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서 파견 직원들 현지 사업보다 본인 줄대기에 몰두...근태도 엉망

지금은 문을 닫은 베이징 왕푸징의 롯데인타이백화점의 전경.
지금은 문을 닫은 베이징 왕푸징의 롯데인타이백화점의 전경.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금세기 들어 중국 시장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아졌다.

지난 세기 말처럼 ‘날로 먹는 곳’이 더 이상 아닌 시장이다.

특히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의 주력 업종인 유통이나 서비스 산업 분야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중국 토종 기업들은 자국민들의 국뽕 기질을 철저하게 자극, 점유율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은 철저하게 현지기업과 진검 승부를 벌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현지에 나가 있는 주재원들이 자신을 버려가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직원들의 현지화라는 승부수를 꺼내들 필요도 있다.

일본 기업들 중에는 이렇게 하는 곳이 많다.

한 번 중국에 파견이 됐다 하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하게 만드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그 직원들은 아예 결혼도 현지인과 하거나 철저하게 중국화 된 채 죽도록 일한다.

한마디로 현지에 뼈를 묻는 것이다.

그래도 성공할까 말까라고 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기업들이 속출하는 것은 이 현실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롯데는 이런 일본 기업들과는 완전히 반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자신을 버려가면서 현지화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부터 챙기고 한국 본사 쪽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사업에 흥하기를 바란 게 말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사례를 들어보면 알기 쉽다.

지금은 폐점한 롯데마트의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주셴차오(酒仙橋)점을 관리하던 P모 차장은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나름 대단히 유능한 사원이었다.

하기야 그랬으니 베이징 주재원으로 발탁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는 베이징에 도착한 2015년부터 완전 다른 사람이 됐다.

무엇보다 근퇴가 엉망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공휴일은 일단 다 챙겨먹었다.

또 평일에도 오전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다른 개인적 용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그 용무는 대부분 한국에서 온 본사 임원이나 지인들과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고도 받아 챙길 수 있는 수당 등은 모두 알뜰하게 거둬들였다.

반면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 지급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안일하게 생각했다.

초과 근무 수당 같은 것은 당사자가 항의를 해야만 몇 일, 심지어 보름 이상 지난 후에 정산하고는 했다.

항의를 하지 않거나 규정을 모르는 아르바이트생은 당연히 지급이 되지 않았다.

그가 중국 직원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문제는 그가 롯데 내에서도 별종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닌가 싶었다.

다른 직원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하나 같이 비슷했던 것이다.

사드 사태 당시 롯데마트 주셴차오점에 몰려와 시위를 하는 중국인들. [사진=바이두]
사드 사태 당시 롯데마트 주셴차오점에 몰려와 시위를 하는 중국인들. [사진=바이두]

이와 관련, 대학 재학 시절 롯데마트에서 1년여 일했다는 20대 후반의 쉬샹(許湘) 씨는 “롯데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에 대한 내 이미지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의 행태는 정말 심각했다. 저러고도 망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겼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격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중국에 파견된 직원들의 한국 본사만 쳐다보는 현상도 심각했다.

특히 인사이동이 있을 때면 상당수의 직원들이 자신과 줄을 댈 수 있는 고위 임원 승진자들에게 연락을 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자신이 인사 대상이 될 때는 더했다.

인사가 나기 몇 개월 전부터 일은 제쳐둔 채 승진을 위한 로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 임원을 비롯한 고위급들이 출장을 나올 경우의 환대는 지극정성일 수밖에 없었다.

가무음주는 기본이고 주색잡기까지 그야말로 풀코스의 접대 제공이 상식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지금은 문을 닫은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롯데인타이(銀泰)백화점의 K 모 부장의 과거 활약상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원래 술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흥업소 출입도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내내 그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가 본사에서 오는 상사들 접대를 위해 1년 365일 중 100일 정도는 저녁 늦게 귀가하는 것이 관례가 된 탓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몸을 못 가눌 만큼 취해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못 마시는 술을 마서야 한다고 투덜대기는 했지만.

접대 장소는 말할 것도 없이 낮 골프장, 저녁 카라오케였다.

그 다음은 굳이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에 대해 롯데인타이백화점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직원 P 모씨는 "롯데는 술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기업문화가 관대한 것 같다. 당시 근무할 때 중국에 출장 오는 임직원들 중 밤문화의 즐거움을 누려보지 않은 이들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롯데의 중국사업 실패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기업문화가 결정적 사업 실패의 요인이었다는 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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