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우려에 손님 뚝...지역상인 "이런 악몽은 처음"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방역당국이 “이번 주말이 확산 추세를 막는데 가장 중요한 고비”라고 밝힌 가운데 뉴스퀘스트는 클럽발 집단감염 발생 2주일째를 맞아 주말인 16일 이태원 일대를 방문했다. 

앞서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0시 기준 신규 확진환자는 19명이며, 이 가운데 이태원 클럽의 지역사회 감염이 9명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시작된 때는 지난 2일이니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경리단길 진입로 입구 
경리단길 진입로 입구. [사진 = 뉴스퀘스트] 

◇ 경리단길 손님이라곤 지역주민 뿐
오후 3시 55분 경리단길 입구에 도착했다. 진입로에 들어섰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이르기도 하고 멀리 행인들이 보여 판단하기는 이른 듯했다. 

그런데 오르막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 주민들인 듯 평상복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연 대부분의 가게 안에서는 손님을 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한 커피숍에서 손님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도 대체로 외국인이거나 마을 주민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경리단길 가게들. [사진 = 뉴스퀘스트]
경리단길 가게들. [사진 = 뉴스퀘스트]

가게 밖에서 서성거리는, 흔한 ‘눈팅족’ 외지인도 만나지 못한 채 10여 분 고갯길을 오르기만 했다.

그러다 경리단길 중턱에서 마주친 ‘힘내자 경리단!’ 플래카드가 마침내 이 상황을 설명해주는 듯했다. 

"힘내라 경리단!". [사진 = 뉴스퀘스트]
"힘내자 경리단!". [사진 = 뉴스퀘스트]

그러고 보니 군데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휴관’한다는 안내문이 가게 유리창이나 문에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경리단 중턱 길로 빠져 이태원 주도로로 가보기로 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문이 닫힌 가게 안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평소 같았으면 저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모퉁이를 돌아 대로로 나오는데 도로 건너편에 경찰 대형특수차량이 눈에 띈다. 

그 자체로도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곧 그 이유를 알았다.

거리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다. 

물끄러미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고양이. [사진 = 뉴스퀘스트]
물끄러미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고양이. [사진 = 뉴스퀘스트]

대로를 비켜 젊은 커플들이 주로 찾는 이태원 안쪽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클럽 사태가 2주일이나 지났고 점점 저녁 무렵이 되니 이곳에서 외지인들을 보게 될 것이라 짐작하면서. 

그런데 예상은 순식간에 빗나갔다. 경리단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유명한 골목길에서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별로 만날 수 없었고 더군다나 젊은 커플은 한 쌍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산한 이태원대로와 골목 안 모습. [사진 = 뉴스퀘스트]
한산한 이태원로와 골목 안 모습. [사진 = 뉴스퀘스트]

경고, 휴업, 줄줄이 이어지는 ‘집합금지명령’
그 대신 나타난 것은 게시물의 홍수였다. 

유흥시설 준수 사항을 알리는 게시물은 어느 곳에나 있었고 그게 가게 문 옆에 또는 문 앞에 떡 하니 붙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흔하디흔했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안내문은 부분적으로는 장사를 포기해서, 부분적으로는 장사를 할 조건이 되지 못해서, 붙여진 ‘임시 휴업’ 안내문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안내문들. [사진 = 뉴스퀘스트]
다양한 종류의 안내문들. [사진 = 뉴스퀘스트]

이어 ‘집합금지명령’이라는 생소하고 무서운 안내문이 등장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이번 사태로 세간에 알려진 ‘감성주점’ 입구에 붙은 명령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로 특별한 이미지를 안게 된 인근 ‘클럽’ 입구에도 같은 명령문이 붙어 있었다.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근처 편의점은 마치 당연하지 않느냐고 묻기라도 하는 듯 손님이 없다. 

집합금지명령문. [사진 = 뉴스퀘스트]
'감성주점'에 내려진 집합금지명령문. [사진 = 뉴스퀘스트]

골목 끝에 이르러 이태원에서도 가장 번화하기로 유명한 네거리 쪽으로 내려왔다. 

건널목임을 알리는 도로 위 하얀 선이 사방으로 뻗어 있지만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이 도로는 항상 외국인들로 넘쳐났는데, 그들마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 대형 레스토랑 라그릴라는 3월말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을 붙인 채 셔터를 굳게 내렸고 도로 가 편의점은 개점휴업 상태다. 

중앙 외국인 도로. [사진 = 뉴스퀘스트]
중앙 외국인 도로. [사진 = 뉴스퀘스트]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특별히 붐비는 이유는 그 유명한 ‘이태원 클럽’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클럽 골목으로 올라가자 이처럼 한산한 이유가 분명해졌다. 

문을 닫은 가게, 문을 닫은 클럽이 너무 많았다. 그보다 ‘집합금지명령’, 또는 ‘영업정지명령’을 받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개중에는 일반인들에게 이름도 생소한 ‘테마 노래방’도 있다. 마치 한 차례 태풍이 휩쓸고 간 뒤처럼, 수많은 고지문을 입구에 써 붙인 채.

집합금지명령으로 임시 폐쇄된 수많은 클럽들. [사진 = 뉴스퀘스트]
집합금지명령으로 임시 폐쇄된 수많은 클럽들. [사진 = 뉴스퀘스트]

그중 가장 크고 화려한 외관을 가져 단번에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이번 밀집감염 사태의 시작을 알린 킹클럽이다. 

이날까지 클럽, 감성주점 등 총 1만 928개소에 대해 지자체, 경찰, 식약처 등 254개의 특별점검단이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집합금지명령을 발동한 15개 시도에서 이를 위반한 20개 업소를 적발했다. 

문제의 킹클럽. [사진 = 뉴스퀘스트]
문제의 킹클럽. [사진 = 뉴스퀘스트]

이어 이런저런 길을 따라 걸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방문객은 늘지 않았다.

저녁 일곱 시가 되어 땅거미가 내리는데 오히려 인적이 끊어지는 걸 느낀 건지 일찌감치 문을 닫는 가게도 보였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며 적막감을 더하는 이태원 거리. [사진 = 뉴스퀘스트]
땅거미가 내려앉으며 적막감을 더하는 이태원 거리. [사진 = 뉴스퀘스트]

◇ "이렇게 처참한 피해를 주어서야"
그런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 하려 애쓰는 모습은 어디서나 느껴졌다. 

상인들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손님을 기다렸고, 청결과 위생을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알리고자 했다. 

‘코로나19 접근금지 부적’을 붙이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가게도 있었다. 

바이러스의 무게에 짓눌려 거리는 고요 속에 젖어들고 있지만 이 순간도 지나갈 것이라는 그들의 다짐이 전해져 왔다. 

이 와중에 일부 타 지역에서 단속 지침을 무시한 채 몰래 춤추다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잠시 담소하던 중 이를 본 가게 주인이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며 말했다. 

“아무리 젊은 혈기를 못 이긴다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이렇게 처참한 피해를 준다는 걸 알면 절대 그래선 안 될 것”이라고.

큼직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 표지판을 세워둔 이태원 장미쌀롱. [사진 = 뉴스퀘스트]
큼직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 표지판을 세워둔 이태원 장미쌀롱. [사진 = 뉴스퀘스트]

하지만 상황이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다행히 현재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해 폭발적인 발생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파 속도나 범위에 비해 상당수의 시설에서 추가 감염이 없거나 적었다는 것이다. 

이태원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진 것일까.

문득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 4장 서두에 다음과 같이 적은 글이 떠오른다. 

“사회의 보호를 받는 모든 사람은 그 혜택에 대해 보답을 해야 하며,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각자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해 일정한 행동 규범을 준수하는 것을 필수불가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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