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부족 시기 1~2년 압당겨질 것...완성차-배터리 업체간 합종연횡 잇따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간의 글로벌 합작법인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수요 증가로 인한 배터리 물량 부족으로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 업체들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완성차-배터리 업체' 합작법인 설립 붐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타운에 짓고 있는 LG화학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의 배터리 셀 제조공장 조감도. [사진=GM 미국 홈페이지]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타운에 짓고 있는 LG화학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의 배터리 셀 제조공장 조감도. [사진=GM 미국 홈페이지]

◇ 완성차-배터리 업체 합작법인 설립 줄이어

완성차 업체는 1~2년 후 벌어질 배터리 부족에 대한 대응책으로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은 최근 1년 동안 중국 지리(Geely·吉利) 자동차, 미국 GM과 잇따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화학은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타운에 GM과의 합작공장을 착공해 건설 중이며, 지리차와의 공장은 부지 선정 단계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공장을 추진해 작년 12월 준공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합작법인 파트너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말에는 LG화학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글로벌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중국 4위 배터리 업체 궈쉬안 하이테크의 지분 26.5%를 인수한다고 밝혔고, 다임러도 중국 파라시스와 배터리에 합작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손잡았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인 BYD는 미국 포드와 중국 창안자동차의 현지 합작사가 생산할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BYD는 중국 전기차 시장 1위 업체로 메이저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앞서 지난 4월에도 도요타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만들었다. 올 1분기 LG화학에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1위 자리를 뺏긴 중국 CATL 역시 도요타의 합작사 설립에 참여했고, 테슬라와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첫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 공장 'BEST' 준공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 12월 5일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첫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 공장 'BEST' 준공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이르면 내년 배터리 대란 온다"

업계는 올해 완성차 업체의 공격적 투자 발표를 볼 때 배터리 공급부족 시점이 1~2년 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오는 2024년으로 예상했는데, 이 시점이 3년 가량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배터리 공장 실가동률을 고려하면 공급량은 통계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2월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는 LG화학의 배터리를 원하는 만큼 공급받지 못해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 배터리 업체의 경우 2022년 정부 보조금이 없어지면 투자 계획이 무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도 커 향후 공급 물량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특히 중국 배터리 업체 중에는 유럽, 미국 지역 유력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맞출 수 없는 기업도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 완성차 업체, 안정적인 공급위해 합작사에 사활

합작법인 설립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배터리 업체는 큰 비용이 드는 공장 설립이 용이하게 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윈-윈‘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가 배터리 공급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라며 "그만큼 배터리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생산량은 늘어가는데, 배터리 공장의 증설 속도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배터리 사업은 워낙 기술 집약적이어서 긴밀한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고, 공급계약만으로 배터리 생산량을 컨트롤하기도 쉽지 않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공장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

LG화학은 2010년대 초반 GM 배터리 공급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했으나, 볼트 판매 부진으로 가동이 1년 이상 미뤄지기도 했다.

만약 합작사 설립 형태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경우 비용과 책임을 분담할 수 있고 안정적인 매출도 보장된다.

다만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합작사 설립으로 기술유출 우려가 생겨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가장 원하는 게 기술력 아니겠느냐"라며 "경쟁사 고객의 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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