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시스템은 붕괴중” 포괄적 규명 나서…‘기본소득’과 ‘자연 복귀’ 등 대안 제시도

사이먼 루이스 · 마크 매슬린 저, 김아림 역, 세종서적 간.
사이먼 루이스 · 마크 매슬린 저, 김아림 역, 세종서적 간.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오늘날 지구가 인류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의 의한 환경 파괴로 요약되는 이 상황을 경고하는 서적 또한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래 지구라는 행성이 돌이킬 수 없는 질적인 변화의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방대한 증거와 추론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간 학계는 45억년에 걸친 지구 역사를 주로 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식의 지질학적 단계로 구분해 왔다.

이는 대기운동이든 지각변화든 운석의 충돌이든 자연 자체에서 일어난 질적 변화에 근거한다.

저자들은 인류가 출현한 이래, 특히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생태 및 지질 구조에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판단 아래 이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라 규정한다.

이러한 구분법이 타당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책은 인류로 인해 지구가 ‘시스템 붕괴’에 직면했다고 판단하며 그 이유를 독자들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 ‘진보의 덫’으로 되돌아와 

45억4000만년에 이르는 지구 역사를 하루의 시간으로 표현하면 현생 인류는 고작 '자정에서 4초 전’에 나타났다.

그저 새로 등장한 돌연변이 유인원 무리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 상태라면 수억년에 걸릴 변화를 ‘겨우 몇 백만년’ 만에 지구 환경에 몰고 왔다.

인류사를 통틀어 이와 같은 과정을 극적으로 가속화시킨 것이 자본주의 제도의 출현이다.

칼 마르크스의 동료이자 과학자이기도 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876년 한 미완성 에세이에서 그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개별 자본가들이 즉각적인 이익을 위해 생산과 교환에 참여하면, 가장 가깝고 당장 알 수 있는 결과만이 우선 고려된다. 사회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자연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자본주의) 생산 양식은 주로 가장 확실한 최초의 결과에만 관심이 있다.”

자본주의가 철의 법칙으로 전 지구를 점령하는 속도에 비례하여 숲을 태우고 산을 허물고 공장 매연을 내뿜은 결과 지구 환경은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악화된다는 것이다.

이어 저자들은 눈을 과거로 돌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때로 돌아간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당시부터 인류의 행동에는 이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당장 먹을 것만 사냥하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한 번의 사냥으로 수백 마리의 매머드를 절벽에 떨어뜨려 사냥하기를 원했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 편리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먹어치울 매머드가 존재하지 않게 만든다.

저자들은 이를 ‘진보의 덫’이라 부르는데, 호모 사피엔스가 특출하게 진화시킨 이족 보행, 석기 사용, 뇌 용량의 확대 그리고 문화의 발전 같은 능력이 그들을 천하무적으로 만든 결과다.

그 결과 겨우 5만년 전 아프리카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 대륙을 정복한 지 얼마 안 가 전 세계 대형 포유동물의 절반을 멸종시켰다.

스스로 호미닌의 일부인 인류는 동료 호미닌들도 이런 방식으로 ‘사냥’해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인간의 친족들 모두가 지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의 이와 같은 탐욕적인 정복 행태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다.

예를 들어 1507년 포르투갈 선원들이 마다가스카르 섬 근처에서 ‘로드릭스 솔리테르’라 불린 날지 못하는 새 무리를 발견했는데, 이후 섬에 도착하는 인간들이 모두 잡아먹어 멸종시켰다.

모리셔스 섬의 유명한 도도새, 카리브해의 몽크바다표범 등도 비슷한 시기에 멸종된 동물들이다.

심지어 연쇄 멸종도 일어났다. 18세기 중반 배링해협에서 모피 사냥꾼들이 해달을 잡아들이자 성게 개체수가 늘어 해초를 마구 먹어치웠는데, 그로 인해 해초를 서식지로 삼던 바다소가 사라졌다.

17세기 초 최대 10만 마리로 추정되던 북극고래는 2세기에 걸쳐 무차별 남획을 당한 끝에 오늘날 수십 마리만이 확인된다.

인간은 저자들이 ‘최초의 에너지 혁명’이라 부르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사냥 대신 대형 동물을 길들여 이를 주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았다.

그런데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가축화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문제는 가축화가 전염병의 위험 또한 증가시킨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의 저자 네이선 울프가 조사한 데 따르면 인류를 위협한 주요 전염병을 열대성 질병과 온대성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열대성 질병의 80%가 곤충에게서 전파되는 반면, 독감, 페스트, 천연두, 매독 같은 온대성 질병은 대부분 사람과 동물에게서 옮긴다.

가축화는 온대성 질병의 확산에 기여했는데 소, 양, 돼지, 말처럼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동물들이 감염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유럽인과 접촉한 ‘신대륙’ 아메리카 원주민의 사례에서 그 비극적인 사례를 볼 수 있다.

1493년 콜럼버스가 카리브연안에 도착해 수백 마리의 돼지를 풀어놓았는데 다음날부터 숱한 원주민들이 돼지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어갔다.

1492년 최소 50만명이던 히스파니올라섬 원주민들은 스페인에 정복된 뒤인 1514년 2만6000명으로 줄었다.

1519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쳐들어간 인구 20만의 아메리카 최대 도시 테노치티틀란은 질병과 기아가 겹쳐 황폐화되고 말았다.

코르테스에 저항할 당시 최대 2500만명에 이르던 멕시코 원주민은 2년 뒤 2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피사로의 침공을 맞은 잉카 제국은 1531년 몰락 당시 인구의 절반을 잃었고 그 뒤에는 다시 천연두가 대륙을 휩쓸었다.

1777년 제임스 쿡 선장이 테즈메이니아에 도착했는데 당시 5000명 수준이던 원주민은 그로부터 70년 뒤 44명으로 줄었다.

화석연료 사용, ‘불가역적 위기’ 초래

18세기 후반 들어 인류는 저자들이 ‘두 번째 에너지 혁명’이라 부르는 화석연료 사용의 시대로 접어든다.

영국 산업혁명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 세계를 단일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연결했다.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지적한 것처럼 "산업혁명이 국민국가와 시장경제의 특별한 요소들을 결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시장사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와 계급혁명이 확산됨은 물론, 지구 시스템에 미증유의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는 우선 인구 폭발을 가져왔다. 1700년대에 1억명이던 유럽인구는 1900년대에 4억명으로 늘었다.

인류 역사 이래 세계 인구가 10억명에 이른 때는 1804년으로 추정되는데, 그로부터 123년 뒤인 1927년에 20억명에 도달했다.

‘월드미터’ 집계에 따르면 6월 1일 현재 지구촌 인구는 77억8818만명을 넘어섰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 98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화와 인구증가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끌어올리면서 대기질을 악화시켰고 이는 다시 지구온난화와 기상 이변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최근 그린란드에서는 매년 2000억톤, 남극에서는 매년 1500억톤의 얼음이 사라지는데 이는 1990년대 초에 비해 각각 6배, 5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 100년간 세계 해수면은 20센티미터 이상 높아졌고 그 증가율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일부 모델에 따르면 “21세기 후반에는 늦여름 북극에 얼음이 아예 없을 수 있다.”

대기질의 구성도 생명체에 불리하게 바뀌어가고 있다.

20세기 초반 이른바 비료 생산을 위한 하버-보슈 공정이 발명되면서 대기 중 질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매년 1억5500만톤의 질소가 공기 중에 고정되어 비료로 사용된다.

그 결과 수많은 대지가 농지로 바뀌면서 그만큼 밀림을 파괴했고 포유동물이 설 땅을 빼앗았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할 무렵 지구상에는 약 6조 그루의 나무가 있었지만 오늘날 3조 그루만 남았다.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등의 동물은 지난 40년간 평균 58%나 감소했다.

무게로 따지면 오늘날 육지 동물 중 3%만이 야생에 존재하며, 인간이 키우는 가축이 67%를 차지하고 인간이 30%를 차지한다.

세계 인구의 몸무게는 1900년 7800만톤에서 2017년 3억7500만톤으로 늘었는데, 이는 세계 야생 포유동물 전체 몸무게의 15배를 넘는 수치다.

이는 문명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던 화석연료 혁명이 ‘진보의 덫’으로 바뀐 지 오래임을 의미한다.

반 세계화 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이 말했듯이 이제 “인간의 행동이 지구의 모든 것을 영원히 바꾸어”, 다시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음을 인정할 때가 된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과 ‘자연으로 돌아가기’

이런 현실을 밝히면서 저자들은 현재의 생활양식을 일거에 부정하지 않는 한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노동을 팔아야 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최소 생활수준이 충족되도록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을 더 적게 하고 더 적게 소비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충족할 수 있다면 환경에 피해를 주는 일도 덜 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다른 하나는 생물학자 윌슨이 말한 ‘지구의 절반’이라는 가치를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자연 자체의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인간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도 자연세계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저자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기’라 부르는 이 제안의 대표적인 사례가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공원에 늑대가 돌아오도록 ‘배려’한 일이다.

늑대가 돌아오자 그 먹잇감인 엘크의 개체 수가 감소했고 그로써 공원 내에 버드나무와 사시나무 분포가 늘었으며 그에 의존해 사는 비버가 돌아왔고, 비버가 지은 댐과 웅덩이로 인해 지하수면이 상승하면서 물고기와 조류들의 수가 늘어났다.

70년 전 인간에 의해 내쫓긴 늑대가 돌아오면서 종의 다양성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두 가지 대안 모두 실행에 이르기까지 숱한 난관이 가로막고 있을 것이다.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모든 동물이 직면한 주된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인간은 종의 번식을 위한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지구 생태계를 회복 불능 상태에 빠트림으로써 거꾸로 인류 자신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지구를 다 함께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 협의”가 비록 “어려운 임무지만 우리에게 실패할 여유가 없다”고 저자들이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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