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확보 위한 불가피한 선택...리쇼오링 정책 성공하려면 더 큰 '당근' 필요

LG전자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 모습. [사진=LG전자]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LG전자가 구미 TV사업장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탄력을 받고 있는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사업장 본국 회귀) 정책에 대한 한계론이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사업장의 해외 이전은 어려운 경영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인데, 웬만한 조건이 아니라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규제 개선과 함께 정책적 지원, 노동문제 해결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 전세계 '리쇼어링' 대세

LG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아시아 시장의 TV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구미공장의 TV·사이니지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옮긴다고 20일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국가들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공격적인 리쇼어링에 나서고 있는데 LG전자는 그 반대인 오프쇼어링(off-shoring) 선택한 셈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의 생산라인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코로나19로 멈춰 서고 국경이 닫히면서 각국이 핵심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이 발단이다.

게다가 각국이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 진작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리쇼어링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과거 '비용 절감'이란 기업의 논리가 우세했다면 이제는 '공급의 안전성'이 더 절실해졌고,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 핵심 산업과 일자리를 지킨다는 측면에선 리쇼어링이 더 좋은 산업정책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퍼진 것이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선진국일수록 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 투자를 지원하는 연방기관이 미국 내 제조업을 우선 지원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일명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행정명령을 내렸고, 애리조나·오하이오·미시간 등 대선 경합주 중심으로 리쇼어링 기업 현장을 잇달아 찾고 있다.

재무부·상무부·국무부 등이 총동원돼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연구·개발비와 공장 이전비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의회와 재계에선 250억달러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 조성도 논의 중이다.

일본에선 아베 내각이 지난달 리쇼어링 기업 지원에 2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 최근 400여 일본 기업이 리쇼어링에 협조하기로 했다. 영국도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학계가 나서 핵심부품 수출 금지와 리쇼어링을 주장하고 있다.

LG전자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전자]
LG전자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전자]

◇ LG전자는 왜 '오프쇼어링' 택했나

LG전자의 TV 생산라인 이전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리쇼어링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미 해외로 나간 공장의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LG전자는 "전세계 TV 수요가 정체한 가운데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LG전자가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밝힌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TV이 경우 한국과 중국·일본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제품군이 다양한 생활 가전과 달리 단일 제품군이라 비용절감 외에 별다른 실적개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등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임금이 저렴한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건비·세금, 노조 문제 등이 큰 부담"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고 코로나19까지 덮친 경영 환경 속에서 해외 이전을 통한 사업 효율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해외 이전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개척·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적 제한을 풀어서 대대적으로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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