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수출품은 홍삼

[사진=KGC인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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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원더풀 홍삼> 1회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조선 후기 홍삼 제조법의 발명은 인삼의 보관과 유통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홍삼은 조선 최고의 수출품이 되었다.

19세기에 들면서 홍삼은 생산량도 획기적으로 늘었고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도 증가했다.

홍삼 무역은 국가 재정 수입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상단이 홍삼 무역을 관장하느냐 하는 것은 전국 상인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수삼을 증기로 쪄서 홍삼으로 가공하는 곳을 증포소라 한다.

1797년 경강(한강 하류)에 설치되었던 증포소는 1810년 개성으로, 1824년 경강으로, 1828년 다시 개성으로 옮겨졌다.

1850년 경강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되었다(옥순종, <은밀하고 위대한 인삼이야기>, p.126).

인삼을 홍삼으로 가공하는 중심지, 즉 증포소의 위치에 따라 그 지역 상업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상단의 흥망이 달려 있었다.

때문에 증포소 유치를 두고 경상(서울상인), 만상(의주상인), 송상(개성상인)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각 상단의 배후에는 각각의 후원 정치세력이 뒷받침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경쟁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협력도 했다.

홍삼 제조는 적어도 18세기 말부터는 국가가 관여한 국책사업이었기에 홍삼 제조 과정 역시 매우 엄격했다.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얻어지는 조선의 일등 상품인 홍삼은 한국인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으뜸 제약 기술이 되었다.

조선은 홍삼제조법의 발명과 무역을 통해 재정적으로도 큰 이익을 남겨다.

무형문화재 지정 물꼬를 튼 ‘아리랑’

2014년 문화재청은 부랴부랴 서둘러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했다. ‘아리랑’ 때문이었다.

이보다 앞선 2011년 5월 중국은 중국내 조선족의 문화유산인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한국의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며 일제에 항거한 우리 저항 정신의 등가물이다. 그 ‘아리랑’을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한국에서 들끓어 올랐다.

이런 여론에 떠말려 문화재청은, 2008년 등재 신청했다가 실패한 ‘아리랑’을 2012년 재신청했다.

다행히도 재신청이 유네스코에 의해 받아들여져 다행히도 한국의 문화유산인 ‘아리랑’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문화재청은 한숨 돌리고, 늦었지만 <문화재보호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2014년에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확정되었다.

문화재청이 한발 늦은 조치를 취한 근본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당시까지 ‘아리랑’은 한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 문화유산을 보유한 당사국이 정작 국내에서는 보호하지도 않으면서 유네스코에는 보호해 달라고 등재 신청을 하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했던 것이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을까?

바로 <문화재보호법>이 가지는 맹점 때문이었다.

2015년 이전의 <문화재보호법>은 무형유산을 문화재로 지정하면, 해당 무형유산의 보유자도 반드시 함께 지정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리랑’을 문화재 종목으로 지정하려면 보유자를 지정해야 했다. 때문에 누구를 ‘아리랑’의 보유자로 지정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던 것이다.

‘아리랑’은 강원도, 경기도, 황해도, 경상도, 전라도 등등의 버전이 있고, 각각의 버전을 잘 부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어느 아리랑을 문화재로 지정할 것이며, 누구를 아리랑 보유자로 지정할 것인가?

특정한 사람을 ‘아리랑’ 보유자로 국가가 지정한다면 엄청난 반발과 폐해가 생길 것이다.

이 문제는 애초에 답이 안 나오는 문제이기에 문화재청은 ’아리랑‘을 문화재로 지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 그간의 속사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치고 나오니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야 했다.

그 방법이 바로 ‘보유자 없는 문화재도 문화재 종목 지정’이 가능하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문화재청은 2014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고 2015년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 제 129호로 등재했다.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종목지정)하니,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풀렸다.

무형유산의 성격상 보유자를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한우리나라 고유의 여러 무형문화유산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를테면 ‘김장’ 같은 것이 대표적인, 보유자를 지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전통 무형문화유산이다. 과거 집집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을 해서 겨우내 먹었다.

요즘에도 김장을 하는 집이 많다.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김치를 담아먹을 수 있다. 특별히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김치 장인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사람에게 무형문화재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이 김치를 담가서 먹고, 각각의 김치마다 특색이 있고, 주재료도 여러 가지이며 부재료의 조합가지 다지면 수많은 김치가 탄생하기도 한다. 김장은 특정한 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무형 문화인 것이다.

이처럼 다수의 한국인의 참여하는 독특한 무형문화에 속하는 유산이 있고, 그 유산이 뒤늦게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아리랑’ 지정 이후 보유자 없이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종목은 130호 제다(製茶), 131호 씨름, 132호 해녀(海女), 133호 김치담그기, 134호 제염(製鹽), 135호 온돌문화, 137호 장 담그기, 138호 전통어로방식-어살 등이다.

아리랑 이후 봇물이 터지듯이 8가지 종목이 불과 3, 4년 만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중 아리랑, 김치담그기, 해녀, 씨름 네 종목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같이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KGC인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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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제조법도 서둘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015년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을 하고, 제다(製茶), 제염(製鹽),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와 같이 차와 소금, 김치와 된장 고추장 담그기 같은 식생활 문화와 관련이 깊은 것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서둘러 정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민족이 세계에 자랑하는 발명품인 ‘홍삼제조법’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았다.

홍삼제조법이 특정한 상품과 관련이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한 상업 행위에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이 이익을 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하지만 ‘문배주’와 ‘안동소주’, ‘한산모시’ 같은 특정한 지역의 상품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그런 논리가 미지정의 이유로 타당하지는 않다.

홍삼제조법은 수백 년 전에 우리 선조의 기술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고, 그 과정 자체가 독특하며, 현재에까지 그 약효가 유효한 것으로 밝혀진 매우 중요한 무형문화재다. 때문에 문화재청은 홍삼제조법도 서둘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야 한다.

홍삼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은 자신들의 장백산(백두산) 인삼이 원래의 인삼이며, 따라서 중국이 인삼종주국이라고 주장한다.

일종의 인삼동북공정이다. 그들의 속셈은 중국인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일본도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인삼을 재배했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화기삼도 중국, 특히 홍콩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이런 여러 도전을 한꺼번에 잠재우면서 인삼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바로 홍삼제조법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유네스코 등재다.

홍삼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우선 지정하고, 문화재청과 학계와 업계가 함께 노력하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홍삼제조법’을 등재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 풍기, 금산 등 예로부터 이름난 인삼 산지가 많다.

그중 충남 금산의 전통인삼농법은 지난 2018년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의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인삼농법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전통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금산의 인삼 역시 홍삼으로 가공됨은 물론이다.

인삼의 재배와 홍삼의 제조는 하나의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홍삼제조법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 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국내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다음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한다.

인삼의 종주국이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세대는 반드시 그런 일을 해내야 한다.

그 일을 하는 정부 관청이 문화재청이다.

문화재청은 2020년 예산 1조원을 넘겼다. 문화재청은 그 방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국가문화재 지정 요청이 들어와야, 여러 절차를 거쳐 선심 쓰듯 겨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수동적 판박이 행정에서 벗어나, 필요한 곳에서는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한 패키지로 보고 계획을 세워 밀고 나가야 한다. 홍삼제조법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홍삼제조법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자는 데 대한민국의 누가 반대하겠는가?

홍삼제조법은 인류에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의 전통 제약 기술이다. 선조의 유산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점이다. (3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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