그 결과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지난 주중 시작되어 22일 정점에 이른 이 도시의 벚꽃맞이 행사에 대규모 군중이 몰리면서 이런 사태가 예견된 것이라고 봤다. 

우에노공원, 신주쿠교엔 등 벚꽃 거리에 나선 수만 인파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크게 확산되었을 것이며, 이후 잠복기를 거친 환자가 적어도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해 12월 말 중국 우한시에서 연례 행사차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오고 올해 1월 도시 봉쇄로 이어진 상황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우한 만인연(萬人宴) 행사에서 중국 정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 3월 22일 도쿄 벚꽃맞이 행사에서 일본 정부는 "외부 활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수수방관했다.

직전 후생노동성 내부 문건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19일 기준 78명인 지역 내 확진자가 2주 뒤엔 3374명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겨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이 사이타마를 비롯하여 도쿄 주변 도시에서 하루 291만 명가량이 도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26일자 파이낸셜 타임스도 "도지사 기자회견 직후 시민들이 시내 상점으로 몰려가 진열대가 동나는 등 도쿄에 사재기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와 바흐 올림픽 위원장 사이에 올림픽 연기 합의가 있은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발표된 도지사의 경고에 다수 도쿄 시민들이 크게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다른 국가들과 매우 다른 접근법을 취한 결과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며 '선택적 진료'를 대표적인 실수로 들었다.

기사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중환자 치료에 대비해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선택적으로 검진을 실시하는 전략을 폈다"며 "그러나 인구 1억2700만 명의 나라에서 지금까지 겨우 1300명의 환자가 나온 사실은 이 전략이 단지 위기를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도쿄도 발표에 따르면 25일 하루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74명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과반수인 4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외출 자제 당부한지 하룻만인 26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스미다(墨田)구에서 시민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외출 자제를 당부한지 하룻만인 26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스미다(墨田)구에서 시민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베 '긴급사태' 발효시 또다른 우려도

정책 실패의 심증을 굳히는 사례가 3월 중순부터 진행된 이른바 벚꽃놀이 명소들에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몰려나와 인산인해를 이룬 사실이다. 

기사에 따르면 도쿄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인 오모테산도, 긴자, 시부야의 호스티스 클럽에는 넘쳐나는 인파로 불야성을 이뤘다.

게다가 지난 22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K-1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사전에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 담당상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고 현 정부까지 거듭 만류했음에도 주최 측이 이를 강행한 것이다. 

결국 밀폐된 거대 공간에 6500명의 관중이 빽빽하게 밀집해 소리치고 발을 구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와 함께 도쿄가 코로나19로 미증유의 위기에 빠질 경우 일본 경제가 입을 타격과 그 세계적인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2월 28일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운영하는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일본 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또다른 희생자' 제하의 기사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크루즈선에 대한 대처가 모든 것을 망쳤다"고 분석했다.

그 귀결로 "아베 총리의 명성에 금이 간 것은 물론 도쿄올림픽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기사는 고베대학 감염병 교수 이와타 켄타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아베 정부가 크루즈선을 바이러스 인큐베이션 센터(incubation center)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점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식 접근 방식에 따른 사상자 중 하나가 일본 경제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할 것이며, 연간 성장률은 0.4%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쇼크를 전제하지 않은 예상이다.

NHK는 26일 조만간 특별조치법에 기초한 '(일본)정부 대책본부'가 설치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법에 따라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를 발효시켜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 기본권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세 앞에 일본 수도 도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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