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협력업체 단가 후려치기·직원에도 인색...불매운동 없었던게 신기할 정도

롯데그룹이 랴오닝(遼寧) 선양(瀋陽) 시내에 건축하려고 했던 롯데타운 조감도. 사업 실패로 중국 철수를 단행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
롯데그룹이 랴오닝(遼寧) 선양(瀋陽) 시내에 건축하려고 했던 롯데타운 조감도. 사업 실패로 중국 철수를 단행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롯데그룹(이하 롯데)이 중국에서 처참한 수준의 투자 실패를 한 이유는 당연히 하나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중망증(중국에 투자하면 망하는 증상)에 의해 비참한 지경에 내몰리지 않으면 안 되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본계 기업이라는 이미지, 즉 일본색을 탈피하지 못한 사실도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혹자들은 롯데가 왜 일본계 기업이냐고 할지 모른다.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를 검색해도 공식적으로는 분명히 한국의 5대 그룹 중 하나로 나온다.

하지만 누리꾼을 필두로 하는 중국 젊은 층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아다니는 롯데 관련 정보들을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룹의 모태가 일본일 뿐 아니라 신격호 전 회장의 부인이자 신동빈 현 회장의 모친이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씨니까 말이다.

일본계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말해 일본계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중국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이유는 굳이 구구한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일본과 수차례 전쟁을 치른 데다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 때는 난징(南京)대학살까지 당한 탓에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尖覺열도) 영유권 분쟁 문제로 종종 양국 관계가 경색되는 최근의 현실까지 더할 경우 일본계 기업의 이미지는 중국 영업에 크게 좋지 않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일본의 롯데마트라고 할 이토 요카토(중국이름 화탕華堂)가 중국 시장 포기를 숙고할 만큼 죽을 쑤고 있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롯데는 일본계 기업 이미지의 불식에 별로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서 고고의 성을 울린 후 한국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행보에까지 나서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결정적 패착이었다.

베이징에 소재했던 롯데마트 한 점포의 폐점 전 모습. 손님이 거의 없다.
베이징에 소재했던 롯데마트 한 점포의 폐점 전 모습. 손님이 거의 없다.

특히 롯데마트는 더욱 그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토요카토의 악전고투를 목도했으면서도 그랬다.

이에 대해 전직 롯데마트 직원이었던 채 모씨는 “롯데는 일본계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했다. 나중에는 손을 쓸 수도 없었다. 내가 잘 아는 중국 고객들은 만나기만 하면 ‘우리가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지 왜 남의 나라 매장에 가나’라고 하더라. 실패는 예정돼 있었다”면서 혀를 찼다.

이미지가 나빴다면 서둘러 차별화 전략을 선택, 반전을 기해야 했으나 롯데는 이마저도 소홀히 했다. 

대신 현지 협력업체들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등의 악수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게 많이 뒀다.

심지어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까지 삭감하거나 늑장 지급하는 케이스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 고객들의 불매 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롯데가 어느 정도로 차별화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는 최근 확인된 한 기가 막힌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이 씁쓰레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지난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 마트업체인 마크로의 8개 점포를 인수한 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든 롯데마트였다.

당시 롯데의 기세는 정말 대단했다.

롯데리아를 맥도널드 이상 가는 체인으로 키우는 데는 실패했으나 마트만큼은 대륙 곳곳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의지를 임직원들이 틈만 나면 공공연히 드러내고는 했다.

중국 내외의 언론에 그런 의지를 대대적으로 과시하기도 했다.

그랬으니 인수한 마크로 매장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정도는 필수여야 했다.

하지만 의지만 대단했지 실천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해도 좋았다.

무엇보다 마트 앞에 내건 대형 입간판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마크로의 흔적을 지워야 했음에도 기존의 간판에 껍데기를 교묘하게 덧씌운 사실이 무려 13년이 지난 후에 드러난 것이다.

이 사실은 롯데마트를 인수한 토종 마트업체 우메이(物美)가 최근 철거 과정에서 알았다고 한다.

이러니 매장 내부는 변화가 있었을 턱이 없었다.

마크로에 실망했던 중국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전직 롯데백화점 담당 임원이었던 K 모씨는 "최근 우메이의 지인이 롯데마트를 철거할 때 알게 된 사실이라며 그 에피소드를 입에 올리더라.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더라.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 되면 롯데가 중국에서 30여 년을 버틴 것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