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유 위해 '눈물' 머금고 韓비중 축소...4월 들어 '회귀'조짐 보인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달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은 잘 알겠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만 파는 것인지, 팔자 행진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일 이 같은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소화하면서 매수에 나선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조바심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국내 증시가 다시 본격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려면 국내 시총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이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1400선대까지 밀렸던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화 통화를 하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1400선대까지 밀렸던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화 통화를 하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외국인, 3월중 13조4500억원이나 팔았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중 외국인은 상장주식 13조450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투자자 국적별로는 미국 투자자가 5조5000억원, 영국(1조9000억원) 등 유럽서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도 행진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2월부터 시작됐지만 2월엔 이렇게까지 많이 팔진 않았다. 2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3조2250억원이었다.

지난달에는 4일 하루만 빼고 '팔자' 행진을 계속하면서 이 금액의 4배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600조원까지 육박했던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총 금액은 500조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 주식 보유금액은 593조2000억(2019년12월)→581조5000억(2020년1월)→545조1000억원(2020년2월)으로 최근 계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달엔 더욱 급격히 줄어 468조7000억원이 됐다. 이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전체 시가총액 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금액은 지난 석달(2019년 12월~2020년 2월)간 33.3~33.8%수준을 유지해오다 지난달 32.4%로 떨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 외국인들 '눈물' 흘리며 삼성전자 팔았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위기에도 비교적 위험이 적다고 여기는 안전자산을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주로 현금(달러)을 보유하고, 최근에는 금을 매입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고,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 비중 축소를 위해 삼성전자 등 국내 우량주식을 파는 외국인들이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를 정리하지 않고는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한데 세계적으로 서버 수요가 증가하며 반도체 업황 반등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코로나19의 영향을 일부 받겠지만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와 D램 가격 반등에 더 주목할 만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안 좋아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서 외국인들이 파는 게 아니다"며 "한국 주식시장과 정보기술(IT) 기업 비중을 줄이려면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 언제 다시 돌아올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19일 1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1800선대를 회복한 뒤 1800선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각국이 강력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으며 정책 공조를 보여준 데 따른 결과다.

이제 관심은 국내 주식을 내던지며 증시 폭락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 돌아오느냐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 매도세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달 중순 많게 는 하루 1조원대 이상에서 5000억~6000억원대 순매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1000억원대로 매도 규모를 줄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4일에는 삼성전자를 14거래일 만에 순매수하기도 했다. 순매수 규모는 1317억원으로 그동안의 누적 순매도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코스피 폭락의 중심에는 외국인 대량 매도에 있었다"며 "국내외 정책효과와 금융시장의 변화는 외환시장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패턴에도 긍정적인 전환을 줬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국가별, 월별 상장주식 순매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외국인의 국가별, 월별 상장주식 순매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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